세계의 분쟁 - 평화라는 이름의 폭력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평화교실 8
이찬수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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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를 단행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터키는 곧바로 시리아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을 침공했다. 언론은 미국이 ISIS를 상대로 함께 싸워준 쿠르드족을 배신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의 철수가 동맹인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기습공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터키에 "나쁜 생각"이라는 한마디의 언급 외에는 특별한 제재를 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쿠르드족은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세계의 분쟁>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주최한 ‘평화아카데미’의 강의문을 단행본으로 발행한 책으로 평화 담론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기획된 ‘평화교실’이라는 시리즈물의 8번째 책이다. 평화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7권의 책이 이미 출간되어 있으니 평화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이 책 <세계의 분쟁_평화라는 이름의 폭력들>은 제목 그대로 세계 여러 곳에서 평화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는 분쟁의 원인과 실상을 대표적인 다섯 곳의 분쟁지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쟁지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시리아전쟁, 우크라이나 사태, 보스니아 내전, 아일랜드섬이다.

각 지역은 정치, 종교, 민족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안이 얽힌 대표적인 분쟁지역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1장 분쟁의 심층’에서 이러한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체성 갈등으로 진단한다.자기중심주의에 기초한 정체성의 대립과 갈등은 기존의 사회적 균형관계를 깨뜨리고 동요와 혼란의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대립과 혼란이 극에 달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쟁에 자신의 입장만을 투영해 ‘성전’ 또는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선동한다.

결국, 자기 집단의 정체성에 대한 강조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에게는 도전이나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다섯 곳의 분쟁지역이 모두 정치, 민족, 종교 등의 정체성을 자기 집단에 유리하게 이용하고, 이런 정체성의 충돌이 어떤 식으로 분쟁으로 전개되어 나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언제든지 무력충돌을 동반한 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남북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간 또는 한중간의 분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정치분쟁이든 영토분쟁이든 어떤 형태의 분쟁 발생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국제적인 힘의 역학관계도 매우 복잡한 곳이다.

남북은 동일한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정체성은 상이하다. 다른 분쟁지역의 사례처럼 자기 집단의 정체성 강조는 다른 집단에 위협이 되고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어떤 해법이 있을지 이 책에서 다소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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