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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창비 아기책
정호선 글.그림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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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첫번째 그림책으로 무얼할까 고심끝에 고른 책이다.  

사과가 쿵, 달님 안녕 등의 유명해진 외국책을 고를까 하다가,

먹으로 표현된 아이의 통통한 볼, 불룩나온 배, 까맣게 칠해진 콧구멍까지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림에 이책이다 싶었다. 

 

아이가 거울에 뽀뽀하는 장면은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받은 아이가  

주변은 물론 자기자신까지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어  

나도모르게 물끄러미... 들여다보도록 한다. 

 

마흔이 넘은 작가의 첫번째 그림책이라는 점도 맘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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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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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을 때는 강명관의 문체가 조금은 난잡하다 생각했었는데, 맥을 잡지못한 오류였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를 읽고 저자의 기본적 사고방식을 접하고 나니, 다시 읽는 책도 재미있다.
역사서에 전혀 등장하지 않은 주변부의 잡다한 이야기로도, 역사를 보는 혜안을 길러줄 듯하다.
나무를 보는 것과 숲을 보는 것의 차이일 것이다.

어느 시대든, 지배계급은 끊임없이 지배를 정당화하고 유지하려 하고, 결국에는 이로인해 부패해 간다.
예를 들어 조선의 과거제는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합리적 제도로 여겨지지만, 실제 행해진 모습은
대리시험 전문가를 대동하는 등 버젓이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소수가문이 권력을 세습받는 구조이다. 
한데, 이런 심각한 얘기를 시시껄렁한 농담하듯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 강명관 문체의 장점이다.

어우동을 통해 조선사회를 분석한 글은 무자르듯 시원시원하다.
문란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통제할수 없는 성욕을 권력으로 정당화 시켜버리더니
이로인해 출현한 어우동은 그 남성에 의해 정죄되더라는 거다.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그러니 왕이라는 남자의 성욕으로 여러 여자와 간통하는 것도 승은이라는 은혜로 격상시키고,
양반에게 첩제도는 인정하면서 그 자손은 서얼로 차대하는 것도 순식간에 우스운 일이 되어버린다. 

책중에 반촌의 이야기를 가장 흥미있게 봤다.
소고기 금지령이 있었지만, 소고기의 소비층이 조선의 지배계급인 사대부여서(역시나..),
성균관을 둘러싼 반촌은 도살면허를 독점하고, 성균관 유생에게 고기 반찬을 대어준다.
특이한 점은 이 마을이 성균관 유생의 하숙촌이 되면서 이념 서클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는...
범인이 반촌에 숨어들면 유생들의 반발로 더이상 추적을 할수 없는 치외법권지대가 된 것.
어쨋든 지배계급에게 고기반찬을 제공하는 이 고귀한 역할을 수행하는 마을의 사람들은(또 역시나)
노비 정도로 천하게 여겨진다. 친교, 결혼등 어떤 관계도 외부와 맺지 않는다.
고립된 이 마을의 사람들은 폭력적이기도 했다하고, 쓰는 말도 개성 방언일 정도로 일종의 섬이 되어버린다.
성균관이 몰락하면서 반촌은 해체되고 차별도 사라졌다지만,
신분제가 사라졌다고 오늘날 차별이 사라진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한문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자급자족경제를 손에서 입으로 가는 경제라고 표현한 것이나, 
곳곳에 감칠맛나는 우리말과 구어체를 섞어 고매한척 하지 않고,
망설임없이 후련하게 써내려가는 글 솜씨도 책의 재미에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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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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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메세지, 아주 간단명료하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그냥 즐겁게 살아보자..가 아니라, 강하게!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즐겁게 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

큰일난다. 왜?
즐겁게 사는 것은,
나를 누르는 모든 것에 유일하게 복수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거,
곱씹어가며 증오하게 되는 무언가,
저항하고 싶은 어떤 것, 숨막힐듯 지루한 대기,
이런거 한방에... 웃음소리로 복수해보자~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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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무당광대님의 "[시 읽는 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님과의 대화 "

가보고 싶었는데, 김용택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담아 상세히 적어주시니 너무 반갑네요. 언젠가 아이들에게 그림 그릴때 빈곳없이 빽빽하게 색칠하라고 했던 그 선생님 말씀이 너무나도 투박하면서 아, 그렇구나 무릎을 치게 되었죠.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든 글을 쓰든, 찬찬히 잘 관찰하고 꼼꼼하게 색칠하고 꼼꼼하게 써내려가는 것, 그것이죠. 이놈은 커서 시인되겠네, 너무 재미나요. 님 글을 읽으니 당장 시한편 꺼내 읽어야겠단 생각,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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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kenssu > 유쾌하고 친근한, 쏘셜 디자이너 박씨 아저씨

오늘부터 박원순 변호사님을 디자이너 박, 박씨 아저씨라 부르기로 했다.  

막연한 존경을 품으면서도 무어라 호칭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단순히 시민운동가라 하기엔 넘치시는 분 이었는데, 

유쾌하게, 신선하게, 친근하게, 디자이너 박씨 아저씨다!  

 

평범하고 지루했던 일상을 살며시 건드려 주는 강연 내용도 나에겐 무척 신선했지만, 무엇보다도

예의 그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우스개가 섞인듯 아닌듯 진지하고 느릿느릿한 말솜씨,

그리고 얼굴 곳곳에 숨어 있는 주름이며 하나하나의 표정이 어느날 갑자기 주어진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소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요즘 뉴스보며 가슴을 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질문인데, 

여기에 박원순씨 이렇게 대답하신다. 

"왜 당신이 이길로 왔냐 하시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만남을 갖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인생의 본질이 뭐겠습니까, 결국은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우문에 돌아온 현답이었다. 답을 구하려 집에서 한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달려간 것은 아니었는데, 

뜻하지 않게 우연히도 오늘, 박원순씨로 부터 현답을 얻게 되었다.  

 

오늘 나는, 박원순씨 표현대로 "우리 사회 비밀의 문"을 빼꼼히 들여다 보았다. 

아직 과감하게 발을 들여놓지는 못하고 엉거주춤 하지만,

천천히 삶을 돌아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가치를 소중히 하는지...

그리고 삶이 항상 깨어있을 수 있는 작은 방편으로, 사회에 대한 어두운 고민을 재미난 아이디어로 변환해 보려한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박수를 치며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여러분" 하던 디자이너 박의 목소리가 가슴깊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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