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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운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콜센터 주운씨를 읽으면서 지난 회사 생활이 생각나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지난 1월 퇴사를 하고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없는 리프레시 기간이라 생각한다. 읽는 내내 너무 공감됐던 건 이제로 다니다가 죽을 거 같아서 긴 고민 끝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전 직장에서 4년간 갤러리 큐레이터로 근무하였다. 남들은 드라마에서 보던 고상한 직업을 생각하지만, 실상은 적은 페이와 서비스업, 고객 응대, 전시기획, 작품 설치, 작가와의 소통 등 여러 가지 업무를 한 번에 해야했다. 나 또한 주운씨처럼 남들은 나보다 힘들 것이고 그래도 나는 근무환경이 다른 곳보다 좋으니까 괜찮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점점 늘어가는 감정노동과 떨어지는 자존감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족한 사람 같았다.
갤러리에 앉아 손님을 맞이하고 업무를 하고 있으면 나를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명할 때도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게 꼬투리 잡힐 수 있으니
말투와 단어선택에도 하나하나 신경이 쓰였다. 전화 받을 때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도 죄송하다 사과하며 심장이 쿵쾅뛰었다. 그 내용에 대해 윗선에 보고할 때면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노련해져 융통성있게 처리했지만 그럴수록 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퇴사하고도 종종 회사와 관련된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계속 화를 내고 있고 깨고 나서도
그 찝찝함이 오래간다. 주운씨가 쓴 콜센터 얘기는 밝은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퇴사를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올라온다.
나도 그렇고 주운씨도 그렇고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분명 힘든 순간은 맞지만, 그 과정을 이겨낸 당신에겐 행복만이 남아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