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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수경은 열다섯 평 낡은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전업투자자인 남편 우재, 사기로 집을 날리고 수경의 집으로 온 부모님, 남편 형 주재가 잠적하고 오게 된 조카 준후와 지후까지 여섯 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수경은 사실상 집안의 가장입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남편과, 사기범을 잡으러 다니는 아버지는 벌이가 없었고 어머니 여숙만 청소일을 하며 돈을 벌어왔습니다.
어느 날, 수경이 새로운 거래처와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그것을 축하하는 회식을 하게 됩니다.
회식을 하던 동료가 수경의 음료에 졸피엠을 넣고 잠든 수경을 모텔로 데려갑니다.
수상히 여긴 모텔 사장의 신고로 미수에 그치지만 수경은 그 트라우마로 사직서를 냅니다.
수경이 퇴사하고, 수경을 돌보기 위해 엄마마저 일을 그만두게 되자 집안에 돈을 벌어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됩니다.
방황하던 수경은 상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배 배송일을 시작하고 가족들도 그런 수경을 돕습니다.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 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 (p.21)
노동현장에서 수경과 비슷한 일을 겪는 여성은 많습니다.
이런 일들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무너뜨립니다.
그 상처 속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애를 쓰는 수경의 모습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인 ‘헬프 미 시스터’는 오직 여성들만 사용할 수 있는 심부름 앱입니다.
수경과 어머니가 일하는 ‘헬프미 시스터’. 아버지 천식의 뚜벅이 음식배달, 우재의 대리운전 모두 플랫폼 노동을 합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문제와 제도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서 변화를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천식과 여숙이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 매던 모습은 아마도 어른들의 흔한 모습일겁니다.
그런 천식과 여숙이 앱을 이용해 일을 배당받고 직원의 도움 없이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모습은 세상 앞에 무너지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경 가족이 모습 같아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그들 모두 이렇게 한마음으로 함께 있다는 것이 기적.
그들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해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기적.
그들 모두 웃고 있다는 것이 기적.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모든 게 기적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p.338)
황산벌청년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