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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겨울이면 바다에 유빙이 몰려오고 울창한 자연림에는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고 호수에는 철새가 날아오는 곳, 홋카이도,
저자인 다케타즈 미노루가 홋카이도 동북쪽 고시미즈에서 40여 년간 숲속 수의사로 일하며 홋카이도의 특색 있는 자연과 생활상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월별로 일기를 쓰듯 진솔하게 써 내려간 책입니다.
이 책을 왜 4월부터 시작할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북쪽지방에서는 복수초가 가장 먼저 피는 꽃이어서 아이누족은 복수초가 피는 것을 보고 한해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4월이 되면 “꽃이 피었군.”이란 말을 하며 머위 새순을 들고 집을 방문하던 O씨의 덕분에 봄을 실감했고 그것이 저자에게도 새해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홋카이도의 자연과 야생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다친 야생동물들을 저자에게 데려오면 저자는 망설임없이 그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입원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먹이를 찾아 숲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서 낮잠도 자고 낚시도 하며 자연을 오롯이 즐기기도 합니다.
자연과 자연에서의 삶을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저자는 자연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시미즈의 자연과 이야기하는 모임’이라는 재단을 만들어 인공림을 80년에 걸쳐 천연림처럼 만들어보자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찾아온 외지인에게 한나절은 숲속을 즐기고 나머지 반나절은 숲을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부탁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웬일인지 ‘평범함’이 우리 삶에서 잊혀 가고 있다. 평범한 일, 둥우리 상자를 걸어 주는 평범한 일은 찾아온 가족의 환성 속에서 끝이 났다. 둥우리 상자에는 만든 사람과 걸어 준 사람의 이름이 친필로 적혀 있다. 가끔 “내가 만든 집에는 지금 누가 사나요?” 하며 자기가 건 둥우리 상자에 누가 사는지 묻거나 직접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비록 작은 일이지만 자기가 한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또 하나의 고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성긴 숲도 마침내 우거질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숲을 만드는 데 참가한 사람들은 숲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누구도 이 사실을 화제로 삼지 않는다. 다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p.265)
우리는 만들어진 숲을 즐길 줄만 알았지 숲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을 즐긴 만큼 가꾸고 돌봐야 오래도록 그 아름다움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글 사이사이에 사진으로 보여주는 풍경과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 책이 홋카이도를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