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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의 혼돈 - 1688, 세계 최초의 주식투자 설명서!
조셉 드 라 베가 지음, 조성숙 옮김, 김영익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3년 10월
평점 :
저자 조셉 드 라 베가의 <혼돈 속의 혼돈>을 다 읽었습니다. 1688년 암스테르담에서 집필된 세계 최초의 주식 서적으로써 그 가치가 있으며, 내용은 과연 335년 전에 쓰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방대한 주제들과 깊이 또한 있었습니다.
* 철학자 : 그게 무슨 사업인지요?
* 주주 : 이 사업은 가장 공정하면서도 가장 부당하고,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면서도 가장 악명 높고, 지상에서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저속한 사업이지요. 이것은 똑똑한 자에게는 시금석이요, 담대한 자에게는 묘비지요. 유용함의 보고이자 재앙의 원천이며, 한순간도 쉬지 못하는 시시포스의 맞수이자, 불의 바퀴에서 사슬로 묶여 영원히 지하 세계를 또돌아야 하는 익시온의 맞수기도 합니다.
바로 주식에 대한 특징을 위와 같이 저자는 설명합니다. 책의 제목처럼 '혼돈 속의 혼돈'이죠. 똑똑한 자에게는 공정, 고결, 순수하기에 시금석이며 유용한 사업이지만 담대하기만(?) 한 자에게는 부당, 악명, 저속, 묘비와 같은 사업 입니다. 거래를 쉬지 못하게 하며, 벗어나지도 못하는 특성 역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688년의 책으로써 꽤 통찰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 가장 인기가 많았으며 또 시발점이 되었던 주식은 1602년에 네덜란드 상인 몇이 모여 64.3톤의 금으로 만든 동인도 회사였습니다. 회사 재산권을 수백 개로 나눠서 주주들이 소유하였으며 정부까지 주주로 참여해 동인도의 향신료와 같은 무역회사로써의 우월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항해가 이어지자 1612년 받은 첫번째 배당금이 무려 이윤의 57.5%를 배당 받았습니다. 연이은 1613년에는 이윤의 42.5%를 배당으로 지급 받아 주주들은 출자한 돈을 다 돌려받은 데다 수익까지 아주 흡족하게 낼 수 있었습니다.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의 과열과 붕괴를 다루는 책들만 보았지 이 정도 수익 수치를 그 시대에서 보았더라면 누구라도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 책 중 : 회사가 설립되고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오늘까지 분배된 배당금이 물경 1,482.5%예요. 게다가 자본 가치도 올라서 5배가 넘었어요.
* 책 중 : 배가 난파되지 않도록 막아줄 밧줄도 있고 폭풍을 이겨낼 닻도 있으니, 장애물은 해결된다는 겁니다. ... 위험은 지극히 낮게 부담하면서 이익은 상상하고 희망했던 것 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지요.
얼마 전에 읽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떠오를 정도로 엄청난 수익이죠. 게다가 위험과 이익에 대한 구분, 계산을 통한 투자는 켈리의 공식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미 이러한 부분들을 인지하고 계산하면서 리스크를 부담했다라는 이야기는 정말 300년 전의 이야기가 맞나 싶습니다.
또한 현대의 투자자들처럼 사업과 시장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집니다.
* 책 중 : 정세가 잠잠한지, 회사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 지, ... 본국으로 귀항하는 배가 많은지, 배에는 화물을 그득 싣고 있는지, 무엇보다도 향료를 많이 싣고 있는 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지요. ...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다 얻었다고 해도 덮어놓고 돈을 잔뜩 거는 건 현명한 짓이 아닙니다. ... 뜻밖의 사고가 터지고 ... 다른 전쟁준비로 주가가 붕괴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지요.
정보의 속도와 양, 정확도 등의 차이이지 주식 투자에 대한 본질적은 부분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똑같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 책 중 : 어떤 투기꾼은 꿈에서 느부갓네살 왕의 조각상이 나와서 바로 주식을 팔았다고 합니다.
* 책 중 : 그들은 주가가 내림세일 때는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이유를 만들고, 한창 과열일 때는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에요.
아무런 근거 없이 직감적, 감정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과 시장을 교란하는 세력들 역시 그 때에도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현대의 투자서적들이 다루고 있는 방대한 주제에 대해 거의 다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책 중 : 첫 번째 부류는 황소들인 '리프헤브헌'입니다. ... 그들은 언제나 주가가 오르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부류는 곰들인 '카운트레미너'입니다. 곰의 작전 개시는 언제나 매도입니다.
하물며 흔히 말하는 황소와 곰의 비유까지도 300여년 전 책인 여기에 나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이 책의 초판본을 왜 소장하고 싶어했는 지 슬슬 알 것 같습니다. 단순히 최초의 주식서적이어서 뿐만이 아니라 내용 역시나 꽤 양적 질적 부분에서 모두 뛰어나기 때문 일 것 입니다.
그 외에 사람[제후(대자본가들), 상인, 투기꾼의 투자 특징], 거래방식[선물, 옵션, ETF, 차익거래, 트레이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중개수수료만을 목표로 하는 중개인들의 탐욕 등 많은 내용들이 나옵니다. 투자 관련 현대의 서적들이 최근에 다루고 있는 주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에 놀랍습니다. 300여년 전이나 현재나 인간들의 본성과 주식의 본질은 똑같은 것이였을까요?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렇게 주식에 대해 잘 아는 저자는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할까요?
* 책 중 : 이러한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굳이 투기하겠다면 상승장에서만 하고 하락장에서는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내가 손해를 입었던 상황이라든가 한 푼도 못 건졌던 상황을 본다면 내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잘 알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충고하는 것도 내가 그 불운을 몸소 겪어봐서죠.
* 책 중 : 정작 관찰한 결론을 내리려고 하니 아무리 지혜를 그러모아도 이 게임을 예측할 수가 없고, 어떤 과학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 책 중 : 불운을 맞은 많은 투기꾼은 현재의 위기가 미로 속의 미로고, 공포 속의 공포며, '혼돈 속의 혼돈'이라
* 책 중 : 평소에는 상승에 돈을 거는 게 자연스러운 성향이고, 가끔만 하락에 거는 투기를 하세요. 지난 경험만 보더라도 대개는 황소가 이겼고 곰은 졌거든요.
* 책 중 : 첫번 째 수칙, 매수하라, 매도하라 조언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두번 째 수칙, 놓친 이익을 안타까워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챙길 수 있는 이득은 다 챙기라는 겁니다. 세번 째 수칙, 주식 거래로 버는 이익은 고블린의 보물 같은 겁니다. 어느 순간에는 카벙클이던 것이 석탄 조각이 되었다가, 다시 다이아몬드나 부싯돌이고, 또 어떤 때는 아침이술이거나 눈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수칙 이 게임에서 이기길 바라는 사람은 누구든 인내와 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되도록이면 투기를 하지말기 바라며, 만약 돈을 걸려면 상승장에 걸되 인내와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든 가격은 변동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정도로 결론 맺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자 역시 투자로 성공하기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썼으며, 훌륭한 언변과 해박함을 가졌음에도 투자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현대시대처럼 어느 정도 투자환경이 건전하고 정보가 투명하고 정직해졌다면 좀 달랐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본질은 늘 동일하고 반복되어 왔기에 지레 짐작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위에 제가 거론한 내용들처럼 저자 조셉 드 라 베가의 <혼돈 속의 혼돈>은 1688년 암스테르담에서 집필된 세계 최초의 주식 관련 책으로써도 가치가 있지만 방대한 주제와 깊이 역시 훌륭하기 때문에 꽤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탐낼만 했습니다. 저처럼 투자 관련 서적들을 소장해가시는 분들이라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며, 다만 초심자들이 잡기에는 그 내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 두께는 얇고 글자는 크지만 저자가 원래 시적이고 언어유희가 담긴 단어들을 많이 추구하는 성향이라 주제가 방대함에도 굉장히 함축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내용 해석이 조금 필요합니다. 서문에도 이 고전을 현대에 내놓을 때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고 애썼다고 하는 데 그 고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제 서평이 책 선정에 도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책을 출판하시고 서평 할 기회를 주신 스마트비지니스 출판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