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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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 먼저 읽게 된 <어머니의 유산>

 

50대 중년 여성의 입장에서 쓴 소설로, 서구 문화를 동경하고 허세를 부리는 어머니. 그 어머니는 소설 속 삶을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외할머니에게서 자랐다. 주인공 미쓰키는 부유하게 자라긴 했지만 언니와의 차별 속에서 성장했다. 유학이나 결혼을 선택할 때 언니와는 달리 충분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결국 사랑받지 못했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1. 소설의 첫 부분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는 내용을 읽을 때 근육이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초고령화 사회에서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자식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돌봄이 이 시대의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나이듦과 죽음, 죽음으로 가는 사람을 간병하고 지켜보는 사람이 생기있기는 쉽지 않을 터. 어렸을 때 어른들의 대화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들의 서사는 다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어떤 누군가의 죽음을 바란다는 것이 이해되는 내가 됐다.


2.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좋지만 싫기도 한, 다정하지만 까탈스럽기도, 따뜻하지만 차갑기도 한. 자식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가 안전한 울타리와 버팀목은 되어 주어야 되지 않겠는가.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돌봄의 존재로 인식해야 할 오늘날, 서로에게 부담스런 존재로 인식되지 않길 바라지만 참 쉽지 않다.

 

3. 아는 선배가 이혼상담을 하고 있는데 한쪽 배우자가 이혼에 협의하지 않는 이유에 경제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결혼과 양육을 병행하기에 어려워 경력단절이 된 여성이 갑자기 이혼을 하게 되었을 때 감당하게 하는 어마무시한 부담감. 소설 속 주인공은 경제적인 어려움은 딱히 없다. 직업인으로 살고 있기도 하고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이 있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 했다라는 걸 인지하지만 그걸 묵인해왔고 결국 남편의 외도와 어머님의 죽음을 겪으면서 이혼을 결심한다. 선배가 한 번씩 말한다. “우리가 일해야 하는 이유.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 , 그건 그렇고 나중에 아이에게 물려준 유산은 생각도 않고 살고 있는데 이를 어쩌나.

 

4.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만 2년째하고 있는 나인데 올해는 꼭 등록해야겠다. 나와 가족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사실 예전부터 많이 생각해왔다.

 

5. 섬세하고 복잡미묘한 등장인물의 성격와 외모를 서술하고 장소와 상황을 묘사한 작가의 놀라운 필력.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작년에 읽었던 <세설> 작품도 떠올랐고,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한 <마담 보바리>, <이방인> 등의 고전소설을 아직 읽지 않은 내게 독서력을 상승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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