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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자리
한지민 그림, 류예지 글 / 핀드 / 2024년 12월
평점 :
📌 서평 한마디
<책의 자리> 이 책을 그림책이라 할 수 있을까!
굵고 짧은 글은 단편 소설을 읽듯 누군가의 슬픈 기억과 그리움을 마주하는 듯 잠시 길을 떠났다가 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서사시다.
작은 방에서 두툼한 책을 만들기 위해 타자기를 연실 두들겼던 엄마는 좁은 방에 쌓여만 가는 책들로 방이 좁았던지 더 크고 넓은 곳에서 타자기를 두들기며 많은 책을 쓰기 위해 사랑하는 아빠와 딸을 남겨두고 머나먼 곳으로 홀로 떠났다. 엄마는 단지 자신만의 세계를 멋지게 만들어 가고 싶었나 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엄마의 타자기 소리가 멈춘 집은 이제는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는 이층집 서점으로 변했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려, 영영 돌아가지 않으려 했던 그곳을 어느 날 문득 그리움이 밀려왔는지 아빠 몰래 훔쳐 들고 도망쳤던 제목조차 완성되지 않았던 엄마의 그 책을 안고선, 어엿한 화가가 되어 엄마도 없고 아빠마저 떠나고 없는 그곳을 이제야 비로소 찾았다.
그토록 싫었던 옛날 고향 집. 그러나 아빠의 손때 묻은 향기에 이끌려 달라진 풍경 앞에 발길을 돌리고 싶었지만, 엄마의 책인지 아빠의 인지도 모르는 제목 없는 책과 함께 장성하여 어엿한 화가가 작가는 이제는 제법 묵직한 책과 함께 한 발 한 발 서점 안으로 들어간다.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란 얼마나 세월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할 때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과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돌려주지 못한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되돌려 놔야 할까. 아무리 늦었다고 할지라도…
이 그림책을 보면서 드는 감정(생각)은 그리움, 외로움, 기억, 아픔, 상실, 빈자리, 안개, 향기, 품, 가족, 연민, 고향, 세월, 아련 이란 단어만 떠오른다
<책의 자리> 이 그림책은 너무나도 몽환적이다. 인물의 각 사람은 주로 뒷모습과 옆모습의 눈, 코, 입의 형체는 전혀 보이지 않아 왜인지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보고 싶은 마음의 그리움이 물씬 풍긴다. 더욱이 자작 나무판에 그림을 새기고 수채 물감으로 색을 입히는 수성 목판화로 작업, 마치 무언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듯 그림 너머의 이야기는 따뜻한 추억의 시선과 다정, 다감한 일상의 그리움이 물씬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