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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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하루
오늘은 서평을 야밤에 남겨본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성격이 활발하고 사교성이 있어 친목의 분위기로 그 자리를 즐길 뿐, 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나도 이제는 성인이다.’라는 심정으로 얽매였던 족쇄에서 벗어나기라도 한 듯 밤을 새워 술을 마시다 집도 못 찾아가고 친구 집에서 자다가 새벽같이 일어나 기어서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날의 경험 이후 나는 필름이 끊기거나 누군가에 의지해 집을 찾아간 기억은 없다. 간혹 한 잔의 유혹으로 볼이 발그레했던 경험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받아든 순간 벌써 책에서부터 술 냄새가 그윽이 나기 시작했다. 단지, 술 한잔의 거한 기분으로 취중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줄 알았는데 두 주정뱅이의 ‘문학적 씨부럴’이라는 겉표지와 약간의 취기가 올라온 상태에서 거하게 욕으로 써 내려간 책의 내용을 보면서 다소 놀랬다. <이런 책도 읽어 봐야겠구나…>

두 작가는 나이 차이는 있지만, 어자피 술에 취하면 다 친구인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편지를 주고받으며 취중 농담이 아닌 두 작가의 과거를 회상하며 술과 연관된 썰을 단백하지는 않고, 담배 연기 자욱한 어느 술집과 자취방 등 알코올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곳에서 가식과 가면이 아닌 ‘날 것’의 이야기를 한다.

술은 친밀감의 보증이라 이하진 작가는 말한다. 서먹서먹한 사이지만 한두 잔의 술잔이 오고 가면 분위기에 이끌려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친밀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술이 깨면? 그 관계가 다시 서먹서먹해지는 것은 왜일까? 나 역시도 서먹서먹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술자리에 합석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쩔??

미성숙한 어른은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자기 파괴적 양상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술을 마시는 행위라 한다. 그리고 그 파괴적 양상은 반어법으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의 행위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기분좋으라 먹는 것이 오히려 기분 나빠질 수 있고, 기분 나빠서 먹는 술은 오히려 좋아지고. 술은 알다가도 모르는 정체모를 무엇이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순 없다. 삶이란 고되고 힘들고 언제 어느 때 태풍의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지 모른다. 그렇다고 매일 움츠리고 살 순 없지 않나.

삶이 누군가에게는 진한 장미꽃 향기라면 그 누군가에게는 진한 위스키 한잔일 것이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술기운을 빌어 솔직하면서도 때론 거친 입담이 오고 가긴 하지만 무엇보다 ‘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좋다. 좋은 글 작가가 되기 위해 담배 연기 자욱한 공간에서 위스키에 ‘날 것’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간 두 작가님의 취기 어린 얼굴을 책을 통해 마주하는 듯 하다. 무엇보다 거짓 없이, 꾸밈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술냄새 쩔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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