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책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다.
한 권의 책을 펼치면 일주일 가까이 잡고 있는데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내가 봐도 읽는 속도가 느려 고민이다. 이런 이유가 나는 책을 꼭꼭 씹 듯 읽어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책을 읽을 때 눈이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정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책 읽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느리게 읽다 보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앞에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는 것인데 그것도 한 번 두 번이지 그 이상이 되면 어느새 책 자체가 읽기 싫어졌다. 두께가 얇은 책은 그나마 괜찮지만, 두꺼운 책은 아예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책을 느리게! 다시 되돌아가서! 두꺼운 책을 기피하는 것! 이 모든 게 문해력이 부족해서라니!
<어른의 문해력>의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13년간 방송작가로 글을 썼고, 현재는 글쓰기 코치로 활약 중이다.
트레이너에게 PT를 받 듯 사람들에게 매일 글쓰기 과제를 내주면서 저자는 생각지 못 한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주제에 맞지 않는 엉뚱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과제 지문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저자는 이것이 문해력 부족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책의 초입을 읽고, 글을 읽고 꼭꼭 씹어 제대로 소화하는 힘 저자가 말하는 '튼튼한 문해력'이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훈련하면 늘까? 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는 책을 꾸준히 읽으면 된다고 했지만, 저자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눈으로만 읽고 끝내는 독서가 아닌, 문해력 체급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답게 책에는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나와 있었다.
문해력 체급을 결정짓는 근육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문해력의 토대가 되는 어휘 근육,
맥락이 있는 긴 글을 포기하지 않고 읽는 기술인 독서 근육,
읽고 소화한 내용을 내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구성 근육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2, 3, 4장에서 다루고 있고, 문해력을 키우는데 실용적인 방법들이라 좋았다.
그중에서도 나는 3장 독서 근육 파트에서 다룬 독전감 쓰는 것이 신선했다.
우리가 책을 읽은 후에 쓰는 독후감이 아니라 책을 읽기 전에 쓰는 독전감이라니!
독전감을 쓰는 것은 독서 과정에서 몰입을 돕고, 중요한 내용과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선별해서 거두도록 도와주는 준비운동이라고 한다. 무엇을 하든 준비운동이 가장 중요하니 나는 직접 활용해 볼 생각이다.
또 하나 꼭 활용해 보고 싶은 것은 활자 중독이 되어보라는 것이었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전단지 속 문구 혹은 물티슈에 있는 문구, 약통에 있는 복약지도서까지 이동을 하면서 읽어 보는 것.
길거리의 간판이나 상점 벽에 붙어 있는 홍보문구를 눈여겨보면서 어색하거나 지나치게 경직된 문구를 자연스럽게 고쳐 보는 것.
대중교통 이용 시, 광고판이나 요즘 유행하는 카피를 읽어 보는 것.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활자와 친해져야 한다는 저자는 위와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것이라 바로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모르는 단어를 그냥 넘기지 않고 찾아보는 습관, 문장 한 줄에서도 의미를 꺼내보려는 작은 성의를 보여야겠다고 느꼈다.
평소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서 문해력을 키우려고 애썼지만, 결국 문해력이 부족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쓰기와 읽기 두 근육이 함께 자라야 문해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들어오고, 숙성하고, 나가고를 반복하는 문해력 키우는 과정을 잘 기억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책을 잘 읽고 싶지만,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아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