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할매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장준영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이를 낳고, 그림책이 좋아졌다.

한 권, 두 권 아이들에게 읽어주다 보면 그림책 특유의 따뜻한 내용과 글에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는데 가끔은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이들 몰래 그림책을 읽곤 한다.

그림책을 읽다 보니 언젠가부터 무광 종이 재질 위에 색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그림의 책이 눈에 띄었는데 나는 그런 그림책을 볼 때마다 서정적인 느낌에 매료되어 묘하게 끌렸다.

그래서 그런 종류의 그림책이 신간으로 나올 때면 어김없이 서점이건 도서관에서건 꼭 찾아 나도 읽고,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이번에 접하게 된 <봉숭아 할매>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의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도 전에 표지만 보고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봉숭아 할매는 어떤 매력적인 그림과 내용을 담고 있을까?'

'아이들도 엄청 좋아하겠지?'

혼자 속엣말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펼쳐 보았다.

첫 장에는 할머니 집 구석구석을 담은 한 장의 그림이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할머니 마당에는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다.

이 식물들이 할머니 집에서 어떻게 사계절을 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봄 냄새가 나구먼!"

할머니는 이 한마디 말을 하고, 옥탑 텃밭에서 손녀 은지와 함께 봄맞이 씨앗을 심는다.

식물들로 가득한 이 옥탑은 어느새 아이들의 자연 놀이터가 되고, 할머니의 쉼터가 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할머니는 옥탑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봉숭아 꽃을 따다 은지와 손톱에 봉숭아물을 예쁘게 들인다.

가을이 되면 텃밭에서 수확한 파, 무, 가지, 방울토마토, 호박 등 이웃들과 나눠먹고, 겨울이 되면 그곳에서 김장을 한다.

할머니의 옥탑 텃밭은 사계절 내내 싱그러움이 있고,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아이들을 어릴 때만이라도 이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었다.

지금은 애써 찾아가야만 사계절을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봉숭아 할매>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계절마다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 손톱에 예쁜 봉숭아물을 들여보자 약속도 했다.

<봉숭아 할매> 그림책 덕분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보는 내내 아이들도 나도 너무 행복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살다 보면 어려울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사람마다 그 시기를 넘기는 방법이 제각각인데 나는 주로 살아있는 조언을 듣기 위해 에세이를 찾아 읽는 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이 딱 그런 책이었다.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응원해 주는 책의 정체는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선생님의 저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강한 끌림을 느낀 나는 책을 펼치고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만 부 돌파 기념 에디션으로 나온 이 책의 원래 제목이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내가 미혼이었던 시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구입해서 읽고 지금까지도 우리 집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책이다. 예전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전혀 다른 상황에서 다시 읽게 되다니! 너무 기대되고, 설레었다.

 

 

저자는 꿈을 펼쳐보겠다며 개인 병원을 차린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파킨슨병은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는 증상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저자는 이 병을 진단받고 한 달간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병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저자는 깨달았다.

누워있는다고 달라질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하루를 살았고, 다음 달을 살았고, 지금까지도 잘 살아내고 있다.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이든 다 잘해 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방치해 두었던 자신을 챙기며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그간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나는 특히 이 부분을 읽고,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자신이 얻은 병으로 인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나 역시 아이를 낳아 기르기까지 부모의 마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길에서 만난 아이를 울린 부모들을 보면 쉽게 얘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저자 역시 그랬을 것이다.

병을 고치는 사람으로 평생 살 것이라 생각했지만, 병을 얻게 되면서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나는 그런 저자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책에는 절대 겪지 않으면 모를 한 사람의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나는 그것이 살아있는 경험이고, 조언이라 너무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책에 담긴 저자의 책을 다 읽은 한 독자의 말처럼 그녀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별에서의 이별 - 장례지도사가 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양수진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을 읽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펼치자마자 책 속으로 나를 빠지게 했고, 눈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적게는 하나의 직업을 많게는 여러 개의 직업을 선택한다.

자의든 조건에 의해서든 어쨌든 우리는 직업을 선택했고,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해내기 위해 매일같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나는 이 직업을 오래 그리고 맡은 바 임무를 잘 해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요건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책임감인 것 같다.

 

 

저자는 책임감과 덧붙여 사명감이 필수인 직업을 선택했다.

듣기만 해도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직업인 '장례지도사'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장례지도사가 된 저자는 무수한 현장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고인이 되신 분들과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때 느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엮어 탄생한 것이 바로 <이 별에서의 이별>이다.

책 내용이 비단 생각에만 그치는 것은 또 아니다.

저자가 어떻게 장례지도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일들을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해 어떤 부분에서는 상상되어 조금 무섭기도, 아찔하기도 했다.

글을 쓸 때 저자는 이런 부분 때문에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무서움 감정 뒤에 더 크게 몰려온 슬픔이라는 감정 때문에 한참 마음이 이상했다.

언젠가 나도 이런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거란 생각에서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경건해졌고, 한없이 저렸다.

 

 

최근 나는 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으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비통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었고,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죽음에 관해 말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무겁게 느껴진다.

저자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초입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음을 미리 떠올린다는 것은 삶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현재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나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잘 살아내야 한다고.

그것만이 숭고한 죽음에 대한 예의라고.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Vol.07 - Special Issue DIVERSITY
포포포 편집부 지음 / 포포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임산부 입문서라 불리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구입해 출산준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후 아이를 출산하고 소아과에 다닐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곳에 놓인 육아 관련 매거진을 볼일이 많아졌다. 매거진을 통해 육아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유행하는 육아템 정보를 얻기도 했다.

경력자 엄마가 된 지금은 '임신 출산 대백과'도 '육아 매거진'도 아닌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즐겨 보는데 읽는 책마다 어쩜 내 마음을 담은 듯 하나같이 공감이 가서 뭉클해질 때가 많다.

읽으면 읽을수록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 세상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또 엄마가 아닌 양육자들에게 두루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포포포 매거진 7호>을 만나게 되었다.

포포포(POPOPO)는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POssibilities의 약자로 가능성, 그중에서도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아직 조명되지 않은 누군가의 잠재력과 서사를 발굴하고 함께 연대해 나가는 여정을 지면으로 기록해 나가는 것이 <포포포 매거진>이다.

세상에 이런 매거진이 있었다니!

이 매거진을 보는 순간, 내가 그토록 소망하던 엄마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은 매거진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포포포 매거진 7호>의 주제는 '다양성'이다.

언젠가 내가 읽은 책 중에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포포포 매거진>은 내가 읽었던 그 글과 일맥상통하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칫 먼 나라 느낌이 들 수도 있을 법 하지만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읽는 글마다 깊이 있게 다가왔다.

삶의 다양성을 바라보는 키워드로 친절, 존중, 관용, 이해 네 가지 시선으로 목차를 구성해 내용이 알찰 뿐만 아니라 정말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포포포 매거진>의 매력이라 생각됐다.

다만, 내용이 너무 깊어서 여느 육아 매거진처럼 술술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꼭 읽어야 하고, 알아야 하는 내용이기에 그저 읽고 생각하고, 읽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을 터이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분간 나는 <포포포 매거진>에 푹 빠져 살 것 같다.

내용도 너무 좋지만,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태어나서 언젠가 죽는다.

이 당연한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던 건 요양병원에서 일을 할 때였다.

호스피스 병동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나는 그곳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말기 암과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때 다양한 연령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늙어서 죽는다는 당연한 생각이 무너지고,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죽음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잘 죽는 것.

그리고 죽음 뒤에 오는 것들을 내가 미리 알고 있다면 떠나기 전에도 준비는 물론 정리 또한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고, 공부하고 싶었다.

언젠가 우리도 죽음을 맞이할 존재들이니까.

 

 

그래서 이 책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현직 간호사인 마에카와 호마레의 첫 소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는 특수청소 일을 하는 주인공들과 의뢰인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특수청소는 고독사, 자살 등의 현장을 청소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예전 한 티비프로그램에서 특수청소 일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들이 하는 일을 듣고 특별한 곳에서 청소하는 일에 무섭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들은 현장에 가면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그 의문이 말끔히 풀렸다.

 

 

주인공 아사이는 우연히 술집에서 사사가와라는 남자를 만나 그가 운영하는 데드 모닝에서 특수청소 일을 하게 된다.

처음 접하는 청소 현장의 참혹함에 일을 그만두려 했으나 계속해서 일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아사이는 현장 하나하나 접할 때마다 다양한 죽음을 그리고 남아있는 유가족들을 점점 이해하고,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고인을 떠올리며 숙연하게 만듦과 동시에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배워나간다.

아사이가 데드 모닝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면 갈수록 누군가가 떠난 자리의 흔적을 더할 나위 없이 말끔히 지워주지만, 마음속의 흔적은 더 깊이 남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평소 내가 품었던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고,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멀리해야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날이 온다.

그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지금 주어진 삶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이 소설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