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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타이탄들의 전쟁 - 1조 달러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게임의 법칙
게리 리블린 지음, 김동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AI 타이탄들의 전쟁>은 제목만큼이나 치열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뒤에서 얽히고설킨 권력 다툼과 전략 경쟁을 드러내 주기 때문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저자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탐사 전문 기자답게 오랜 기간 실리콘밸리 인물들을 직접 만나 듣고 기록한 내용이라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먼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라 하면 독창적 기술력과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우리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미국 기업의 모습과는 달랐음을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윈도우체제의 점유율을 이용해 클라우드와 오피스 경쟁자 기업을 눌러버리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 위에서 보수적 선택을 반복하다가 오픈AI와의 협력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 과정은 의외이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서 성공했다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동맹을 맺는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졌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또한 이 책은 현재의 AI 경쟁만을 다루지 않고 인공지능이 어떤 역사를 지나 지금의 자리에 왔는지도 짚어냅니다. 1958년 개념이 등장한 이래 인공지능은 여러 차례의 기대와 좌절을 겪었으며 오랜 기간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70년 가까이 반복된 정체와 후퇴 속에서 왜 최근 들어 폭발적인 발전이 가능했는지를 설명해 주는데 그 과정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자본의 규모, 데이터의 축적, 사회적 수요와 맞물려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지금의 AI 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긴 역사적 맥락 위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 산업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의 행보를 통해 현재의 권력 구도 역시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투자자 리드 호프먼은 오픈AI와 인플렉션 AI의 창립 멤버로서 자본이 산업의 방향을 어떻게 이끄는지 잘 보여주는 예시로 나오며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딥마인드 공동 창립자이자 인플렉션 AI 창업자로 시작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 영입되는 여정을 통해 스타트업이 맞닥뜨린 현실적 한계를 드러냅니다. 술레이만의 실패와 이동은 곧 AI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AI산업의 규모는 스타트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벗어 났으며 저자는 술레이만과 여러 AI기업들이 거대한 기업에게 무릎 꿇는 것처럼 AI 스타트업이 돈을 벌고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립니다.
<AI 타이탄들의 전쟁>은 기술만을 중심으로 다루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자본, 권력, 그리고 사람들의 선택이 어떻게 맞물리며 AI 산업의 지형도를 만들어내는지를 균형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해외 전문가들의 저서가 종종 번역 문제로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번역이 매끄럽고 문체도 쉽게 쓰여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산업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기업 전략과 리더십, 그리고 첨단 산업의 미래가 궁금한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