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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답사 0번지 영암 - 월출산의 신령스런 기운이 가득한 고장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방 소도시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여행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월출산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는 인식은 영암을 늘 스쳐가는 여행지로만 머물게 했습니다. 하지만 <남도 답사 0번지 영암>은 그런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듭니다. 방송인이자 여행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송일준 PD는 이 책에서 영암에 반년 넘게 체류하며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한 천년 고을 영암의 진면목을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영암의 역사·인물·문화·음식을 풍성하게 다룹니다. 백제 이전 마한의 흔적과 고분, 왕인박사·도선국사·최지몽 같은 역사적 거인들, 조선의 연애시 묏버들가와 홍랑의 비극, 을미왜변의 영웅 양달사 장군과 효자이자 무인이었던 김완 장군의 사연 등, 영암이라는 한 지역에 이토록 많은 스토리가 응축돼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역사에서만 끝나지 않고, 우리 민족의 사유와 풍습, 심지어 일본 고대 문명과의 접점까지 확장되는 이야기 구조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또한 책은 단지 역사만 나열하지 않습니다.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간 영암어란, 독천 낙지 거리에서 탄생한 갈낙탕, 전국 최고가로 팔렸던 영암참빗 등 지역 고유의 음식 문화와 생활사, 예술을 아낌없이 담아냈습니다. 김여익, 김준권, 김지평, 하춘화, 하정웅 같은 인물들을 통해 영암의 현대적 자산 또한 풍부하게 다뤄집니다. 특히 하정웅 기증으로 세워진 하정웅미술관의 이야기는 고향을 향한 재일교포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남도 답사 0번지 영암>은 단지 여행지 소개서를 넘어섭니다. 저자가 거주하며 직접 체득한 영암의 일상과, 지역민들과의 생생한 교류가 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책의 두께는 무려 560쪽에 달하지만, 방송작가로 단련된 저자의 구어체 문장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남도답사 0번지’라는 제목은 남도 답사 1번지 강진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제로 영암이야말로 남도 역사문화 탐방의 출발점이자 중심지임을 입증하는 데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 정보를 찾는 사람보다 남도라는 공간의 역사와 정신, 뿌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 큰 가치를 선사합니다. 지역학자, 여행 작가,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모두에게 권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영암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마주하고, ‘남도’라는 공간에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가장 알맞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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