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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직장인_헛웃음_에세이
안노말 지음 / 사이행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운영하는 브런치 코너에 들렀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처방전처럼, 처방 브런치 글을 소개해주는 재밌는 코너였는데,
브런치 작가인 안노말 님도 책을 출간한 모양이다.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타야할 때면 고민하게 된다. 끔찍한 지옥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멀쩡했던 몸뚱이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만 타면 메스껍고 어지러워진다.
맨날 타는 지하철 노선인데도 지하철 앱을 들여다보며 남은 정거장 수를 세고 몇 분 남았는지를 확인한다.  

 

"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표지"를 보면서 앗! 깜찍해! 이렇게 말했다.
지옥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귀여운 그림. 앙증맞게 한쪽에 서류가방을 끼고 있다.

 

출퇴근 지하철을 타면 늘 생각했다.
다들 괜찮은 걸까? 다들 다닐만 한 걸까?
나만 힘든 건가?
빈자리가 나면 질세라 달려들고, 앉으면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고, 저마다 작은 모니터에 골몰하여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고,
여름에는 서로의 땀 냄새를 참고, 겨울에는 타인의 꿉꿉한 패딩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힘겹게 도착한 곳은 끔찍한 직장이다.
여러 종류의 가면을 바꿔 쓰며 나 자신을 가리고 내 욕구를 절제해야 하는 곳.

그런데 첫 인사가 "좋은 아침!"이라니. 굿모닝? 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절로 드는 생각이다.

 

다들 괜찮은 건지, 나만 회사 생활이 힘든 건지, 너무너무 힘이 들 때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
사실 너~ 무 힘들어도 현실적으로 퇴사는 힘드니까.
다녀야 한다면 정말 기쁘고 행복하고 호기롭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니면 좋겠지만,
때로 회사 생활이란 너무 힘드니까. 

 

​다만, 신입사원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ㅠㅠ 처음부터 이렇게 지친 마음으로 회사를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회사 생활에 너무 지쳤지만 털어놓을 곳 없고 나만 지쳤다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큭큭큭 웃으면서 보기 좋을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빵터졌다.

"팀장님 여쭐 게 있는데요."라고 말하지만 진심은

"팀장님, 엿 줄 게 있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들었지만 왠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안녕히 개새야."라고 들리는.

​웃픈 현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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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국의 시간 - 당신은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나요?
조한혜정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선망국의 시간》


작가는 언젠가 지식인의 서재에서 눈여겨봤던 이름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쓰셨다고 하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이 책은 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화두들을 짚어본다.

 

"당신은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나요?"

표지의 사진과 문구가 인상적이다.

민트색 표지. 넉넉한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는 모습.

제목을 보며 선망국이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했다.


서문에서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선망국에서 선망국으로 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돈과 권력으로 먼저 망가진 나라에서 모두가 부러워할 선망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

삶을 잠시 멈추고 쉼의 시간을 가지며 우리(시대)의 삶을 되돌아보라 권한다. 

"그간 오로지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통합을 강조하며 달려온 '국민'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연대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자발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민'"이 되기를 촉구한다(18쪽).


남북통일에 대해 저자는 소설가 박민규가 경향신문에 실은 기사("우선은 그저 서로의 ‘실익’을 얘기하자. 하나의 겨레였느니 그딴 소리 접어두고 이익과 생존을 목표로 한 ‘각자’와 ‘각자’로 서로를 존중하자. 한 걸음 한 걸음 끝까지 너는 너를 위하고 끝까지 나는 나를 위하자.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나를 위한 일이 너를 위한 일이었음을, 그래서 너가 나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각성하자.")를 인용하며, 단일성과 통합을 강조하는 '통일'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다양성과 생태적 감각, 곧 시민적 공공성을 바탕으로 남북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20-21쪽).

이 부분을 읽으며 무척 공감했던 것은 '남북통일'의 가능성이 열렸음을 느꼈을 때, 뜨거운 애국심과 함께 내가 모종의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경쟁 중심적이고 성취 중심적이며 수비 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영성과 명상을 회복함으로 새로운 방식으로의 내면적 자아를 획득해가려는 움직임(37쪽)"이라는 부분에서 내 안의 모순과 결핍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잣대가 아닌 내 줏대로 살아간다면, 그래서 사회와 나를 분리시키지 않고 사회 안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를 중심으로 내 주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회를 더 좋게 만들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5쪽에 실린 '성미산 마을'이야기를 보며 '이웃'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이웃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종종 외국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웃 간에 어울리고 만나는 장면을 접하는데, 그럴 때면 정말 남의 나라 얘기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웃은 모두 온라인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기야 나도 맛있는 음식점을 알게 되면 아랫집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다. 이웃은 정말로 온라인에만 있다.

전에 사과가 많이 생겨서 아랫집 두 집에 나눠드렸는데, 너무 송구스러워하고 불편해하시길래 나눠드리고도 찝찝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씁쓸한 기억이 난다. 성미산 마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아이들 교육이 목적이어서 서로 이웃이 소통하고 사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이유로 이웃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칼럼은 〈고요하고 넉넉하게 늙어가기〉(143-147쪽)이다. 때로 나는 '전쟁같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도태되는 느낌을 받는다. '늙어가기'라는 말을 쓰기엔 아직 내가 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은 스무 살 언저리가 되면 자라기를 멈추고 이후에 모두 늙어가니까. '일상의 성화'라. 때로 커피 한 잔에 일상을 '성화'하려는 내 욕구(?)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위안을 받았다.

144쪽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한옥 마루에서 그는 이제 고요를 즐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이 오리라 믿으며 일상을 하찮게 여겼던 나날, 늘 허기지고 불만스러워하면서 함부로 몸을 굴렸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 그는 '일상의 예술화'를 시도했던 19세기 사회주의자 윌리엄 모리스의 책을 읽고 있었고 '일상의 성화'라는 단어를 즐겨 썼다.

145쪽 '일상의 성화'를 말하면서 성스러운 것을 발견하는 삶

146쪽 일상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예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 고요가 살아 있는 시간을 우리 안에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환의 시간 > 미래의 시간 > 신뢰의 시간 > 시민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세월호, 광화문 광장, 탄핵, 지진, 핵발전소, 촛불, 입시, 교육, 취업, 노동 등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화두들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게 만드는 책, 공론장 안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책 같다.

때로 나는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원래 그렇지 뭐'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그런 체념을 벗고 사회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함께 올바른 변화를 일궈나가라고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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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예쁜 책을 발견했다. 먹이는 간소하게.

제목을 보며 생각했다. '먹이?' 강아지나 야옹이를 키우는 사람일까?

 

 

'먹이는 간소하게'는 법정 스님의 토방 부엌에 있었다는 말이고, 작가도 따라 해본 것이라고 한다.

제목부터 참 마음에 와닿았다. 하루에 적어도 두 끼를, 최대 세 끼를 혼자 '처리'해야 하는 나의 경우도 먹이는 간소해야 한다.

조리 과정이 한 단계 한 단계 늘어나면, 포기하게 된다.


책과 함께 예쁜 엽서가 왔다. 엽서 뒷면에는 간단한 레시피 등이 적혀 있다.


책을 펼쳤을 때 목차가 예뻐 한참을 바라보았다. 글씨체도 예쁘다.

먹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여름 먹이 사진을 찍었다.

토마토 먹이가 많았다.

 

첫 번째 음식은 달래달걀밥이었는데, 읽는 순간 군침이 꿀꺽 나온다.
간단하게 그린 그림인데도 음식의 특징이 잘 살아 있다. 소박하고 맛있는 밥상. 
 
잔잔한 그림과 글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졌다.
힐링- 위로- 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을 읽어야만 마음이 잔잔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그래 이렇게 따뜻하게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그린 작가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빨간 머리, 갈색 윗도리(티셔츠일까 남방일까 스웨터일까), 보라색 바지를 입고 있다.
노란색 개(고양이일까?)도 함께 있다.
독특한 색의 조화다. 집 지붕은 초록색이다.
정말로 작가의 집 지붕은 빨간머리 앤이 사는 집처럼 초록색일까?
작가의 머리카락은 빨간색일까?
그림을 보면서 느릿느릿 생각했다.
 
그동안 한번도 효소를 만들어보지 않았는데 오미자 효소가 자주 나와서 궁금했다. 오미자 효소는 가을 먹이에 소개되어 있다.
오미자 효소 만드는 레시피가 너무나 심플하다. 언젠가 따라해보아야지!
 
언제나 고기류를 먹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는 나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115쪽 이웃이 방금 낳은 달걀을 파신다기에 조금 샀다. 달걀은 어쩔 수 없이, 혹은 유일하게 내가 가장 많이 먹는 육식 먹을거리다. (중략) 달걀 또는 닭고기가 만들어지는 환경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모든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면 내가 이런 것들을 먹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밀려온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나 유제품을 먹을 때 살짝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서 재배한 먹거리를 먹고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는 산다.

(물론 나는 수입산 체리, 수입산 초콜릿 등 말도 안 되게 멀리서 온 먹거리를 좋아한다.ㅠㅠ 생각은 하는데, 실천은 전혀 못함;;)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책과 그림, 전시회 등 바쁜 생업 중에도 직접 농사를 짓고 길러서 먹이를 마련한다.
얼마나 바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엄마 얘기가 나오는 복숭아조림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에는 작가가 엄마랑 복숭아나무를 사다 심는 내용이 나온다.

 

104쪽 "엄마가 언제까지 네 옆에 있겠니. 하지만 이 나무는 네 곁에 있을거 아니니. 그러니 엄마 나무라고 생각하렴."


엄마쟁이인 나는 이 대목에서 거의 울 뻔했다. ㅠㅠ

 

먹이 만드는 방법

먹이를 그린 그림

먹이에 관한 재미난 사연

먹이에 관한 재미난 사연을 그린 그림

 

구성이랑 글이랑 그림이 조화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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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2 - 하루 5분 국민 영어과외 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2
김영철.타일러 라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걷기운동할 때나 이동 중에 틈틈이 팟캐스트로 영어를 듣는데,

진미영(진짜 미국식 영어)은 그중에서도 가장 부담없이 재밌게 들을 수 있다.


왜냐, 딱 5분이기 때문이다.

(원래 진미영은 김영철의 파워FM에서 매일 하는 코너라는데, 나는 모아서 팟캐스트로 듣는다.)

영어를 그렇게 공부해왔으면서도 왜 말하려고 하면 머뭇머뭇.. 거리는 걸까? 쯧쯧쯧.


진짜 미국식 영어〉는 우리가 평소에 영어로 하고 싶은 말들,

어려운 영어 표현은 아닌 것 같은데 도무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꽉 막혔을 때 참고할 만한 표현들을

쉽고 재밌게 알려준다.


하루에 5분, 하루에 1장으로 한 가지 표현을 익힐 수 있어서 부담이 없고

깨알같이 꼼꼼하게 자주 쓰는 비슷한 표현이나 영어 팁을 정리해놓아 

팟캐스트로 듣고 난 다음에 복습하기에 좋다.

 

이번에 나온 2권은 팟캐스트 150~300번까지 정리되어 있다. (아마도 3권, 4권 해서 쭉쭉쭉 출간될 것 같다.)

열다섯 문장마다 복습하기로 정리되어 있어서 까먹기 전에 살펴볼 수 있다.

이히힝~ 팟캐스트랑 책에서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영어 공부 안하면 나쁜 사람! 

 

<5분 팟캐스트 강의 듣고 책 한 장으로 정리하기. 매일매일 표현 한 가지씩 확실하게 익혀보자!>

구성은 아래와 같다.

 우선 영어 잘하는 개그맨 김영철이 떠올린 표현을 말한다. (사실 이분은 영어 강사 수준이다.)

그러면 원어민 타일러가 진짜 미국식 영어 표현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뒤로 넘기면 타일러가 소개해주는 진미영 한 문장이 등장한다.

책에서 팟캐스트에서 소개해준 관련 영어 표현들을 정리해놓아서 복습할 때 좋다.

 

김영철, 타일러 이 두 사람 너무 굿 캐스팅? 인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정이 간다.

이 책 내가 다 보고 엄마 드리기로 했다. 엄마는 매일매일 영어공부 하신다. 멋져멋져.

엄마 우리 함께 영어 공부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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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혼한 아버지와 아들은 무슨 대화를 나눌까?

내 주변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족 중에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를 가장 안 하는 관계 같다.

그런데 게다가 두 사람 다 이혼을 한 후라면, 사실 대화든 만남이든 단절되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아버지는 50 대, 아들은 28세에 이혼한다) 역시 이틀 간격으로 이혼했을 때만 해도 데면데면하기가 다른 부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들은 이혼 후 마음을 다스리기(또는 비우기?) 위해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브레아 섬에 있는 집안에 내려오는 시골집으로 간다. 소설가인 아들은 역시 작가답게 치유의 방법으로 나무 탁자에 필기도구와 로디아 블록 노트를 준비한다.

 

그런데 절대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 순간, 아버지를 만난다.

'무척이나, 정말 무척이나 혼자 있고 싶(14쪽)'었던 아들만큼이나 무척이나 혼자 있고 싶었을 아버지는 '엉덩이를 붙이는 수고조차 하지 않(14쪽)'고 인사만 나눈 뒤 배를 타러 간다. 아마 여기까지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브레아 섬에서의 마지막 날 저물녘, 별 말이 없던 두 사람이 대화를 트기(?)시작하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 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혼을 한 아버지는, 자신과 같이 아들이 진정한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리고 (아주 비과학적으로 느껴지지만) 흥미로운 발상인데, 집안에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유전자'가 있을 거라며 아버지는 그 기원을 찾기 위해 족보를 뒤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사랑에 실패한 집안 내력이 있는지 족보를 뒤지고 도서관을 뒤지며 고군분투한다.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사랑의 실패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아들에게 집안 내력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아들은 영 귀찮아하면서도 아버지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부끄러움이 많지만 (모순되게도) 지나가는 여자에게는 눈을 떼지 못하는 집안 남자들의 성향은, 한 여자와 오래 사귀거나 결혼을 유지하지 못하는 (그러나 바람은 피우지 않는다ㅎㅎ) 집안 남자들의 내력은, 양복쟁이였던 증조 할아버지 아오우구스틴에게서 시작된다.

 

후훗, '불가능한 사랑의 유전자(279쪽)'를 이어받은 아버지와 아들은

'집안의 저주를 이겨내(287쪽)'고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생략한다. 읽어보시라! ^^)

 

원제는 『L'ORIGINE DE NOS AMOURS』 인데,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니 '우리 사랑의 기원'이라고 나온다.

실제로 이 책 82쪽에도 '우리 사랑의 기원'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은 무척이나 유럽스럽고 프랑스 특유의 위트가 많이 담겨 있어서 『프랑스 남자의 사랑』이라는 제목도 좋은 것 같다!

내 경우 오랜만에 '프랑스'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어서 이 책이 끌렸다.

브레아 섬, 베르사유 등 프랑스 지역 곳곳이 등장한다. 읽으면서 괜히 구글 지도로 찾아보고 그랬다.

 

책을 덮었을 때, 내 감정은 아래와 같이 정리되었다.

1. ('늙은이'라는 표현이 듣는 사람에 따라 조금 불편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죽음에 가까운 삶의 끝자락에 이른 늙은이의 꿈이 '아들의 애정전선에 문제 없음'이라는 것이 멋졌다.

눈 감기 전에 자식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건 프랑스나 한국이나 똑같은 부모의 바람인가보다.

2. 그런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려고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부자 간의 정'을 느꼈다.

 

243쪽

그때 난 막 내 안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 그 계획에 대해 아버지께 말씀드릴 시간이 미처 없었다. 오로지 아버지만을 위한 책, 오로지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 오로지 아버지가 좋아하는 몽파르나스 대로변의 서점 진열장에서 내 책이 걸려서 그 앞을 지나가는 아버지가 그 제목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헤드 레이스'란 제목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또 이 부분에서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극진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들은 '에릭'으로 나온다. 이 책의 작가의 이름도 '에릭 오르세나'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책이 저자의 자전적 소설인가 궁금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맨 뒤 옮긴이의 글에 어느 정도 자전적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313-314쪽

에릭 오르세나란 이름은 필명이고 본래의 이름은 소설 속에서 소개되었듯이 오래전 쿠바에 정착한 에릭의 먼 조상님처럼 아르누이며, 소설의 화자 에릭이 그렇듯이, 실제로도 에릭 아르누(오르세나)이다. 삼 남매 중 장남이며 집안 대대로 파리 서쪽 동네에 거주했다거나 하는 등 『프랑스 남자의 사랑』 속의 화자 에릭(그는 작품 속에서 설가로 나온다)과 그 소설을 쓴 작가 에릭의 삶은 거의 대부분 겹쳐진다.

그런데 소설에서 작가의 자전적 면면이 드러난다 한들, 그게 독자들과 무슨 상관일까? (중략)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그것이 자전적이든 자전적이 아니든, 허구든 실제든, 그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몰입하고 공감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옮긴이의 말이 맞다.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니까 순수하게 소설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참참참! 표지가 너무 예쁘다. 실물 미모가 뛰어나다. 요즘 서점에 가면 책이 아니라 선물같이 예쁜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렇게 예쁘다.^^

겉표지를 벗기면 안쪽 표지도 예쁘다. 세심한 디자인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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