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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없는 뽑기 기계 - 2020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3월
평점 :
[꽝 없는 뽑기 기계]의 초반부는 마치 공부를 안 해도 시험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이라도 발견된 것 같은 분위기로 시작한다. 뽑기기계에서 좋은 상품을 뽑고 싶지만, 1등같은 좋은 상품에 당첨될 확률은 아주 낮다. 등수가 낮은 상품이 걸릴 확률이 훨씬 높을 뿐더러, 심지어 아무 상품도 없는 꽝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희수가 안 보이다가 갑자기 나타난 듯한 길을 따라 가자, 처음 보는 뽑기 기계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꽝이 없는 뽑기 기계, 뽑기 버튼에 손을 대기만 해도 상품이 쏟아져나올 것만 같은 기계다. 그리고 막상 그런 기계가 나타나자, 이 작품은 마치 이런 질문을 대놓고 던지는 듯한 분위기로 바뀌어버린다. "그런 기계가 있다면, 정말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초반부는 더말할 나위 없이 그렇다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꽝이 없는 뽑기, 뽑기를 돌릴 때마다 상품이 나오는 뽑기, 게다가 뽑힌 상품들도 하나같이 신기하고 근사한 것들이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희수는 행복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행해진다. 뽑기 기계의 상품은 하나같이 멋진 것인데도, 오히려 아이는 행복과 더욱 거리가 멀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진짜 의미와 이유가 밝혀지면서, 이 작품은 더없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실패란 없는 것이 오히려 행복이라는 감정을 사라지게 만든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의 의미를 깨닫고 이해했을 때, 애절할 정도로 아련한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아이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이야기면서, 동시에 어른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한자어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단어를 주로 사용했지만, 유치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이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색감의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울리며, 작품 분위기나 주인공인 희수 등 캐릭터의 감정에 따라 색감이나 묘사 등이 절묘하게 바뀌는 부분은 작품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고, 이해하고 읽으면 감동적인 신기한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