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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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라는 부제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압축적으로 집약해 담아낸다. 한 사람이 모두 동등한 한 표를 가지고 투표하며, 특히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나라 단위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그 말에 대해 자유롭게 반박할 수도 있다. 이런 구조는 민주주의와 투표제를 꿈꾸면서 그런 것이 없던 시절 투쟁했던 사람들이 그토록 꿈꾸던 모든 것이 출현하거나, 얼마든지 가능해질 수 있는 환경처럼 느껴질 것만 같다.


이 책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울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세세하게 먼저 보여준다. 외국인이 한국을 딱히 의식하지 않고 쓴 책인데도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상당수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독자 입장에서 익숙하고 잘 이해되는 대목이 많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들리고, 한국에서도 그렇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은 이 책의 전체적인 화두 그 자체를 담고 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가. 신분제에서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권력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결정했지만, 오늘날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소수의 결정권자를 다수의 사람들이 투표로 뽑는다. 사람들에게서 인기가 없거나, 인기를 잃어도 납득은 된다는 민심의 최저 기준조차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소수의 결정권자는 다음 선거에서는 결정권자 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일은 여전히 일어난다. 거기에서의 소수가 직접적인 권력을 가진 결정권자일 수도 있지만, 그런 권력은 전혀 없는 사람일 때도 많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흔히 소수가 다수를 선동한다는 표현으로 정리되는 현상에 대해서, 그것이 단순한 선동과는 다르다는 것부터 이야기한다. 당장 듣기에 그럴싸하지만 알맹이는 없거나 오히려 종합적으로는 손해일 아이디어에 대해서 어쩐지 당장은 통쾌한 기분이 들어서 차츰 동조하게 되는 사람들. 특히 인터넷 세계에 최적화된 현상. 소수가 다수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무대에서 저런 이야기를 크게 떠들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내쫓으면, 어느새 그런 이야기가 마치 소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다수 의견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실질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의 규모와 무관하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현상 자체는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흔하고 익숙하다. 그리고 이 책은 흔히 사람들은 선동당했다 한 마디로 단순화되던 그 현상에 대해서, 세부적인 메커니즘을 차례로 차근차근 분석하면서, 더욱 깊이 있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이야기가 나라 전체에 퍼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감정적으로 휩쓸리거나 거짓말이 퍼지는 것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투표제도가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의 뜻을 모아서 투표로 더 좋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거나 적어도 더 나쁜 미래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며 무엇보다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끊임없이 계속 그렇게 해야 할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이 책은 인상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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