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합본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평점 :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는 시인 김헤순이 죽음을 주제로 쓴 세 권의 시집을 묶은 합본 같은 기획의 책으로, 그래서 3부작이라는 뜻의 트릴로지가 아예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시집 세 권 분량의 많은 시들이 실려 있고, 그 시들이 죽음이라는 테마에 대해서 여러 다양하면서도 인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테마를 다루는 작품은 흔히 죽음이라는 것 자체를 슬프거나 두렵거나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만 묘사하고는 하는데,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시들의 죽음은 다르게 묘사되어서 더욱 기억에 남고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죽음이란 단지 한 명의 생명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인 사건이나 그런 단발적인 사건보다 더욱 큰 스케일의 사회 현상, 사회 분위기 등과 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절묘하면서도 인상적인 시어로 그려냅니다.
특히 그렇게 큰 스케일의 이야기와 연계되어 개인이 죽을 때, 그 죽음을 그저 한 명이 죽었다는 것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많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풍성한 이야기가 없어지고 사라지게 하는지도 같이 그려낸 대목이 유난히 기억에 남고, 깊은 여운과 함께 시집을 덮은 뒤에도 쭉 머리 속에 남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