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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3 세트 - 전3권 - 완결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생동물학교]는 환생할 동물들이 다니는 학교 같은 기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마치 미물이 착하게 살고 덕을 쌓으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설화처럼, 그 학교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장차 인간으로 환생할 것이며, 인간으로서의 삶에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을 가르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연습을 충분히 하면, 동물의 꼬리가 사라지면서 비로소 환생할 수 있게 되는 곳이다. 그리고 주인공 격인 교사는 바로 그런 곳에 동물들을 가르치기 위해 부임하면서 작품이 시작된다.
강아지인 맷, 블랭키, 아키, 고양이인 쯔양, 머루. 그리고 하이에나인 비스콧, 고슴도치인 카마라, 악어인 판. 여덟 마리의 동물들은 개성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성을 선보이며, 만화를 감상하는 것 자체를 마음이 따스해지고 힐링이 되며 행복해지는 듯한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맷, 블랭키, 아키와 쯔양, 머루는 각각 강아지 캐릭터와 고양이 캐릭터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분류하기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개성이 살아 숨쉬며,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환생동물학교에서는 인간으로 환생할 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할 준비가 끝나면, 동물의 꼬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주인공 교사가 가르치게 될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인간으로 태어날 자격과 준비는 충분한데도 꼬리가 남아 있었다. 바로 그 공통점으로 모이게 된 여덟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사랑스럽고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초반부에서는 이 개성적이고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발랄하고 즐겁고 사이 좋게 노는 모습이 주로 나온다. 그 에피소드들은 옴니버스같은 개별적인 이야기로 따로 떼어보아도 재미있고 사랑스러워서, 보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걸린다. 동물 아이들의 별난 습관 같은 것이 간혹 툭툭 던지듯이 언급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귀여운 동화 같은 짧은 에피소드가 다채롭게 나온다. 그리고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사랑스러운 동물 이야기를 넘어서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처음 읽을 때와, 결말을 읽고 난 뒤에 다시 읽을 때의 감상이 많이 달라진다. 처음 읽을 때에는 동물 캐릭터의 독특한 습관 정도로 언급되다가 이내 지나간 것이, 알고 보면 그 아이의 사고관, 습성, 생각, 전반적인 감정 등과 연계되는 것일 때가 많다. 교사가 인간 캐릭터인 것도 인상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의 눈으로 동물 캐릭터들을 바라보다가, 동물들의 면면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동물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사랑스러움과 귀여움 이상의 이미지는 없을 것 같은 분위기도 풍겼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특히 그 동물들에게 꼬리가 아직 남아 있는 이유가 알려지면서, 이 작품은 단순히 귀여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떠나, 많은 동물들이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로 일변하게 된다.
겉으로는 마냥 귀엽게만 보였던 아이들에게는 제각기 자책할 만한 어두운 면이 하나씩 있었다. 주인이 아픈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아이, 주인을 남겨둔 것을 자책하는 아이, 자기와 같은 종이 아니라 다른 동물의 습성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 주인을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따르지만 실제로는 그 주인에게 철저하게 속았던 아이, 그리고 그런 친구들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꼬리가 없어져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데도 꼬리가 있는 척 가장하면서 일부러 그 반에 남아있는 아이까지. 그것이 심리적인 족쇄처럼 작용해서, 그 아이들은 인간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교사는 그 아이들을 돕는다. 교사가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조차도 타인이 배타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기에. 다만, 마음의 족쇄를 떨칠 수 있도록 교사로서 힘껏 도와준다. 격려하고, 위로해준다. 네 탓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그러니 행복해져도 돼.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도 돼. 그리고 그 아이들은 그 응원에 힘입어,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과거를 잊은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이겨낸 것이다.
동물들의 습성을 절묘하게 반영한 캐릭터성도 돋보인다. 아주 사소한 대목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태도와 마음 씀씀이가 더욱 감동적으로 드러나는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캐릭터성에서 동물의 생태와 특징 등을 반영한 에피소드 역시 좋았다. 모르고 봐도 재미있었는데, 동물들에 대해 알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환생동물학교]에서는 거의 동일한 그림이 여러 컷 반복되는 연출이 여러 번 나온다. 중요한 장면에서 특히 자주 나온다. 그리고 이 연출은 이 작품만의 잔잔한 감동을 끌어올린다. 여러 컷의 그림 동안 아주 작은 것이 바뀔 때, 넓은 공간 속에서 일어난 그 작은 변화를 오히려 두드러지게 만든다.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줄줄이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에 언뜻 보면 눈치채기 힘들지만, 아주 작지만 서서히 변한다는 것을 더없이 감동적으로 묘사한 연출이기도 하다.
특히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작은 행동들이, 동물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말하는 부분을 읽으면, 잔잔한 감동이 조금씩 젖어드는 듯하다. 유대와 공감, 우정이 조금씩 쌓여가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다가, 마침내 서로의 어려움과 고민을 서로 극복하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대목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 많은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찾기를, 그리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하고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