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문지작가선 7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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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작품은 오랫동안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만만한 이미지로 여겨질 때가 많았다. 적어도 일명 평론이라는 관점에서는 종종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범상한 이야기를 범상해 보이는 표현으로 써내려간 작품. 기교도, 극적이고 거창한 요소도,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주 드물다. 그렇다고 아예 대놓고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요컨대 박완서의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이야기를 흔한 말투로 써내려간 소설 정도로만 보이기 십상이다. 마치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오랫동안 사교계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그대로 옮기기만 했다는 식의 평을 종종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박완서의 작품을 점차 읽다 보면, 그 흔하고 평범하게만 보이던 부분이 바로 박완서 작품세계의 정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옆에서, 이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처럼 친근함이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 현실에서 얼마든지 있을 법한 다양한 인간 군상과 복잡미묘하면서도 현실적인 심리를 더없이 생생하고 공감 가게 그려내는 것이다. 특히 이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에서는 이런 박완서 작품의 특징이 특히 잘 드러나는 글을 수록하고 있어서, 박완서 작품을 처음 읽는 사람이나 박완서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흔해 보이는 이야기가 어느새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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