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거친 책표지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거칠지만 너무 부드럽다.
한줌의 흙을 한손에서 다른손으로 쏟아내리며 편안한 표정으로
흙을 바라보는 눈빛이 흡족하다.이마에 보이는 거친 주름은 평생
그가 일군 밭의 도랑과 이랑을 생각나게하고 흑백의 책표지는
뙤악볕에서 땀흘려 일했을 그의 고단함이 생각나게한다.

 

생명농업의 선구자,농부 철학자,현실적인 신비주의자 같은 수식어는
세속적인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것이다.물론 그는 그런 세속적인
삶이 만들어내는 불합리성을 알기에 프랑스의 한 농촌 마을로 아내와
함께 한뙤기의 땅을 일구며 살아간다.
산업화가 가져온 커다란 재앙을 소리높여 반대하고
산업화가 농업에까지 침투해 달콤한 말들로 자급자족하며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있는 농민들을 꼬득여 그들을 도시속 무명의 존재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음을 통탄하며 가슴아파한다.농촌은 점점 화학
비료들로 많은 생산성을 위해 움직이고 그생산성이 가져온 80%의
이익은 20%의 소수를 위해 쓰여지고난 나머지 만이 힘없고 나약한
농민들의 몫이다.

 

피에르 라비는 말한다. 자급자족하며 살수있는 살수 있는 삶을만들어야
한다고.조금은 더 고되고 힘들어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비료를 줄이고 퇴비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대지의 숨결을 느껴보라고
대지의 힘은 우리미래의 힘이라고.알듯 모를듯 아리송하다 누구나 알고
있을것이고 거대 산업화를 이끄는 소수계층도 물론이다.
알고는 있을지언정 한마디 말로 뱉어 내지못하고 몸짓으로 실천하지
못하는게 우리들의 영원한 문제가 되겠지만 이에대해 피에르는 직접
실천을하는 실천가로서 충분히 본보기가 될법하다.
그의 말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다.하지만 말로 그럴법하게 꾸며대는
말보다 강한 무언가가있다.거친 글속에서도 그의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묻어있기에 가능한 그만의 영적인 힘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내내 우리농민들의 FTA반대 시위와 매칭되어 머릿속에
새겨진다. 우리농산물을 지키기위해 힘쓰는 가녀린 농민들이 안쓰럽다.
서구의 거대한 자본력과 함께 들어오는 산업화된 먹거리들 이와
대립해서 힘겹게 싸워야하는 농민들의 피와 땀은 1년내내 농사지은
대지의 자식들과함께 트렉터로 갈아 엎어진다.그저 남의 일이라
치부하기에 이 한권의 책을 읽은 나로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무조건적인 물질문명에 반하자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위해
거대세력의 굴레를 벗기위한 자급자족은 꼭필요하지 않나 싶다.

 

 

P.110 이세상에서 본질적이고 확실한 가치를 가진 단 하나의 것은 바로 흙입니다.

 

P.75 교회에서 우리는 곧잘 '주를 찬양합니다! 주를 축복합니다!'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것 역시 아름다운 일입니다.그것이 단지 말에서 그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인간은 말과 훌륭한

문구들,멋진 선언들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생물들이 우리에게 반항하지도 못하고 말없이 고통받는 것을 지켜봅니다.우리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 너무도 자주 멋진 말들을 사용해 핑계를 댑니다. 강연을 하면서 나는 종종 그 점에

대해 스스로를 의심해 봅니다.그때 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자문합니다.

'피에르,넌 네가 지금 하는 말과 정말로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P.84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이 말은 행성 전체를 위협하는

정신분열증의 한가지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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