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한 4번인가 한 달씩 임보만 하고 반납을 반복했는데 이번엔 드디어 읽었다야간 비행 개척기에 사람 갈아 쓰던 일을 비판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이게 다 보다 많은 공익을 위해서 필요악이었다며 가스라이팅하는 상사를 존경과 찬양하는 내용임(...)하지만 『어린 왕자』에서 보여준 한심 무아지경 어른들을 보면 생텍쥐페리가 현대 사람이면 자본주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을 것이다앙드레 지드가 쓴 서문을 보면 인간의 행복은 자유가 아니라 임무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며 자기가 평소 중요히 여긴 이 역설적인 진실을 다뤄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오 역시 좁은 문을 쓴 작가답다! 싶었음
스스님의 신작 『재의 정원에서』『순백세계』를 어제 읽고 잠신작 둘 다 검은 후견인과 세계관이 이어져서 반가웠음신이 네가 원하는 종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노아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이 새하얗게 덮이길 바랐다사라지는 것도 표백되는 것도 아닌 새하얗게 새하얗게 덮이고 또 덮이기를뭐랄까 신은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거의 없어야 멘탈 유지가 가능할 텐데(괴로운 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신이기 때문에) 세상을 원망해도 마땅할 아이가 아무도 원망하지 않으니 그 아이를 대신해서 진노하고 그 진노가 세계 멸망 미수라는 게 너무 좋았음신이 공감하면 최소 세계 멸망 미수라는 점이... 진짜 취향 저격 전개였다까맣게 죽어 있던 노아의 눈동자에 신이 빛 한 조각으로 깃든 걸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꼭 오래 전 신이 했던 약속의 무지개처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