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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국사 시간을 좋아했지만 윤휴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하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10대들을 위한 쪽지 같은 모양의 작은 책자를 집어서 보게 되었는데 그 책자 중에 이달의 인물에 등장하신 분이 윤휴이셨습니다.
한 페이지 정도였는데 그 내용은 대단한 학자셨고 송시열과 대등한 학자이셨다 였습니다.
주자만 만물을 알고 어찌 나는 모르겠는가 라는 식의 그 배짱이 언뜻 보기에도 참 멋진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사약을 받게 되었다는 그 마지막은 안쓰러움까지 더했습니다.
그 후로 윤휴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예송논쟁에 대해 학교에서 배울 때는 자세히 이해하지 못 했고 그저 세력싸움이었다고 만 배웠습니다.
1차 논쟁에서는 누구네 세력이 이기고 2차 논쟁에서는 누구네 세력이 이겼네 라는 식의 결과만 배웠습니다.
국사의 교육과정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봅니다.
국사란 외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깊이 있는 책 읽기라 할 수 있는데 그게 중고등학교에서 서너 시간 들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차라리 여러 과정으로 나눠서 골라서 깊이 있게 들어가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현대사는 몇 장 안된다는데 제가 공부할 때도 그러더니 지금까지 그렇다는 것은 정말 발전이 없네요.
현대사는 가장 방대한 자료가 있기에 가장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쉽습니다.
현대사가 국사책의 4/1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깊이 있게 읽어보니 예송논쟁은 왕정하에서 왕의 정체성에 대한 과감한 논의였던 겁니다.
이건 법치국가에서 헌법에 대한 논의와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여기에 북벌론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그가 주장했던 북벌론은 읽어보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생각케 하고 잊고 있는게 무엇인가를 짚어주고 있습니다.
[ 오호라! 병자, 정축년의 일은 하늘이 우리를 돌봐주지 않아서 금수가 사람을 핍박해 회계산의 치욕을 주고 청성의 재앙을 주었으며, 우리 백성을 도륙하고 우리 의관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습니다. 당시 우리 선왕께서는 종사를 위해 한 번 죽음을 참으시고 만백성을 위해 수치심을 버렸습니다. 피를 흘리며 울음을 삼키고 수치를 머금고 마음을 어루만지셨습니다.] 47p
[지(志)에 "때가 왔는데도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도리어 어지러움을 당하게 되고 하늘이 주는데도 가지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을 받는다"고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48p
어쩌면 오로지 윤휴란 걸출한 존재가 있었기에 이러한 과감한 논의가 국가를 뒤흔들고 뜨겁게 하는게 가능했던 일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걸출한 인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숙종의 선택은 안전하고 편안한 사대주의였습니다.
윤휴도 사약을 받았고 송시열도 사약을 받았습니다.
나라를 책임진 지도자의 입장에서 숙종은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미래를 바라 보기 보다는 신하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숙종과 서인들은 편안한 삶을 살았지만 백성들은 많은 여자와 말을 청나라에 바치며 빈곤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어쩌면 위인전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자세하고 섬세하게 그 빈약한 자료속에서도 윤휴란 인물을 훌륭하게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작가의 이상형으로 그려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윤휴가 어릴적 아버지를 위해 썼다는 그 상서는 지금 보아도 대단해 보입니다.
누가 도와주기도 했겠지만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물됨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침묵의 제국을 일깨우고 다시금 시끄럽고 뜨겁게 달구어 줄 다시금 그런 걸출한 인물을 기다립니다.
내가 죽기전에 나와야 할텐데.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예스러운 단어들과 문장들을 보면 신선하고 낯설어서 새로운 단어를 하나 배웠다는 기쁨이 큽니다.
포의 (布衣) / 표의 (表衣) / 설치 (雪恥) / 산림 (山林) / 만인소 (萬人疏) 같은 단어들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