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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불 들어갑니다 - 열일곱 분 선사들의 다비식 풍경
임윤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아들고 보니 두 장으로 펼쳐지는 표지 부터 흥미를 끌었다.
표지를 펼치면 다비식장으로 이동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고 이동순서를 도표로 정리해 놓았다.
처음부터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영결식, 만장, 연화대, 상여와 같은 단어들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제서야
이 표지에 그려진 다비장의 이동 순서가 눈에 들어온다.
연화대의 모습, 영결식의 모습, 영결식장에서 연화대로의 이동 모습과 연화대에 거화 하는 모습까지
제각기 다르니 찾아 다니며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진이 적은게 아쉽다.
(무언가 사진 촬영의 제약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연화대의 사진이 정면의 작은 사진 하나라서 아쉽다. (흑백이다!)
연화대의 모습을 보았을 때 보통 생나무들을 그래도 쌓아 올린 것인데
그 화기에 철제 골격이 뒤틀리고 철물이 녹을 정도라 하시니 대단하고 놀랍다.
[어떤 스님의 다비장에서는 거화 후 얼마가 지나지 않아 참배객들이 썰물 빠지듯 우르르 빠져버려 텅 비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스님의 다비에서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 주변이 어두컴컴해져도 발길을 잡아 놓기라도 한 듯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걸 보게 된다.
가라고 둥 떠미는 사람 없고, 있어 달라고 잡아두는 사람이 없어도 저절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니 그런 분위기야말로
떠나가신 스님들께서 생전에 그려놓은 법력과 실천적 자비행이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의 가슴에 잿빛 그림자로 투영되는
결과 아닌가 모르겠다. 50p]
가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더 없이 진지하고 심각해 진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다 보게 된다.
얼마전 장례식과 49제를 지낸 내 가슴에 깊이 동감하게 되는 것은 '후기'였다.
[ '예(禮)'가 엷어지니 '곡(哭)'이 사라지고 '의미'가 왜소해지니 '가치'가 망가져간다.
'죽은 자에 대한 예'와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야금야금 퇴색해돼 가고, 의식이라고 하는 절차와 살아있는 자들의
체면치레만 점점 성성해 지는 게 요즘의 상장례 풍경이다.] 244p
뒷부분에 그런 말씀이 나오는데 다비식에서도 점점 '나무아무타불' 이라는 소리가 사라지고
오디오를 통해 불경소리를 틀고 있다고 한다.
가장 진지하고 정성을 다해 예를 갖추던 장례식의 모습도 이제는 간편해지고 있으니
일 평생 단 한 번도 진지하고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놀랍다.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과 맞물려 나도 장례식을 치루게 되었다.
평소 고인에게 잘해 드린 것이 없었기에 장례식 때 큰 소리로 울고 예를 다해서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다.
그런데, 천주교회에서 하루종일 교대로 오셔서 찬송을 해 주시니
곡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화장터로 떠나기전에 고인을 뵈올때도 아이고 아이고 하고 조그맣게 곡을 했을 뿐
크게 울지도 못 하게 했다. 조금이라도 크게 울먹이면 진정하라고 하신다.
장례식장에서도 울지도 못 하게 하면 도대체 어디서 울란 말인가?
막상 눈물이나 울음이 안 나오면 어쩌나 하고 크게 걱정을 하면서 갔었는데 말이다.
여럿이 울면서 같이 분위기를 만들어 대성통곡을 속 시원히 울어보고 싶었다.
지금도 대성통곡을 못 한 것이 한이었는데
['예(禮)'가 엷어지니 '곡(哭)'이 사라지고 '의미'가 왜소해지니 '가치'가 망가져간다.]
라는 말씀이 참으로 동감하게 된다.
어려운 용어와 지루한 설명으로 첫부분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끝부분까지 읽고 나면 나름대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접해 보지 못 했던 불교의 용어들을 많이 익힐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단어들은 줄을 그어 놓고 인터넷을 통해 그 뜻을 찾아 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자주 등장하는 연화단, 만장, 법구, 地水火風 , 상좌스님 같은 단어들은 저절로 외워지고
덕분에 불교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된 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 7페이지의 서산대사의 열반송이 있었는데 대충 그 뜻은 짐작이 되나 해석이 있었으면 하고 아쉽다.
인생은 구름이고 구름 자체는 그 모습이 없으니 생사 역시 그렇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