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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ㅣ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은 아닌데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각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어 무척 재미있다.
주변에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들이 한 두명 씩은 있는 것 같지만서도
실제로 이렇게 선명한 캐릭터들이 풍성하게 넘쳐나며 서로 부딪쳐가며 이런 사건을 만들었다니!
뉴스에서 보았겠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피디수첩에서 이 사건을 봤을때 김명호 교수님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부장 판사가 그렇게 어설프게 거짓말을 해대며 사건을 왜곡시키는 점에 대해 분노를 느끼며
반대 급부로 김명호 교수를 안타깝게 보았었다.
김명호 교수님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대학에서 동료들과 원만하지 못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았다.
나도 직장에서 그리 원망하지 못했다.
내가 특별히 모난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히!
말이 없고 너무나 조심스럽고 꾸미지 아니하고 너무나 허름하게 입고 다닌 탓이었다.
더구나 야무지지 못 했으니 '한심이' 였을 것이다.
이 분도 나 처럼 인기는 없었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억울하게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을 때 벌어진 재판에서
수학학회에서 증인이 되어줄 것을 거부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심각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회에서 단 한 분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함을 넘어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재판의 판결보다 이런 것들이 더 무서운 것이지 싶다.
세상에는 이렇게 독특하고 선명한 캐릭터를 가지신 분들이 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보통보다 심각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걸 타인에게 강요하기 까지 한다.
자신만 깨끗하게 손을 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가혹하게 강요하기도 하고
이런 강박관념을 가지신 분은 몰두하면 다른 것들을 가늠할 여유가 없다.
전화통화시 미리 아, 이런 요구를 해야지 하고 마인드 맵을 하고 전화통화를 시작하면
자신의 계획대로 줄줄이 요구를 늘어 놓는다.
중간에 상대방이 무슨 말이라도 하면 바로 짜증을 낸다.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 아, 잠깐 그러니깐 내 말 부터 들어." 라고 짜증을 내면서 자신의 계획을 빨리 마치려고 더 속도를 낸다.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 버리고 만다.
이해하고 참고 잘 대해주자 라고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잘 지내려 해도
순간 순간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욱하다 보면 결국 피하게 되고 만다.
그리고 "성격이 너무 강해" 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생각이나 감정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오히려 다루기 쉽고 단순하다.
그리고 행동이 선명하기 때문에 변수가 없다.
( 이 번 사건은 평소의 그를 생각하면 충분히 예견 될 수 있었다고 본다. )
저자는 그 어떤 사람도 법 앞에서는 공평하게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전에 송승헌이 변호사로 나온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를 우연히 스쳐지나가며 보았다는
송승헌이 변호사고 그 밑에 나이 많은 중년의 사무장이 나오는데
그 사무장이 새파랗게 애송이 변호사인 송승헌에게 "영감님" 이라고 호칭을 하면서 깍듯하게 대하는 장면이었다.
버터의 느길거림을 주체할 수 없어 김치를 찾아야 했다.
주인공에게 그렇게 기름을 쳐 발라서 도대체 무슨 공감을 얻겠다는 것이냐 싶었다.
그런데, '불멸의 신성가족' 이나 이 책을 보면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알겠다.
우리와 다른 하늘에 계신 계층이 다른 분들이심을 가슴 깊이 알겠다.
가장 위선적인 집단이 법조계라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동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쓰여졌다.
["그럼 점에서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김명호 교수는 아주 특이한 사례다.
무모하게도 그는 "법대로 해달라"를 외치며 판사와 검사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16p)
["판사들은 법의 수호자라며 침해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를 운운하는데, 솔직히 국민으로서 제대로 재판 받을 권리가 우선이고 그게 더 신성한 거 아닌가요?"] (128p)
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은 못 보고 환경을 탓 할까.
예전에 비해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나쁜 탓을 언론의 잘못으로 모는 판사의 주장에는 역겨움이 느껴진다.
자신의 수많은 공적들은 조용히 넘어가고 나쁜 일만 너무 과도하게 부풀려진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무전유죄"란 말이 왜 나왔으며
왜 법 앞에만 가면 힘 없음을 한탄해야 할까?
그 외에도 삼성장학금이네 하는 말은 왜 나왔을까?
법이나 판결에 관심이 없지만 서도
과연, 사법부가 청와대로 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할 국민이 몇 이나 될까?
수 많은 정치적 판결들을 봤을 때 거의 대부분 청와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이러니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집단이란 평가를 하는게 아닌가.
김명호 교수란 선명한 캐릭터에 의해 사법부는 석궁을 맞았다.
석궁을 맞은게 문제가 아니라 그 뒷처리가 더 문제라고 본다.
예전 임금도 가뭄이 들면 자신의 잘못이 아닌가 하고 되돌아 보았다 한다.
왜 그러기 보다는 엉터리 같은 거짓과 가식 그리고 위선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려 하는가?
사법부 전체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사법부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사법부를 이끌어가는 윗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법부가 웃음거리가 되고 믿음과 신임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김명호 교수님의 재판 속기록까지 꼼꼼히 다 실어주시어 그 정성이 남다르고 고맙다.
이 책의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다 이해가 되고 그리 사악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도 힘들다고 하소연한 송파경찰서 분들도 이해가 된다.
그들보다는 시킨 윗사람들이 문제지 그 분들이라고 그렇고 싶었겠는가.
가장 마음에 든 분은 권영록씨다.
["권영록 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119 대원이었다.
당시 구급 활동 일지에는 환자 박홍우를 오후6시 40분에
접촉해 6시 52분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준 것으로 나와 있다.
구급 활동 일지 환자평가란에는, 구급 대원 평가 소견이라는 세부 항목이 있다.
권영록 씨는 이 모든 것을 바로 자신이 작성했노라고 말했다.
박훈 변호인은 구급 활동 일지를 제시하면서 " 이 기록에 의하면 '피의자가 1-2미터 전방에서 석궁으로 활을 쏘았다고 하며, 화살이 복부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고 함' 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말은 증인이 피해자 박홍우로부터 직접 들은 말은가요? 라고 물었다.
권영록 씨가 대답했다.
'네.' 화살이 배에 맞고 튕겨 나갔다는 소리에 순간 방청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늘 같은 사법부에 맞서서 솔직히 증언을 해 준 것이다.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여야 한다는 저자의 말씀에 가슴 깊이 동감한다.
그리고 처음 듣는 낯설은 법정용어들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민사와 형사는 법정 용어도 다르다니 어렵다.
김명호 교수님의 "법대로 하자!" 라는 외침을 우리 사회가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