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해커
황유석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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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호기심. 인간은 어느 쪽에 더 반응하는 것일까? 아마도 공포 보다는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호기심으로 인해 금기를 범하는 인간. 그 때문에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고, 이브는 선악과를 먹게 된다. 다가올 공포보다 더한 강렬한 호기심. 그 호기심이 있기에 인간은 비극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친구의 끔찍한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알 수 없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신기현’ 평범했던 그의 일상은 죽음의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점점 위험한 수령으로 빠지는 주인공.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 그들의 온라인 상의 언어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이동하지 않고, 방 안에 앉아서도 사람을 만나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터넷 상에 떠도는 정보들과 과거에는 꿈꿀 수 없는 하이테크 범죄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세상에서 과연 사이버 상의 살인마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열차처럼 우리는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 열차가 폭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가끔은 돌아보는 계기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정보 통신의 눈부신 발전의 어두운 이면을 통해, 공포를 끌어낸 이 소설의 소재는 탁월했다. 그리고, 온라인 상의 대화나 중간중간 삽입되는 INTERVAL은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와 함께 소설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부분이였다. 그러나 가끔 이야기의 맥을 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신선했던 이유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깨닫지 못한 부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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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1
알렉스 쉬어러 지음, 원지인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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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누리고 있는 것과 누렸던 것들. 살다보면 잊고 있는 고마운 것들이 많다. 자신의 건강함과 젊음,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숨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라 한번도 감사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것들이며, 감사히 생각해야 할 것들이다.

 이 책은 그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빼앗긴 젊음.
어린 소녀 둘이 마녀에게 몸을 빼앗긴다. 그 소녀들은 자신이 누려야할 당연한 것들을 빼앗긴 채 양로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빼앗긴 젊음과 그 젊음이 지나간 육체를 통해 노인들의 실상을 그려낸다. 단지 나이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혀져가는 사람들. 늙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세상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다. 이런 사회의 부조리를 소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무척 특별하다.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 되는 영역에 있지만, 어른과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까지 다루고 있다.

호기심 많고, 발랄한 소녀에서 할머니로 변해 버린 칼리. 전학 온 친구 메르디스를 돕기 위해 계획을 짜지만 오히려 역으로 마녀들에게 이용당해 몸을 빼앗긴다. 비록 몸은 노인이지만 영혼만은 소녀인 칼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것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부당함은 노인들이 받고 있는 대우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약해진 몸과 누군가가 함께 해주길 원하는 쓸쓸함. 소녀는 전에는 상상할 수도 경험 할 수도 없었던 세계에서 절망하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빼앗긴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행동에 옮긴다. 마침내 되찾은 자신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녀는 새로운 세계를 보고 성장한다. 이 소설은 조금은 특별한 경험 속에서 성장하고 지혜로워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녀와 유체이탈(?) 등 새로운 소재들을 통해 독자들의 흥미를 일으켜 준 재미있는 성장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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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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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는 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앨리스가 신기한 모험을 경험하는 것처럼 주인공 ‘나’는 짝사랑하는 그녀를 따라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녀와의 작은 우연을 위해 밤거리를 헤매거나 헌책방을 기웃거리고, 무모한 먹기 내기에 참여하는 등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린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지만 ‘나’에겐 그런 일이 신기하게 여겨질 틈 따위는 없다. 다만 그녀와의 접점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우연처럼 다가가는 것이 최우선일 뿐이다. 

  그에 반해 짝사랑의 ‘그녀’는 순진무구함과 호기심을 가진 신비한 아가씨다. 앨리스가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었다면 그녀와 같은 매력을 지니지 않았을까? 처음 만나는 모두와 친구가 되고, 모두가 걸리는 병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아가씨. 그리고 그런 아가씨를 따르는 사랑에 빠진 남자.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야기의 틀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전개되는 내용은 평범하지 않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순간 이미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3층 전차가 날아다니고, 헌책의 신이 강림하거나 괴팍왕이 등장해도 피식 웃고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펴며 오만가지 생각에 끙끙 골머리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엇나갈 때 혹 상상 속의 장난꾸러기 신의 소행이 아닐까 생각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위대한 것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사랑스러운 이유도 그것이다. 환락가의 지저분한 뒷골목도 사랑하는 그녀가 걷고 있다면 그곳은 마법에 걸린 곳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와 순진한 아가씨의 모험담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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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김이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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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을 그럴 듯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환상 문학은 아마도 현실과는 가장 동떨어진 부류의 소설들이다. 그러나 환상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음에도 이야기는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 따위는 이미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비현실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책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어두운 부분을 꼬집어 내고 있었다.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어두운 내면을 현실이 아닌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냄으로 더욱 기괴한 모습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모습보다 과장이 심한 추상화를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그럼에도 그 추상화 속의 풍경에서 인간의 내면의 감춰진 모습을 바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소설의 묘미였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상. 그러나 그 세계는 현실의 아픔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거울 같았다. 환상하면 밝고,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세계만을 생각했던 내 인식이 얼마나 틀에 박혀 있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좀 더 아름답고 밝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환상이란 것이 늘 밝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꿈을 꿀 때도 좋은 꿈을 꾸고 싶은 것처럼, 환상이라는 말에 현실과는 다른 아름다운 세계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환상 문학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소설과의 만남이라 즐거웠다.

기존의 외국 판타지에 식상했던 내게 한국의 환상 문학은 신선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다른 외국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친근하면서 신선한 소재들의 발굴도 놀라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에게 있는 소재들도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발견도 이 소설이 준 기쁨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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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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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 사람이라지만, 그 말은 너무도 인간 편향적인 말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바퀴벌레 보다는 곤충이라는 말이 옳을 듯 싶다. 그만큼 곤충의 수는 다양하고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 현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곤충들은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열쇠가 된다. 파리, 구더기, 딱정벌레 등 그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곤충들이 시체를 분해한다. 일관성 없이 이루어지는 작업처럼 보일지 몰라도, 각각 자연의 법칙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법의 곤충학자가 직접 보여주는 현장은 일반인에게는 조금 역겨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곤충에게 얻을 수 있는 실마리는 아주 크다. 저자는 어떤 가정도 세우지 말라고 경고 한다. 실험과 증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가설도 믿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인간은 죽음과 관계된 것들은 터부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도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사람이 죽고 곤충의 먹이가 되는 과정이 자연의 거대한 순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게다가 그 순환 과정은 어떤 거짓도 없다. 때문에 흔적이 남게 되고, 범인을 알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 안에서는 거짓은 통용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목격자 하나 없는 범죄 현장이라도 하늘과 땅 위에 있는 곤충들이 그것을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신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안에 신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의도는 작은 곤충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가 깨달을 수 없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작지만, 위대한 세계를 보여주는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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