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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김이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소설은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을 그럴 듯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환상 문학은 아마도 현실과는 가장 동떨어진 부류의 소설들이다. 그러나 환상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음에도 이야기는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 따위는 이미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비현실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책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어두운 부분을 꼬집어 내고 있었다.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어두운 내면을 현실이 아닌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냄으로 더욱 기괴한 모습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모습보다 과장이 심한 추상화를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그럼에도 그 추상화 속의 풍경에서 인간의 내면의 감춰진 모습을 바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소설의 묘미였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상. 그러나 그 세계는 현실의 아픔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거울 같았다. 환상하면 밝고,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세계만을 생각했던 내 인식이 얼마나 틀에 박혀 있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좀 더 아름답고 밝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환상이란 것이 늘 밝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꿈을 꿀 때도 좋은 꿈을 꾸고 싶은 것처럼, 환상이라는 말에 현실과는 다른 아름다운 세계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환상 문학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소설과의 만남이라 즐거웠다.
기존의 외국 판타지에 식상했던 내게 한국의 환상 문학은 신선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다른 외국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친근하면서 신선한 소재들의 발굴도 놀라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에게 있는 소재들도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발견도 이 소설이 준 기쁨 중에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