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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평점 :
『기울어진 평등』은 내가 오랜만에 읽으며 연필로 밑줄을 긋고, 여러 번 문장을 되새긴 책이다.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 한 사람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고, 또 한 사람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정치철학자다. 이들이 나눈 짧지만 진지한 대화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적 문제를 똑바로 마주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떠올리며 읽으니 더더욱 그렇다. 공정함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회자되는 시대이지만, 정말 공정한가? 우리는 얼마나 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는가? 그 기준은 정말 보편적인가?
마이클 샌델은 “우리는 승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패자에게 너무 적은 것을 주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어느새 결과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졌다는 착각 속에 산다. 하지만 출발점 자체가 다르고, 기회가 불균등하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과연 그 결과가 공정할 수 있을까?
토마 피케티는 이에 대한 근거를 촘촘한 데이터로 보여준다. 상위 10%의 부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세습자본은 점점 더 강력한 권력이 되어간다. 그는 단순히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연대의 세금, 보편적 교육 등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보완하면서도 긴장을 유지한다. 철학이 이론에 그치지 않도록, 경제학이 인간을 잊지 않도록 서로의 시야를 넓혀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의 본보기처럼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렇다.
“패배한 자들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실패했다는 낙인을 찍는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는 결과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능력의 이름으로 냉혹하게 줄 세운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정의일까? 이 책은 묻는다. 그리고 독자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기울어진 평등』은 내게 한 권의 책이 아닌, 하나의 토론장이자 생각의 실마리였다. 짧지만, 깊고 진지하게 읽혀야 할 책. 오늘의 사회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