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데리러 갈게
서석하 지음 / 인생첫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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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할무이가 델러 오꾸마~”

유치원에 데려다 주시면서 할머니가 하시던 말이다.



내가 5살 때.

엄마가 동생을 낳느라
시골살던 할머니가 3개월정도 우리 집에 와계셨다.

우리 할머니는
한복을 입고 쪽진머리에 비녀를 꽂고 다니셨는데,

유치원 등하원때 할머니가 오는 것이 창피해서
교실에서 일부러 버티고 안나간 적도 있고,
오지 말라고 막 울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3개월동안 보살펴 주시다가
끝내는 가시면서 울면서 내려가셨다.
나 때문에 힘들어서.

엄마, 아빠는 할머니께 죄송하다 하시고
나는 또 혼나고…

사정상 5학년이 되어서야 명절에 시골에 가기 시작했는데
할머니가 그 때 얘기를 하시면서
너는 너무 예쁘고 귀여운 아기였다고 하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잡채를 따로 남겨두셨다가 볶아주시고,
할머니의 쌈짓돈은 다 내 용돈이 되었다.

나중에 다 커서야 할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죄송했다고 하니
기억도 안난다고 하셨다.

돌아가실 때 참 많이 울었다.

-

제목을 보고는 할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나서
선뜻 첫장을 넘겨보지 못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은 조카였다.

조카가 학교가 5살까지는 일주일에 3~4일씩 와있었었고,
첫 번째 조카를 시작으로 4명의 조카가 생기면서
매주 2~3명의 조카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 때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어떤 부분은
나를 보살피던 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 짓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은
내가 보살피던 조카들 생각에 웃으며 읽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푹 빠져들어서 읽었겠지.

할배의 원칙 중에 제일 마음이 드는 것은
‘간식으로 과자 하나를 주더라도 예쁜 그릇에 담아서 주기‘다.

나도 꼭 알맞은 그릇에 예쁘게 담아주었는데,
그러면 조카도 아주 기분 좋게 먹었다.

몇 살이나고 물으면 8살이라고 말하는 할배.
나는 100살이라고 했는데…^^;

매 번 달라지는 동화책부분에서는 픽 웃음이 났다.
조카들이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면
아는 동화들을 각색하거나 몇 가지 동화를 합쳐서 들려주곤 했는데,
자꾸 얘기가 달라지니 왜 저번이랑 얘기가 다르냐고 물어봐서
할배랑 똑같은 답을 해준 적이 있다. ㅎㅎ

할배가 둥이들이랑 했던 것들은
거의 나도 해봤던 것들인데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른 면도 있었다.
이것이 할배와 이모의 차이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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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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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유령처럼 나타난
마동석닮은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인생의 길을 가볼 수 있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

어버지의 유품인 손목시계를 통해 다른 세계를 오간다.

보통의 타임루프 소재의 소설은
주인공이 과거를 바꿔서 현재의 상황을 더 낫게 만드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른 세계의 다양한 나이대의 자신에게 몇 차례 빙의해서
이런저런 상황을 헤쳐나간다. 지금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전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다른 세계의 자신을 통해 주인공은 가족과 사랑을 경험하고 자아성찰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빙의를 눈치챈 딱 한사람이 있다.
(스포이니 언급하지는 않겠다. ^^)

딸 선하의 등장으로
마음의 변화가 생긴 주인공의 행동은
감동스럽기도 했다.

현실세계로 완전히 돌아온 주인공이
글쓰기의 길을 계속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이것은 작가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글쓰기에 꿈이 있었지만
다른 선택을 했었고,
그와는 달리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꿈인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계속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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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 위기는 어떻게 역사에 변혁을 가져왔는가
차용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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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간에 사건에 대한 배경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시는 선생님 같은 책.

제목을 보고 약간의 지루함을 각오하고 읽었는데,
굉장히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현재의 세계정세에 대해
흝어보며 흥미를 느껴보기에 적당하다.

분명한 단어로 길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서 좋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300쪽이 채 안 되는 글에 담았다니..
작가는 정말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인가 보다.

전염병 덕분(?)에 크게 성장한 그리스도교,
마녀사냥의 이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
푸틴의 문제점,
러시아 컴플렉스의 이유는 지리적 환경,
제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이 된 사건,
노예무역은 왜 시작되었는지,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시작한 혼란들,
한국 DMZ의 나아갈 방향,
오래도록 평화롭게 공존했던 종교들이 왜 지금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와 영국,
접경지역의 아픔,
독일과 폴란드의 화해,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자세,
가해나라와 피해나라가 공통 집필하는 역사교과서,
정치인의 자세... 등등

이외에도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알아야 할
세계정세와 사건에 대해 알면 좋을 것들이 잔뜩 적혀있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각 사건에 대해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
여기서 우리는 무얼 배워야 할지,
또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해 준다.

더 깊이 알고 싶으면 관련 자료를 검색하면 금방 나오니까
깊이있게 공부하기에도 좋은 시작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는 왜 알아야 하는지,
왜 폭넓게 알아야 하는지,
그 역사에서 어떤 걸 배워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

단,
조금의 지식이 있으면
더더더 잘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팔레스타인이 오스만제국의 부분이었다던가,
이반 일리치는 톨스토이 소설의 등장인물이었다던가 하는 정도의.

-

개인적으로 제국주의를 다룬 부분에서
일본의 이야기가 다루어 지지 않은 부분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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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 산을 오르는 프로 작가입니다 - n년 차 작가의 꿈을 향한 강연 기록
김연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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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보면
글쓰기 작법에 관한 책인 줄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강연기록이다.
구어체도 씌여진 덕분에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도
목소리가 ‘들린’다. ^^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드문드문 있다.

강연의 대본이기 때문에
현장분위기를 모르는 상태로 활자만으로는
100% 알기는 어려워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순수한 마음의 중요성,
자신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통해
내가 읽고 쓰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활자를 읽기를 좋아하고,
끄적끄적 아무거나 쓰기를 좋아한다.
의미없는 단어를 나열하기도 하고,
카페가 앉아 주위의 소리를 듣고 쓰기도 한다.
낙서일 때도 있고, 편지일 때도 있다.

책을 읽는 방식,
책을 구입하는 기준,
책을 분류하고 소장하는 방식,
책을 읽는 목적 등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해봤다.

이 책의 작가는
에베레스트같은 아주 높은 ’글쓰기 산‘을 오르는 것이
목표인 프로작가다.

하지만, 나는 동네 뒷산이나 오름처럼
낮은 언덕을 자주 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큰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고만고만한 언덕 말이다.

(내가 20대였다면 아주 높은 산을 목표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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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 - 세계를 사로잡은 대중문화 종주국 영국의 도시와 역사 이야기
김현수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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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를 흥미롭게 입문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코난 도일, 제인 오스틴, 애거서 크리스티,
조앤 롤링, 셰익스피어, 축구, 킹스맨, 러쉬,
펜할리곤스, 홍차, 피쉬앤칩스, 닥터 후의 나라
영국.

역사를 알면 재미있다는 걸 알지만,
공부를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역사를 간단히 다루는 책을 읽고,
그 중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면 자세히 찾아보는 편인데,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 이 책이 딱이다.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현재의 영국과 연결하여 쓰고 있기 때문에
읽기가 편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현재에도 근사하게 남아있는 건축물의 사진이 실려 있어서 더욱 그런가 보다.
로마제국의 흔적도 궁금하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글로스터 대성당, 옥스퍼드 대학교..
얼마나 멋질까?
오래된 여관 파운튼 인에서 하루 자보고 싶기도 하다.
포츠머스항구도 가보고 싶고,
케임브리지대학의 ‘수학의 다리’가 얼마나 튼튼한지 직접 건너보고 싶다.
(내가 건널 수 있으면 진짜 튼튼한거지!)

원주민 켈트족의 지역과
이주민 게르만족의 지역으로 나누어서 기술한 것도
마음에 든다.

왠지 시간 순으로 쓴 책은
적으면서 외워야 할 것 같아서다. 하핫

영국의 역사를 살짝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후루룩 읽을 것 같다.

나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과 지역을 검색해보느라
좀 더디게 읽었다.
모르고도 읽히긴 하는데.. 궁금하니까!

*
포츠머스 FC의 별명이 폼페이인 이유도 나온다.
뭔가 로마의 장군을 상징하는 이름인 줄 알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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