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otography Book 포토북 파이든 아트북 3
PHIDON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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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우리에게 사진은 더 이상 전문가만이 찍는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전문가용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멋스러운 가게와 마주칠 때면 손쉽게 카메라를 들이밀어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부터 모든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었고, 이는 기존의 카메라 못지않은 성능과 화질을 자랑했다. 각종 홈페이지나 카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찍은 사진을 내거는 프로 수준급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에게 사진은, 더 이상 우러러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함께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굉장한 두께를 자랑하는 은 받자마자 그 묵직함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남긴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실로 유쾌한 일이었다. 마치 전시회를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듯 다양한 작품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간단해 보이는 사진이라도, 그들이 담아 놓은 구도와 미묘한 소품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많은 사진들을 보며 다시금 사진의 구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이 안에 담겨진 사진에는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에디 애덤스 <거리에서 처형당하는 베트콩 포로>처럼 미국사회를 풍자하며, 당시 사회에 대한 이면을 예리하고도 날카롭게 풍자하는 사진들도 있었고, 다이안 아버스 <센크럴파크에서 수류탄을 들고 있는 아이, 뉴욕>처럼 평화로운 공원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이와 한 손에 들린 수류탄과 아이의 기괴하고도 익살스런 표정의 대비는 실로 사람의 시선을 장악하고 있었다. 또한 닐 암스트롱 <달에 선 버즈 알드린>의 사진 같은 경우에는 달을 밟고 있는 알드린의 모습을 통해 중요하게 기억 될 사건을 후에라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드미트리 발테르만츠 <케르치, 크림 반도(재난)> 같은 경우에는 크림 반도를 침공했던 독일이 퇴각하며 저지른 민간인 대량학살의 사진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 한 가득 사방에 늘어져 있는 시체들과 그들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동안 그 사진 속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미카 바르-앙 <견고한 감옥, 베이리드>는 둘씩 짝지어 걸어가고 있는 죄수들의 건조하고 공허한 모습과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쭉 늘어선 철조망이 감옥의 견고함과 메마른 구석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바타굴리아 <판사 체사레 테라노바의 죽음>과 같은 사진 또한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죽은 이의 사진은 다른 사진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1980년 초 바타굴리아의 사진들은 마피아들로 인한 살인사건을 담아 폭로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사진의 용도는 그저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 말고도 풍부한 것이었다.



그 밖에 간디, 마오쩌둥, 마릴린 먼로, 피카소, 마돈나, 케이트 모스와 같은 유명 인사의 사진들도 많이 있었다. 또한 앤디워홀과 같은 자화상을 담아 낸 사진작가들도 많았다. 그 중 귄터 브루스 <자화상>의 경우가 상당히 좋았다. 행위예술로써 자신의 얼굴 위로 덮은 흰 반죽과 정수리에서부터 목까지의 꿰맨 자국을 그려 넣어 삶에 대한, 그리고 그 무게에 대한 느낌을 잘 살려낸 것 같다. 내게 여러모로 새로운 감각과 신선함을 안겨 준 사진들은 이처럼 독특하면서도 다소 기괴해 보일 수 있는 사진들이었다. 이런 것들은 진부한 구석이 없었고, 새로운 상상력을 안겨주며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었다.



그 밖에 데이비트 더블릿 <와이어 산호 숲의 잠수부와 갈동무리들>이나 악셀 휘테 <푸리>와 같이 자연의 웅장함을 담아 낸 사진도 많이 있었다. 특히나 데이비트 더블릿의 사진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여지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자연이나 풍경에 대한 사진은 어떤 각도로 어떤 의도를 가져 찍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먼 파킨슨 <뉴욕, 뉴욕>과 같이 젊은 커플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뉴욕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사진들도 많았다. 이처럼 당시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고, 사회의 이면이나 현실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 또한 사진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이클 웰스 <손과 손> 같은 경우도 선교사의 손 위에 올려 진 바싹 마르고 작디작은 우간다 어린이의 손은 마치 사람의 손이 아닌 것 같은 동시에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은 이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울림과 감정의 호소력을 자극시켜줄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도 그 느낌은 달라질 것이며 같은 장소나 주제라 할지라도 누가 어디서 어떤 구도로 찍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이 사진일 것이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 자신이 정한 구도를 담아내는 것만큼 어렵고도 놀라운 작업은 없는 것 같다. 그 만큼 그들이 담아내는 것은 정해진 그 구도가 아닌 그 구도 안에서 살아 넘치는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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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은 마을 - 앙증맞고 소소한 공간,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
서순정 지음 / 살림Life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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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책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특히나 여행에 관련 된 책 중에서도 단연 일본 책이 많이 나가는 것 같다. 일본은 우리에게 외국으로써는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곳이며, 더욱이 외국 여행으로 손쉽게 갈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계획을 짜는 일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계획을 짜는 일보다 쉬울 것이고 더불어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또한 덜하기 때문이다. 같은 동양 국가인데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 만큼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일본의 작은 마을>은 여느 일본 여행 책과는 다르다. 우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 담긴 대상이 전부 일본에 위치한 작은 마을들이라는 점이다. 사실 일본 여행 에세이집, 그리고 여행에 대한 안내 책자. 쉽게 접하는 내용들이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책이었다. 유달리 여유롭고 소소한, 평화로운 작은 마을들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런 곳을 가고 싶다 벼르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래서 인지 도쿄나 긴자 같은 곳은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욕심나는 여행지는 아니었던 거다. 여행에 가서 까지 수많은 인파들로 정신없게 보내기 싫었던 것 같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좀 다를 테지만, 홀로 또는 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런 코스가 딱 제격이다 싶었다.



처음에는 글은 읽지 않고, 마을의 이름과 사진을 훑어보는 일로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행 책의 묘미는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 찬 사진들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내가 그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착각. 잘 찍어 담아 놓은 사진은 그 만큼 대단한 효과를 자랑한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그 풍경 속을 거닐 미래의 내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였다.



눈부신 벚꽃 터널을 자랑하는 이즈코겐. 이즈코겐의 봄은 정말이지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일본에서 꼭 마주하고 싶었던 벚꽃. 만약 벚꽃 피는 계절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면 꼭 이 곳에서 벚꽃을 보리라 다짐했다. 그 정도로 그 곳의 봄은 설렘을 안겨줄 정도로 짜릿했다. 그리고 함께 담겨진 호스텔 아오이카제는 흰 건물에 파란 지붕이 마치 동화 속 궁전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가 묵었던 그 곳의 그 다락방에 꼭 한번 묵어보고 싶다. 그리고 세상과 단절된 갓쇼즈쿠리 촌락인 고카야마와 시라카와고도 매력이 있었다. 일본 특유의 가옥들을 볼 수 있을뿐더러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효과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된 마을이라니.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열아홉 개의 언덕을 가진 마을인 하코다테에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사실 작은 마을은 아니다. 훗카이도 서쪽 남단의 항구도시로 훗카이도 제1의 도시로 번영을 누린 곳이라 한다. 하지만 열아홉 개의 언덕은 아담한 작은 마을로의 매력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 언덕 위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는 상상. 그 상상만으로도 이미 온 몸은 나른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이 밖에도 온천 마을, 도자기 마을, 우편 마을, 차 마을 등 많은 마을들이 당장이라도 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그 만큼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이 가고 싶어 온 몸이 근질근질해 자꾸만 애가 탔다.



저자는 여행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거나 혹은 여행을 꿈꾸는 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저자의 바람은 읽는 모든 이에게 해당될 것이다. 나 또한 당장에라도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집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적합하다. 정말이지, 이곳에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 마을에 가기 위한 교통수단과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많은 사진 속에서 이미 저자가 바라보는 그 마을들의 사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왔다. 이 책속에 담긴 곳 전부를 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단 몇 곳이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필히 이 책과 함께 소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작은 마을 여행은 여전히 날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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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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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도 나를 본다>의 주제로 시작하는 첫 장부터 시선을 끌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거닐다 쇼윈도나 차창에 비친 내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 잦다. 나는 어둡게 윤곽을 드러내는 내 자신을 확인할 때마다 어쩐지 낯설고 어색한 동시에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는 더 나아가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나 ‘사물들’을 마주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온통 날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물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현재 바로 내 옆에 쌓여 있는 다양한 책들 또한 그러하며, 반듯하게 세워진 달력도 그러할 것이다. 문득 그런 시선을 느끼거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늘,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야 했던 것이다. 또한 지하철이나 길거리를 지나다 주시하는 시선을 의식해 바라봤을 때 마주치는 낯선 시선 역시 그러하다. 주위에 모든 것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우선 폴 세잔의 어긋난 원근법에 대한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다. 폴 세잔의 어긋난 원근법은 어긋났다는 말을 증명하듯 정확하게 어긋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진정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말이다. 사랑이 개입된 시선이야말로 그 상대의 진짜 모습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폴 세잔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세심한 시선으로 그 사물을 바라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바라본 그것을 그림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갈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담아내려 악착같이 시선을 보낸다. 그렇게 사랑이 개입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상대의 진정성을 알아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평소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유명한 작품인 <도라 마르의 초상>처럼 고정 관념을 뒤엎는 작품들이 참 매력 있다. 늘 틀에 박힌 고정된 순간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상상력으로 꿈꾸게 한다. 늘 그의 작품은 호기심과 깨달음을 동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일은 늘 새로운 장난감을 만지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웠던 것이다. 사물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피카소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피카소처럼, 난 늘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말했다. 그림이 사진과 같을 필요가 있느냐고.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은 사진으로 족하지 않은가. 그것은 사진의 매력이지, 그림의 매력은 아닌 것이다. 그림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위에 무언가 색다른 상상력이 가미되었으면 싶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지겹도록 보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누군가의 딸? 어떤 직장의 직원? 누군가의 친구?… 우리는 늘 그 무엇의 존재로 살아간다.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의 이름이 붙고, 그 존재의 이름은 어떤 존재로 각인시킨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을 때. 있지 않은가? 존재의 틀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부여되기 보다는 태초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존재 말이다. 그것만큼 진정한 자유가 어디 또 있을까. 그래서 인지 저자가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에 큰 동질감을 느껴야 했다.





잭슨 폴록의 <번호 1>. 미치광이와도 같은 모습의 잭슨 폴록의 작업 사진. 그의 작품은 뒤엉킨 선의 아름다운 교차로 복잡 미묘한 색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작가로 구상성을 제거하고, 심리적 교감을 유도했다. 그런 그의 작품은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러한 작품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고, 단순하게 치부될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이러한 작품을 바라볼 때면 흥분, 떨림, 고뇌, 슬픔 등 모든 감정이 들끓고 일어나게 된다. 즉 모든 감정을 다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감상하는 이 마음대로면 그만이다. 그대로 바라보고, 그대로 느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너무나 좋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작년에 성곡 미술관에서 관람한 장 미요트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그의 작품은 무의식의 발로이며, 내면의 몸짓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작품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으며,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때의 그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정말 이해 못 할 이 예술 사기꾼들의 행위나 결과물에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붙이고, 직접 갤러리를 찾아가는 발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그 유머러스하고 때론 가학적인 고백을 보면서, 우리네 삶 자체가 이미 사기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힘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알면서도 계속 속고, 계속 속다보면 또 다른 ‘앎’을 알아가게 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 수단이 똥이어도 소중하다. 부연하자면, 똥도 예술이다. 혹은 예술도 똥이다.”



추상회화는 뭘 그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인간에게는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런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으로 가득 찬 추상회화가 좋다.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라는 작품도 참 좋은데, 이는 절망이나 고독과 같은 심정을 담고 있다. 보통 표현주의 화가들은 대상을 그리되, 차라리 심정을 그리는 일에 치중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심정을 그리는 일에 치중하다. 그것만큼 아름다운 미술 작업이 또 어디 있으랴. 그리고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작품이지만, 루초 폰타나의 <공간 개념, 기대>라는 작품도 신선했다. 캔버스에 일직선으로 나 있는 칼로 흠집 낸 작품은 침묵으로 일관되어 있는 여백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돋보였다. 텅 빈 마음과 복잡 미묘한 감정을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추상 표현주의에는 이렇게 감정의 다양성과 진정성이 함께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정신 병동에서 사람 관찰하기를 좋아했던 프란시스코 고야와 장 루이 테오도르 제리코. 장 루이 테오도르 제리코의 <도박에 중독된 여인- ‘정신병자의 초상’ 연작 중>은 인간이 이성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의 처절한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그 정신병자가 화가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색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미국의 여류 사진작가인 신디 셰먼은 이러한 사실에 주목했다. 자신의 표정과 행동에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거리를 거닐 때에도,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에도, 지하철에서 목적지가 다다르기를 기다리면서도. 늘 이 세상 속에 홀로 놓이는 공간이 아니고서는, 모두가 타인을 의식한다. 저자의 말처럼 마치 <트루먼 쇼>라는 영화처럼 삶 자체가 하나의 리얼리티쇼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트루먼 쇼>는 굉장히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내 삶의 전부를 많은 이들이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 이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 일일까. 결국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의식에 지배되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의 인생에 타인의 시선까지 부여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 날의 예술가는 ‘보편’보다 ‘개별’에 남을 수밖에 없는 존재자들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획일화 된 사회 속에 살지만, 그 안에 각자가 다 다른 존재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시도가 현대 예술가의 고뇌이자 의무인 셈이다.”



현대 미술은 저자의 말처럼 어렵기만 하다. 현대 미술은 정해진 틀 안에서 놀지 않는다. 그리고 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경과 환상을 깨부수려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로 인해 우리가 좀 더 예술과 가까워졌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대학로를 지나거나 홍대 거리를 지나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예술과 마주친다. 이미 우리는 예술가들이 즐비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그것은 이미 우리들 또한 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거리를 지나거나 흔히 주위를 둘러보면 스스로를 자유롭게 내보이는 동시에, 다양한 행위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다. 나는 그들 모두가 현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현대 미술, 예술. 그것이 뭐 별것인가. 함께 즐길 수 있고 끊임없이 사유할 수 있고, 꿈꾸게 할 수 있고,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다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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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돈 관리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고득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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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돈 관리라고 하는 것은 단순하게 ‘돈 모으기’ 즉 저축 밖에 모르던 나다. 그저 버는 돈에서 적당히 아껴 쓰고 적당히 저금 하고, 너무 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기준에 맞게 쓰는 것. 내게 있어 돈 관리란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솔직한 말로 빌리자면, 돈 관리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것을 내가 지금 당장 삼으로 해서 경제적으로 내게 힘든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니기에 웬만해서는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얻었고, 그렇다고 해서 그 필요로 하는 것이 내게 있어 나를 부담스럽게 할 정도로 과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돈에 대한 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현재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미래의 나를 어떻게 맞을 수 있으랴.



최근 통장 관리에서부터, 주식, 펀드, 돈 모으는 방법, 부자 되기까지. 수 없이 많은 자기계발 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나는 유달리 자기 계발 책을 읽지 않을뿐더러 좋아하지도 않는다. 늘 진부한 스토리에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또한 내 취향에도 맞지 않았고, 어쩐지 다른 책들에 비해 집중력이 발휘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마법의 돈 관리>라고 하여, 지금 이 순간 내가 깨닫게 된 부분을 확실히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아 구미가 당겼다.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목적’이었다. 만약 내가 돈을 배로 키우기 위해 투자를 계획한다면 그 투자를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확실하고 뚜렷한 목표가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무작정 부자가 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모으고 싶기 때문에 뛰어든다면 외려 그간 번 돈을 몽땅 날려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늘 무슨 일이든, 올곧고 정확한 목표 의식이 중요하다. 굳이 투자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행동과 변화에는 목표 의식이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나 또한 2010년 새해를 기점으로, 뚜렷한 목표 의식을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목표 의식에 ‘돈 관리’가 포함되는 것이다.



사실 주식과 펀드 쪽은 문외한이라 그런지, 보는 내내 아리송했고, 몇 번이나 읽었던 구절을 되풀이하기 일쑤였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내겐 다소 생소했고 어려운 부분이었던 거다. 얼마만큼 돈 관리에 소홀했으면, 이럴 수 있을까 싶어 더더욱 제대로 된 돈 관리에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아무쪼록 돈 관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와 목표와 같은 내용들은 누구나 신중하게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나름 의지를 다잡는데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돈 관리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돈이란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현재 당신이 얼마의 수입원이 있을지언정, 당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 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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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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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세후도라는 서점에서 일하는 교코와 다에가 풀어가는 추리의 중점에는 늘 책이 함께한다. 늘 책을 좋아하고, 서점가기를 즐겨하는 나에게 이는 색다른 글이었고, 동시에 구미를 자극시켜왔다. 더욱이 이 책을 읽은 뒤로는 서점을 찾을 때마다 문득 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서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한 번쯤 일본의 서점을 방문해 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만든다.



교코와 다에를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사건은 시시때때로 발생했다. 서점의 직원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달라고 말하는 손님에서부터, 이들의 단골손님이라는 이유로 실종 된 어머니를 찾게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손님까지. 그리고 알아듣기 힘든 책을 찾기 위해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손님과, 이 서점에서 발행하는 잡지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사람을 돕기 위한 일까지. 어떻게 보면 이들의 사건은 이렇게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사소한 사건이기에 그 만큼 단서를 찾아내는 일 또한 쉽지 않았고, 이 때 마다 다에의 놀라운 추리력이 발휘되곤 했다. 그녀들은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고, 진심으로 그들을 돕고자 했다. 그 안에서 그들의 따뜻한 정과 책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일본의 책들로 다뤄진 사건들이라 그 책을 대부분 모르는 나로서는 그들의 추리력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 또한 나름대로의 추리력을 발휘하고 싶었지만, 그 만큼의 추리력이 내게는 없을뿐더러 책의 내용 또한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추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그녀들이 푸는 사건들을 보며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고, 동시에 우리에게도 이러한 사소하고도 책과 관련된 사건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건이 생겼을 때, 찾아가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했다.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혹은 책을 유달리 싫어하는 사람 또한 필요로 의해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혹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해, 아니면 남은 시간을 심심찮게 보내기 위해 찾게 되는 서점에서의 크고 작은 일들은 그 만큼 평범하기 때문에 더욱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마무리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며 나 또한 책 속에 푹 파묻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쪽 날개에 소개되어 있는 다른 사건들이 기대되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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