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otography Book 포토북 파이든 아트북 3
PHIDON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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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우리에게 사진은 더 이상 전문가만이 찍는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전문가용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멋스러운 가게와 마주칠 때면 손쉽게 카메라를 들이밀어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부터 모든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었고, 이는 기존의 카메라 못지않은 성능과 화질을 자랑했다. 각종 홈페이지나 카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찍은 사진을 내거는 프로 수준급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에게 사진은, 더 이상 우러러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함께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굉장한 두께를 자랑하는 은 받자마자 그 묵직함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남긴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실로 유쾌한 일이었다. 마치 전시회를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듯 다양한 작품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간단해 보이는 사진이라도, 그들이 담아 놓은 구도와 미묘한 소품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많은 사진들을 보며 다시금 사진의 구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이 안에 담겨진 사진에는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에디 애덤스 <거리에서 처형당하는 베트콩 포로>처럼 미국사회를 풍자하며, 당시 사회에 대한 이면을 예리하고도 날카롭게 풍자하는 사진들도 있었고, 다이안 아버스 <센크럴파크에서 수류탄을 들고 있는 아이, 뉴욕>처럼 평화로운 공원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이와 한 손에 들린 수류탄과 아이의 기괴하고도 익살스런 표정의 대비는 실로 사람의 시선을 장악하고 있었다. 또한 닐 암스트롱 <달에 선 버즈 알드린>의 사진 같은 경우에는 달을 밟고 있는 알드린의 모습을 통해 중요하게 기억 될 사건을 후에라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드미트리 발테르만츠 <케르치, 크림 반도(재난)> 같은 경우에는 크림 반도를 침공했던 독일이 퇴각하며 저지른 민간인 대량학살의 사진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 한 가득 사방에 늘어져 있는 시체들과 그들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동안 그 사진 속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미카 바르-앙 <견고한 감옥, 베이리드>는 둘씩 짝지어 걸어가고 있는 죄수들의 건조하고 공허한 모습과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쭉 늘어선 철조망이 감옥의 견고함과 메마른 구석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바타굴리아 <판사 체사레 테라노바의 죽음>과 같은 사진 또한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죽은 이의 사진은 다른 사진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1980년 초 바타굴리아의 사진들은 마피아들로 인한 살인사건을 담아 폭로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사진의 용도는 그저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 말고도 풍부한 것이었다.



그 밖에 간디, 마오쩌둥, 마릴린 먼로, 피카소, 마돈나, 케이트 모스와 같은 유명 인사의 사진들도 많이 있었다. 또한 앤디워홀과 같은 자화상을 담아 낸 사진작가들도 많았다. 그 중 귄터 브루스 <자화상>의 경우가 상당히 좋았다. 행위예술로써 자신의 얼굴 위로 덮은 흰 반죽과 정수리에서부터 목까지의 꿰맨 자국을 그려 넣어 삶에 대한, 그리고 그 무게에 대한 느낌을 잘 살려낸 것 같다. 내게 여러모로 새로운 감각과 신선함을 안겨 준 사진들은 이처럼 독특하면서도 다소 기괴해 보일 수 있는 사진들이었다. 이런 것들은 진부한 구석이 없었고, 새로운 상상력을 안겨주며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었다.



그 밖에 데이비트 더블릿 <와이어 산호 숲의 잠수부와 갈동무리들>이나 악셀 휘테 <푸리>와 같이 자연의 웅장함을 담아 낸 사진도 많이 있었다. 특히나 데이비트 더블릿의 사진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여지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자연이나 풍경에 대한 사진은 어떤 각도로 어떤 의도를 가져 찍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먼 파킨슨 <뉴욕, 뉴욕>과 같이 젊은 커플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뉴욕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사진들도 많았다. 이처럼 당시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고, 사회의 이면이나 현실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 또한 사진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이클 웰스 <손과 손> 같은 경우도 선교사의 손 위에 올려 진 바싹 마르고 작디작은 우간다 어린이의 손은 마치 사람의 손이 아닌 것 같은 동시에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은 이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울림과 감정의 호소력을 자극시켜줄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도 그 느낌은 달라질 것이며 같은 장소나 주제라 할지라도 누가 어디서 어떤 구도로 찍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이 사진일 것이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 자신이 정한 구도를 담아내는 것만큼 어렵고도 놀라운 작업은 없는 것 같다. 그 만큼 그들이 담아내는 것은 정해진 그 구도가 아닌 그 구도 안에서 살아 넘치는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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