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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은 마을 - 앙증맞고 소소한 공간,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
서순정 지음 / 살림Life / 2009년 11월
평점 :
일본에 대한 책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특히나 여행에 관련 된 책 중에서도 단연 일본 책이 많이 나가는 것 같다. 일본은 우리에게 외국으로써는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곳이며, 더욱이 외국 여행으로 손쉽게 갈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계획을 짜는 일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계획을 짜는 일보다 쉬울 것이고 더불어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또한 덜하기 때문이다. 같은 동양 국가인데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 만큼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일본의 작은 마을>은 여느 일본 여행 책과는 다르다. 우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 담긴 대상이 전부 일본에 위치한 작은 마을들이라는 점이다. 사실 일본 여행 에세이집, 그리고 여행에 대한 안내 책자. 쉽게 접하는 내용들이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책이었다. 유달리 여유롭고 소소한, 평화로운 작은 마을들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런 곳을 가고 싶다 벼르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래서 인지 도쿄나 긴자 같은 곳은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욕심나는 여행지는 아니었던 거다. 여행에 가서 까지 수많은 인파들로 정신없게 보내기 싫었던 것 같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좀 다를 테지만, 홀로 또는 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런 코스가 딱 제격이다 싶었다.
처음에는 글은 읽지 않고, 마을의 이름과 사진을 훑어보는 일로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행 책의 묘미는 아름다운 색감으로 가득 찬 사진들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내가 그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착각. 잘 찍어 담아 놓은 사진은 그 만큼 대단한 효과를 자랑한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그 풍경 속을 거닐 미래의 내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였다.
눈부신 벚꽃 터널을 자랑하는 이즈코겐. 이즈코겐의 봄은 정말이지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일본에서 꼭 마주하고 싶었던 벚꽃. 만약 벚꽃 피는 계절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면 꼭 이 곳에서 벚꽃을 보리라 다짐했다. 그 정도로 그 곳의 봄은 설렘을 안겨줄 정도로 짜릿했다. 그리고 함께 담겨진 호스텔 아오이카제는 흰 건물에 파란 지붕이 마치 동화 속 궁전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가 묵었던 그 곳의 그 다락방에 꼭 한번 묵어보고 싶다. 그리고 세상과 단절된 갓쇼즈쿠리 촌락인 고카야마와 시라카와고도 매력이 있었다. 일본 특유의 가옥들을 볼 수 있을뿐더러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효과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된 마을이라니.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열아홉 개의 언덕을 가진 마을인 하코다테에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사실 작은 마을은 아니다. 훗카이도 서쪽 남단의 항구도시로 훗카이도 제1의 도시로 번영을 누린 곳이라 한다. 하지만 열아홉 개의 언덕은 아담한 작은 마을로의 매력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 언덕 위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는 상상. 그 상상만으로도 이미 온 몸은 나른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이 밖에도 온천 마을, 도자기 마을, 우편 마을, 차 마을 등 많은 마을들이 당장이라도 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그 만큼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이 가고 싶어 온 몸이 근질근질해 자꾸만 애가 탔다.
저자는 여행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거나 혹은 여행을 꿈꾸는 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저자의 바람은 읽는 모든 이에게 해당될 것이다. 나 또한 당장에라도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집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적합하다. 정말이지, 이곳에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 마을에 가기 위한 교통수단과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많은 사진 속에서 이미 저자가 바라보는 그 마을들의 사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왔다. 이 책속에 담긴 곳 전부를 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단 몇 곳이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필히 이 책과 함께 소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작은 마을 여행은 여전히 날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