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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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영국의 스틸본이라는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피라미드>라는 작품은, 피라미드라고 하는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계급적인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 올리버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풀어지고 있는데, 윌리엄 골딩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함께 녹아들어 있다고 해서 더욱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처음 이야기는 올리버의 마냥 풋풋하지만은 않은 사랑이야기로 시작된다. 흠모했던 5살 연상의 여인 이모젠의 약혼 소식을 듣고 우울해 하던 올리버에게 예고도 없이 찾아 온 아름다운 이비의 모습은 쉽게 뿌리치기 힘든 것이었다. 그때부터 이비에게 마음을 품게 된 올리버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접근했고, 결국에는 그녀가 원치 않음에도 그녀를 가지게 된다. 그런 올리버의 모습은, 자신이 이비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모습을 이모젠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거나, 이비가 임신을 한 것 같다고 걱정하자 이에 계속해서 불안해 하다가 결국 아니라는 사실에 좋아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책임감이나 죄책감은 느낄 수 없고 온전히 이기심만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 대학생이 되어 스틸본을 떠난 올리버가 마을에 돌아와서 음악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술집에서 나눈 이비와의 대화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마을에 돌아와 마주하게 되는 모습들을 보며 계급사회의 면모와 그 당시 작은 마을에서는 그 어떤 비밀도 없이 펼쳐지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지극히 잘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나 올리버를 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나 올리버에게 이야기하는 대화 부분에서도 계급적인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그들의 이기적인 부분을 보며 답답하기도 했고, 또 그 당시에 사회성을 엿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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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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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이라고 하는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고요나. 그녀가 일하고 있는 회사 ‘정글’은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 정확하게는 재난여행의 상품이다. 재난이 일어난 각종 나라들을 모아 그 재난이 일어난 현장을 여행하고 묵는 일이다. 그런 처참한 현장에 누가 여행을 떠난단 말인가, 싶지만 이 재난여행상품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는다. 이 글속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이 여행을 통해서 충격과 동정의 감정을 이내 자신의 삶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에서 나아가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도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결국 이러한 재난여행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이 느끼고 싶은 것은, 자신의 안전과 살아남았고 살고 있다는 이기적인 위안인 것이다. 이러한 심리에서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작품의 주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이기심,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게 될 운명적인, 혹은 정해져 있었던 비극. “개인의 선택이 운명을 지어가는 게 아니라 주어진 역할이 운명을 결정한다. 운명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이것이 이 작품의 주요 말하고자 하는 바인데, 이 작품 속에 그것이 그대로 녹아 있다.

 

직장 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무이라는 곳으로 재난여행 겸 출장으로 떠나게 된 고요나는, 이것마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리조트의 매니저, 안내원 럭, 작가 등과의 만남 역시 어쩌면 우연찮게 일어난 사건이 아닌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선택했던 것은 단 한 가지, 중요한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그녀의 운명은 선택되었고 뒤바뀌게 된다. 비로소 온전한 그녀 자체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계획된 일들 앞에서 운명이라는 것에 의해 삼켜진 모든 것들은,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글의 삶도, 무이의 삶도, 결국에는 지나친 우리의 모습들이었다. 처음 접한 그녀의 작품이지만, 여행이라는 주제로 그것도 근사하고 재미있는 여행이 아닌, 결국에는 현실과 같은 정글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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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버 - 강과 아버지의 이야기
마이클 닐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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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속에 자기 자신만의 “리버”를 가지고 있다.

 

강과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더 리버>는, 강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잔잔한 것 같지만 그 속에 소용돌이치는 강함이 있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감동을 선사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치 자연 속 경이로운 강과 폭포가 함께하는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가브리엘 클라크’는 5살에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강에 빠진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강이 없는 캔자스 시골 마을에서 자라게 된다. 아버지의 부재가 큰 상처로 각인 돼 마음을 꽁꽁 닫아버린 그는 그 후로 물을 무서워했고, 의기소침했다. 그러던 중 스무 살에 우연찮게 친구의 권유로 떠나게 된 래프팅과 캠프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게 된다.

 

‘강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가브리엘에게 강은 그의 인생 전부였다. 아버지를 잃고 힘든 아픔을 겪어야 했던 소년에서 강인하고 자신의 운명과 강을 알고 나아가는 자신감 있는 남자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멋졌고, 훌륭했다. 자신의 운명과 인생을 바로 알고, 그것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남보다 성공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좀 더 잘나게 살게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 우리네 사람들에게 가브리엘과 그의 아버지 및 할아버지의 모습은 사뭇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더 리버>는 자신과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어줄 이야기다.”라는 말처럼, 이 이야기는 마지막장을 덮는 동시에 파노라마처럼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고 반성하게 되며, 자신의 앞으로의 삶을 위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자기 자신만의 “리버”를 가지고 있다. 누구든 자신의 운명이 있고 삶의 이유가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리버”를 들여다 볼 수 있기를.

 

 

사람들이 나만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무너짐의 잿더미에서 아름다움이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목적과 운명의 삶을 붙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큰 무엇을 위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강이 주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95쪽, 앤디 앤드루스와의 대화에서 저자 마이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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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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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제목만큼이나 이미지가 강렬하고, 꽤나 모호한 작품이었다. 판타지라는 장르에 걸맞게 현실과 허구를 마구 오가는 이야기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를 교모하게 어지럽히는 듯,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김해경, 스스로를 ‘해리’라고 부르는 주인공 ‘나’는 잘 나가던 PD에서 범죄재연배우로 사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야구 모자를 받으러 간 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휘말리고, 그때부터 무언가 하나둘씩 엉키는 듯하다. 범죄재연배우에서 실제 범죄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과연 해리의 모든 것들이 진실인지 아닌지, 교묘하게 뒤섞어 놓았다. 20년이라는 시간차로 죽은 남매, 그리고 그에 따른 해리의 기억은 과연 그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해리성 장애라고 하는 것인지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복잡하게 뒤엉켰다.

 

해리는 다만, 무서웠다. 무서웠을 뿐이다.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섭고 죽음에 이르는 살아 있음이, 하면 된다가, 지나가 버린 한때와 낙오된 자의 부질없는 희망, 상승과 하강, 쉽게 뒤집히는 선과 악의 얇은 경계 막, 변기를 붉게 물들이는 치질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고독이 무서웠다. 무서워서 그것들을 하나씩 삼키며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동안, 무서운 것은 내가 되었다. 악령은 내가 되었다. 돌이킬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다. 한번 쏜 화살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쏜 화살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와 같은 후회. 늘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자책하고,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아등바등 찾는 우리네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결코 돌아올 수 없음에도, 오히려 그 없음에 더욱 간절하게 찾게 되는 것. 그 묘한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다.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분명, 무언가 탁 하고 마음을 치고 간 것은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했다. 이야기처럼 그런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 모호한 경계선의 느낌이었다. 이미지만큼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삶에 대한 후회와 불안이 광기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내용을 판타적인 요소와 심적 표현으로 교묘하고 훌륭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다소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고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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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 어느 날 펼쳐본 사랑에 관한 기억
김현희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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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당신을 보며 가슴 설레고, 자꾸만 생각나고 보고싶고, 달려가고 싶고,

함께하고싶은 감정... 우리는 이를 사랑이라 부른다. 나아가서는 이별까지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누군가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 순간의 설렘과 눈부신 떨림에 행복해하고,

끝이 보이는 순간 순간의 아픈 변화와 배신에 이별을 한다. 다시는 이토록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이 아파도,

우리는 다시금 누군가를 만나고 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은 어쩌면 모든 것, 전부가 되기도 한다.

현재 사랑하고 있지 않는 사람은 불행하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 구별해 단정지을수는 없지만,

아무쪼록 누군가를 가슴에 담는 일, 그리고 그것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에게서는 생기가 느껴진다.

어릴 적에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꿨던 것 같다. 어딘가 내 짝이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고

그런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가 한번쯤 그런 운명의 상대자를 꿈꾸고 상상한다.

하지만 사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상향에만 젖어있는 사랑은 언제나 끝이 아프다. 내 이상향에 상대방을 끼워맞추려다보면

상대방 그대로의 진실된 모습을 못보기 일쑤고 때론 일부러 보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을 깨닫고 나면 실망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별이 되고 결국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사랑에 대한 예의, 그것이 곧 이별에서도 예의를 갖추는 것과 같다.

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에 나오는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Blu>,

김연수의 <사랑이라니, 선영아> 등의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지난 내 사랑에 대해 되짚어보고 현재의 내 사랑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내 사랑을 가늠한다.

사랑에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또 정해지지 않은 것이 또한 사랑의 매력이 아니랴.

지금 이순간도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끝난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사랑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이 글귀들이 많은 생각을 일깨워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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