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제목만큼이나 이미지가 강렬하고, 꽤나 모호한 작품이었다. 판타지라는 장르에 걸맞게 현실과 허구를 마구 오가는 이야기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를 교모하게 어지럽히는 듯,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김해경, 스스로를 ‘해리’라고 부르는 주인공 ‘나’는 잘 나가던 PD에서 범죄재연배우로 사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야구 모자를 받으러 간 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휘말리고, 그때부터 무언가 하나둘씩 엉키는 듯하다. 범죄재연배우에서 실제 범죄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과연 해리의 모든 것들이 진실인지 아닌지, 교묘하게 뒤섞어 놓았다. 20년이라는 시간차로 죽은 남매, 그리고 그에 따른 해리의 기억은 과연 그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해리성 장애라고 하는 것인지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복잡하게 뒤엉켰다.
해리는 다만, 무서웠다. 무서웠을 뿐이다.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섭고 죽음에 이르는 살아 있음이, 하면 된다가, 지나가 버린 한때와 낙오된 자의 부질없는 희망, 상승과 하강, 쉽게 뒤집히는 선과 악의 얇은 경계 막, 변기를 붉게 물들이는 치질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고독이 무서웠다. 무서워서 그것들을 하나씩 삼키며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동안, 무서운 것은 내가 되었다. 악령은 내가 되었다. 돌이킬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다. 한번 쏜 화살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쏜 화살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와 같은 후회. 늘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자책하고,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아등바등 찾는 우리네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결코 돌아올 수 없음에도, 오히려 그 없음에 더욱 간절하게 찾게 되는 것. 그 묘한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다.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분명, 무언가 탁 하고 마음을 치고 간 것은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했다. 이야기처럼 그런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 모호한 경계선의 느낌이었다. 이미지만큼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삶에 대한 후회와 불안이 광기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내용을 판타적인 요소와 심적 표현으로 교묘하고 훌륭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다소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고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