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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홀가분한 삶을 위해서는 '견딜 때까지는 견뎌본다'는 자세도 필요하다." 57쪽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사지 않거나, 쓰레기가 되지 않을 물건을 사거나. 버리고 버리다 얻은 교훈이다." 146쪽
오랜만에 점점 쌓여가는 짐더미에 지쳐 짐 정리를 해보자 싶었다. 또 한창 미니멀리즘이 유행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스스로 역시 쉬기 위한 집임에도 쌓여 있는 짐들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짐 정리는 어느덧 추억의 감성팔이 시간이 되곤 했다. 하나씩 구석에 박혀 있던 물건들을 꺼내어 볼 때면 그 물건에 담긴 지난 시간 속의 이야기와 사람이 떠올랐고, '그땐 그랬지'와 같은 추억에 빠져 괜히 애틋한 마음에 다시금 고스란히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어쩌면 물건들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내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 내 모습을 담고 있었고, 가치가 있건 없건 쓸모가 있건 없건 내겐 소중한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어느덧 조금 나이를 먹으니 감정이 메마른 건지, 아니면 심경에 변화가 온 건지, 하나둘씩 추억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때쯤 <데스 클리닝>에 관한 책과 기사를 많이 접한 시점이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물건이든 생각이든 모든 것이 꽉 차버려서 어떻게든 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버리고나서야 이렇게 홀가분 한 걸 싶었다. 가끔씩 버리지 말 걸하고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물건들도 있지만, 버린다고 해서 그 추억과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뭔가를 잃는다는 것, 놓는다는 것, 떠나보낸다는 것은 사실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삶은 고여 있을 때보다 흘러갈 때 훨씬 건강하다." 203쪽
"나는 유목형 인간이다. 어쩌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가 싶어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봇짐을 싸놓고 뒷문을 열어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229쪽
이숙명 저자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간결하면서도 솔직하게 적혀 있어 중간중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저자의 생각들이 내 물건들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했고, 저자의 감성과 생각이 기분 좋은 여운을 느끼게 했다. 저자의 다른 책인 <혼자서 완전하게>도 읽어 보고 싶다. 글을 참 맛깔나게 잘 쓰는 것 같다.
마지막 문구인 "사는 것(to buy)이 사는 것(to live)이다."라는 말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어떤 물건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준다는 카피처럼, 물건에는 추억이 있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나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