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해 두 명의 아이가 있는 40대 여성 수전과 19살의 소년 폴. ‘중년 여성과 소년이미 어감만으로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머니 나이대의 여성과 사랑이라니. 과연 사랑인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 것일까.

<연애의 기억>1인칭 폴의 시점을 통해 50년 전의 기억(19살의 소년, )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그 이야기가 바로 40대 중년 여성인 수전과의 만남과 감정에 대한 것들이다. 오로지 폴이 느낀 그 당시의 기억들이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과 모든 것들은 오로지 폴이 들려주는 것에서만 추측하고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인지, 사실인지 애매모호한 경계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점이 궁금증과 함께 제대로 된 의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의 전작 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경우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오류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했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심오하면서도 결국은 기억이라는 것이 온전한 것인지, 나아가 한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편협하고 부정확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우연히 만드는 새로운 관계를 기존의 범주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일반적이거나 공통적인 것을 본다. 반면 당사자들은 개별적이고 자신들에게 특수한 것만 본다.’는 글 속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이 이야기 자체가 이 글과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년 전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과 그때의 기억을 들려주는 이야기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의 관점처럼 말이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첫 장을 넘기며 등장하는 이 문구가 마지막 책을 덮으면서까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결국 사랑이라는 도달점에서 우리는 그 질량을 선택할 수 있을까.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알아차리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줄리언 반스 특유의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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