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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김재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평점 :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누군가 내게 이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히키코모리’라는 말이 낯설고 어쩐지 거부감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어쩐지 암울하고 은둔적인 성격 탓에 부정적인 성격이 더욱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히키코모리’는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말로는 ‘집돌이’ ‘집순이’와 같이 어쩐지 귀여운 느낌까지 들게 한다. 점점 1인 가구들이 들어가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굳이 어울리고 싶지 않은 모임에 나가거나 원하지 않는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을 택하고 혼자서 많은 것들을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사라진 셈이다. 저자의 질문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처럼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히키코모리’로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나쁘게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가 10년 동안 ‘히키코모리’로 살아왔지만, 결국에는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것처럼 그래도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나를 응원하고 함께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과거로 돌아가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인상 깊었다. 누구나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또는 이전의 후회스러운 선택이 계속해서 미련으로 남을 때 한번 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와 같은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수없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 역시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갈망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통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은 안 살 거야!’ 또는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과거의 나에게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그런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자유의지를 구속하고 강요하는 것일 거다. 그때의 내가 또다시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고 해도 어쩌면 그것은 영영 어쩌지 못하는 ‘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저자가 했던 말처럼 스스로를 부정하고 괜찮은 척 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의 발길이 옮겨지는 대로 가면 될 것이다. 마지막 저자의 말이 어쩌면 수많은 히키코모리들에게 가장 와닿는 말이 아닐까.
“오랜 시간 혼자서 끙끙대지 마. 힘들면 세상에 나가! 분명 널 응원해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힘내! 결국은 네가 그리고 바라는 대로 될 거야.”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책은 저자가 ‘히키코모리’로 10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는 꼭 ‘히키코모리’가 아니더라도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위로도 건네게 된다. 결국 ‘히키코모리’에서 세상 밖으로 탈출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가볍지만 그 속은 진득한 책으로, 삶이 힘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세상의 은둔자들이 이 글을 책으로 만나고 있다면 나는 이미 문고리를 돌려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들어선 것이리라. 나 먼저 간다. 언젠가 당신도 눈앞의 방문을 열고 당신의 삶을 되찾길 바란다. 이 책이 그 길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