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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평점 :
프랑스의 기호학자이자 사상가이며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고 2년동안 써내려간 메모 형식의 일기이다. 때론 죽음 이후의 감정이 너무도 덤덤하고 무미건조하였다가, 또 때론 그 감정에 이기지 못해 무너져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각각의 짧거나 긴 메모들은 몇 번씩 곱씹어 되뇌이게 했다. 마치 아주 가까운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이고도 또한 사람을 힘들게하는지, 오히려 솔직하고 덤덤하게 써내려간 글에서 알 수 있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어쩐지 그런 것 같다), 나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하지만 한 사람이 직접 당한 슬픔의 타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이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시도)." (20쪽)
"빈소를 찾아온 너무 많은 사람들. 그럴수록 커지기만 하는 피할 수 없는 공허." (22쪽)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찡하게 눈물이 차오르기도 하고 애써 부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롤랑 바르트가 말하듯 누군가의 슬픔의 타격을 측정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시도이다. 또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애도가 이어질수록 더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공허함. 마치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도 계속해서 그 사실과 현실을 인지시켜주는 것만 같은 기분. 그때의 절망감과 다가오는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이지 않을까.
"내 슬픔은 삶을 새로 꾸미지 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내 슬픔은 사랑의 끈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사랑의 단어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아주 자명해진 내 슬픔의 이유..." (49쪽)
롤랑 바르트의 일기들을 따라가보면, 어떤 날은 어느덧 다 괜찮아진 듯한 일상이었다가 어떤 날은 울컥 눈물이 나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으로 가득찬다. 죽음 후 겪는 상실감이 그런 게 아닐까. 극심한 온도차와 도무지 변화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예민해진 감정선.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78쪽)
어쩌면, 누군가를 잃고 난 후의 감정은 미치도록 힘들고 그립고 아픈 감정이지만, 이것마저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순간들인지라 너무나 힘들고 괜찮아지고 싶다가도 그 감정마저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올까봐 두려워지는 게 사람 마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때가 올까봐, 그런 순간이 오는 것이 더 마음 아프고 힘든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서의 애도의 날들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다시금 깨닫게 된 책이어서, 이 책과 함께한 시간이 참으로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