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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ㅣ 자기탐구 인문학 3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자존감 탓은 이제 그만, 문제는 수치심에 있다!"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고 있는 이 책 《수치심 권하는 사회》는 앞다투어 자존감이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많은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짚어주고 있다.
저자 브레네 브라운은 20대 시절 아동요양시설에서 일하던 중 직원회의에서 임상 책임자가 한 이야기를 듣고 '수치심'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분 모두 여기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치스럽게 하거나 무시하는 방법으로는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 계기로 아동요양시설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7년간 공부하며 '수치심'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귀담아듣지 않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연구하기 시작한 저자의 결단력이 돋보였다.
최근 들어 '자존감'과 같이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나 조차 그것이 '자존감'의 문제인지 '수치심'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구별하여 생각해볼 수도 없었을 뿐더러 깊이 있게 논의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자존감'과 '수치심'에 대해 제대로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자존감'보다는 '수치심'이 더 큰 문제점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에 대해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상 '수치심'에 대해서는 선뜻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욱 의미 있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수치심'과 '자존감'에 대한 구분은 다음과 같다.
'수치심'은 '느끼는 것'이고 '자존감'은 '생각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반면, 수치심은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감정 문제이다. 저자의 동료인 매리앤 맨킨은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존감에 대해 생각할 때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디서 왔고, 어떤 일을 겪었고, 무엇을 이뤘는가를 바탕으로 현재의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수치심을 느낄 때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한없이 작아진다. 나의 다른 모습들은 보이지 않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아주 작은 원인 한 가지만 보인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원인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이 책에서 사례로 나오는 예들처럼 많은 부분을 수치심을 느꼈지만, 정작 그것이 수치심이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온 셈이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혐오스럽게 생각한다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보며 이상하다고 비난할 것 같다는 생각, 내 속사정을 안다면 비웃을 것만 같은 생각 등 우리는 다른 타인의 시선과 말에 힘들어하고 상처받고 그로 인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포장하고 꾸미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자존감에 의한 것들일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치심에 대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수치심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보고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여러 번 거듭 강조하여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1장, 소리 없이 나를 공격하는 감정, 수치심>을 통해 문화 전반적으로 남들과 함께 어울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를 미리 결정지어 줌으로써 수치심을 갖게 되는 상황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2장,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과 3장, 4장, 5장, 6장을 통해서는 수치심을 극복하기 위한 단계별 훈련에 대해 알려준다. 이어 수치심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이 수치심을 깨닫고 나아가기 위해 발을 내딛기를 독려하고 있다.
수치심을 느꼈을 때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진정한 힘의 세 가지 요소, 즉 자각, 선택, 변화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우리 삶에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우선 문제를 자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을 확인해야 하며, 이를 실행에 옮겨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누구나 일순간 자각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란 힘든 일이다. 어쩌면 그러한 무수한 포기들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치심을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거나 혹은 자각하지 못했던 많은 수치심들을 하나둘씩 정리해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수치심을 권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수치심을 자각하고 변화와 실행을 해나가야함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