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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을 그만두면 인생이 편해진다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지키는 자기주장의 심리학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권은현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부탁을 받는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어떤 부탁은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들어주려고 했던 선뜻 나서고 싶은 일일 때도 있고 또 어떤 부탁은 내키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거절하기 힘든 성격에서인 경우가 많은데, 예전의 나 역시 그랬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 역시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잘못되었던 거였다. 결국 내 시간, 내 감정 등 나를 빼앗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쏟고 있었다. 도대체 무얼 위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들은 내가 부탁을 들어 주었어도, 설사 거절을 했더라도 크게 생각지 않았을텐데 괜한 죄책감과 오지랖에 나를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생각했던 것이다.
대체 착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구의 부탁이든 솔선수범해서 어떻게든 들어주는 예스맨이 착한 사람일까. 영화 <예스맨>을 봤던 기억이 난다. 모든 일에 거절을 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NO"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삶을 찾는 이야기. 물론 그렇다고 모든 부탁을 거절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선순위와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시간이 되고 그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기분좋게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는 시간에 내키지도 않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무조건 들어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착한 사람을 그만두면 인생이 편해진다》라는 책은 자신의 기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
이 책은 예스맨이었던 저자가 "NO"를 외치게 되면서 겪은 사례들과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솔루션을 정리해 놓았다. 예스맨의 기본적인 습관에서 시작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보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예스맨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어 거절의 10가지 이유를 들어주고 있는데, 그중 내가 공감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가 있었고,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렵다'였다. 이전 회사에서 상사는 일을 많이 벌리는 스타일이었고 항상 그 일을 책임지는 건 직원들의 몫이었는데, 나는 내가 해낼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그것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나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 일들을 떠맡곤 했다. 물론 회사에서 나의 역량은 인정받았지만 지나고보니 그것이 온전히 나를 희생한 것임을 깨달았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고, 그제야 나는 NO를 외치며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당당하게 거절했다.
다음 장에는 거절의 10가지 전략에 대해 나오는데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다소 이해되지 않는 전략도 있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위한답시고 어정쩡하게 거절하는 것보다는 단호하고 확실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기본 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특히나 거절하기 위해서 변명이나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그것이 독이 될 테니까.
마지막으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절하는 법에 대해서 나오는데 친척, 배우자, 친구, 동료 등의 사례들을 들고 있어서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며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가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세상에서,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면 또는 들어주고 싶지 않다면 당당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이 책이 실제 해답이 되진 않겠지만 그 단계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