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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 바닷가마을에서 깨달은 지금을 온전하게 사는 법
전지영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전지영 작가의 《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에서 “늘 조금씩 무리했다. 내가 망가지는 줄도 모른 채.”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20대 때는 어떤 것이 무리하는 것인지, 나를 돌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30대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무리했던 과정들이 몸으로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때로는 그것이 단순히 며칠 무리한 증상인지, 오래도록 이어진 피로의 결과인지 종잡을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전에 다시금 나는 바쁘게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그것이 내게 말을 건네고 있는 신호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제 더 이상은 무리하면 안 된다고, 일종의 경고의 의미인 셈이다.
나보다 한참이나 사회 경험이 많은 한 지인은 최근 힘들어했던 내게 이 더 이상 무리해서 번아웃이 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겪었기에 가능한 진심어린 충고였다. 아무리 회복하려고 해도 이전의 100%만큼 회복되지도 않을뿐더러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본인 손해라는 이야기다. 이제껏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미련스럽게도 책임감이 강했고 그렇기에 스스로 인정받기 위해 꽤 많은 것들을 홀로 짊어지는 유형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포장 속에 감춰진 스스로에 대한 고집인 셈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늘 체력 분배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보다는 일에 몰두했고 지금에 와서 무리한 몸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물론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이야말로 정상이 아니고 인생에서 하기 싫어도 억지로 참고 해야 하는 일은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내가 아플 때 누구도 대신 아파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이 시점에서 가장 와 닿은 셈이다.
《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는 전지영 작가의 ‘바닷가마을에서 깨달은 지금을 오전하는 사는 법’을 담백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편집디자이너로 일한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밥 먹듯이 야근을 했고 제대로 식사를 챙겨먹지 못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점점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더군다나 그 시기는 작가에게 개인적인 일로도 힘든 일이 많던 때였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적잖게 충격을 받은 작가는 그날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애초부터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몸에 무리가 가는 터라 어느 것 하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시작하게 된 요가로 인해 인생이 바뀌게 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요가와 함께한 작가의 삶은 흐르고 흘러 지금의 ‘바닷가마을의 요가 선생님’이 되었다.
누구도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다른 사람에게 꼭 맞는 옷이 내게도 꼭 맞을 리 없다. 그러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행복할 수 있는 것 모두 스스로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 역시 스스로 알아차려 망가지지 않도록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나 역시 최근에 와서야 진지하게 타인의 말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 저자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무언가를 더 잘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결국 요가와 글쓰기를 선택했다. 스스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길은 정해졌고 나는 걸어가는 것이 좋다. 여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