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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평점 :
세 여자의 각기 다른 특색과 매력을 담은 감성과 함께하는 시간은 내내 설렜고,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한 여자는 글로 자신의 감성을 이야기했고, 두 여자는 그림으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했다. 그 중 유독 내 시선을 사로잡은 쪽은 그림이다. 여러 다양한 여자들의 얼굴을 표현한 그림들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아름다웠고, 독특했다. 특히나 평소 얼굴에 대한 그림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터라 더욱이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 그림 속 그녀들의 시선은 늘 다른 무언가를 내게 이야기하는 듯 했다. 때론 즐거워 보이기도 했고, 때론 슬픔에 사무쳐 어두운 기색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그녀들의 시선과 마주했고, 그때마다 그녀들의 감성과 내 감성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에 묘하게도 감성이 풍족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일곤 했다.
이 책은 1부: 상처, 2부: 이해, 3부: 성숙으로 이루어져있다. 상처에 담긴 글들이 유독 내게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켰다. 어머니의 뒷모습이랄지, 내 마음 속 상처의 흔적이랄지, 아니면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한 투정이나 꿈에 대한 욕심 혹은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의 모호함 때문에 고통 받는 모습이랄지, 사랑의 쓴 단면이랄지…. 잊고 지냈던 참 다양했던 내 과거의 기억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다시 꺼내어볼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주었고, 또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혹은 해야겠다는 다짐과도 같은 깨달음도 주었다.
여기서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가슴 두근거려 뛰쳐나가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누가 뭐라 해도 달려가고 싶은 꿈이 무엇입니까?)”라고 내게 질문한다. 예전 같았으면 서슴지 않고 당당하게 내 미래에 대한 목표나 꿈을 끝도 없이 나열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그러하지 않다. 문득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작 몇 년 전만 해도 그 친구에겐 다양한 꿈이 있었다. 얼른 대학을 졸업해 하고자 하는 목표! 하지만 이젠 그렇게 녹록찮은 현실을 맛본 뒤로는 점차 모멸감을 느낀 듯 했다. 때문인지 누군가 그 친구에게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그 친구는 늘 멍한 표정을 짓곤 한다. 아무런 말이 없이. 꿈을 잃는다는 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일인가. 꿈은 늘 내가 나아갈 수 있는 버팀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것임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꿈이 없으면, 더 이상 내가 나아갈 곳은 없는 것이다. 그저 현재 그 자리에 안주해도 좋다. 꿈이 없는 나약하고 가여운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현실과 타협해가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우면서도, 그것이 내심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자 인생이라 치부해버릴 때면 스스로가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어진다. 분명 내 꿈은 이게 아닌데…. 그녀들의 감성과 함께하는 내내 나는 어쩌면 다시금 날 일으켜 세우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두려움도, 겁도, 현실도피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여겼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인생에 나아갈 목적지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가슴 들뜨고 설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다시금 예전 품었던 그 열정으로 꿈에 도전해보려 한다. 늘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많은 것을 꿈꾸었던 어린 시절, 그때의 그 아름다웠던 두근거림을 난 여전히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