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늘 내겐 익숙지 않은 것이었고, 그것은 나를 포함한 내 측근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늘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는 것이 죽음이라지만, 어쨌거나 나는 어느 한 군데 아프지 않은데다 젊은 나이인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내게 감흥을 줄 수 있느냐는 거다. (갑작스런 사고는 늘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제외한다.) 또한 내 형제들과 부모님들에 대한 죽음 역시도 마찬가지다. 사실 최근에는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다. 만약 우리 가족 중 누구 하나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하고 말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고 아파오는 것이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죽음에 대해 느꼈던 기분 나쁜 감정 또한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그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스무 살, 어린 청년 ‘드니’의 죽음. 피에르와 로라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으로, 디안에게는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으로, 알렉상드로에게는 사랑하는 형에 대한 죽음으로, 친구들에게는 함께했던 추억을 빼앗기는 죽음으로… 드니의 죽음은 드니의 관계 선상에 따라 각기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른 유형을 선보이게 된다. 말 그대로 죽은 자 다음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은 저 마다의 방식과 모습으로 보여 지게 되는 것이다. 슬픔을 이겨내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의 모습은 그 만큼 눈물겨웠고, 힘겨워보였다.



피에르는 어린 대학생 여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익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그 기분을 만끽하는 것으로 슬픔을 치유하고자 한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에게 자식과 부인은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그녀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라는 백화점 등 다양한 곳에서 대범하게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스릴을 만끽하며 삶의 활력을 느끼려 한다. 디안은 늘 새로운 낯선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 하며 슬픔을 잊으려 하며, 점점 퇴락해져 간다. 알렉상드로는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는 등 적응을 하지 못해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 불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이처럼 한 사람이 남기고 간 빈자리는 남은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불러왔다. ‘죽음’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변화는 절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제각기 슬픔을 추스르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감정과 도무지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에서 비롯된 대체일 뿐이다.



문득 한 가족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한 사람의 부재로 인한 어둑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만약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그런 일을 겪는 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슬픔을 이겨내려 노력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디안처럼 방탕한 삶을 통해 현실을 부정하려고 노력할까. 아니면, 그 슬픔을 만끽하며 한껏 우울하고 슬픈 사람으로 전락해 버릴까. 그 어느 것도 정당하지 못하고, 올바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이처럼 버거운 것이다. 그것이 가까운 가족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말이다.



글 속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다른 타인의 죽음이라면 그저 그 상황에 놓인 사람의 슬픔을 위로하며, 적어도 그것이 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토록 가슴 아프게 슬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온전히 타인의 죽음일 뿐, 내게 뼈저리게 깊게 파고드는 죽음과는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토록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가슴 속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한, 그런 추억과 기억은 죽을 때까지 내내 내 속에 자리한 채 아름답게 빛날 것인데, 그 추억 속에 함께 빛나야 할 주인공이 사라지고 없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말이다. 그것은 그 추억마저 없었던 허구에 지나지 않게 만들고 애초에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남겨진 사람들… 죽음은 이토록이나 사람을 슬프고 아프게 만든다. 늘 사람은 죽음과의 연장선상에 머무르며, 결국에 죽음이라는 도착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좀 더 죽음을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감정이 허락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은 본질적인 죽음과, 죽는 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모든 것에 짙은 생각과 슬픔을 덧붙여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여운이 담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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