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은 아름답다
우은정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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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은 아름답다’ ‘20대의 방황은 우리 생애 한 번뿐인 특권이다’

 

책의 제목과 문구가 가슴 속에 파고든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방황을 경험한다. 10대의 이른 시기일수도 있고, 20대의 청춘일 수도 있고, 혹은 늦게 찾아올 수도 있다. 내게 방황은 지금인 것 같다. 물론 20살을 앞 둔 10대의 마지막에서도 방황을 경험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입시를 앞두고 겪는 흔한 두려움과 막막함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방황’을 느낀다. 지금껏 걸어온 길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회의감에 물들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린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누군가 잡아끌면 잡아끄는 대로, 줏대 없이 마구 흔들린다. 20대의 방황은 아름답고, 한 번 뿐인 특권이라지만, 지금의 방황은 서글프고 막연하다. 이 시대 20대들의 방황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저자의 방황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막연하고 힘든 방황을 즐기기 위해, 누리기 위해 떠났다는 것이다.

 

각종 여행에세이집을 접하고, 주위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는 쉴 새 없이 여행계획을 짠다. 이미 여행 계획을 짠 대로만 떠났다면 스무 번도 넘게 비행기에 올랐을 정도로 계획만 번지르르하고 거창하다.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다. 늘 무작정 떠나 보고 느끼고 돌아온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니 현실은 참 초라하다. 지금 이 순간을 다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20대의 뜨거운 청춘이 없는 것 같아 슬픈 것이다. 누군가 지금 이 아름답고 뜨거운 청춘을 치열하게 살았느냐고 묻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 문구를 보는데, 그렇게나 허무할 수가 없었다. 참으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지 못했고, 흘러가는 대로 안일하게 세상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해 당당하게 사법고시에 붙고,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1년 간 24개국을 여행한 그녀의 용기가 정말 멋지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떠나는 것보다 그녀처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잠시 내려놓고 떠난다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방황을, 용기 있게 즐기고 온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가 겪은 수많은 여행 이야기 중 유독 공감되는 글이 있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녀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의 삶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한국의 삶은 팍팍하고 쉴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묻자 그녀가 답했다.

 

“음,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는 개인인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보다 누가 봐도 잘난 삶을 사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 같아. 부를 얻는 것과 사회적 성공이 바로 그 ‘잘난 삶’이지. 그래서인지 경쟁이 굉장히 심해.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항상 하게 해. 사람들은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해. 내 옆의 누군가가 나보다 얼마나 더 많이 버는지,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갔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까지도 비교를 해.”

 

그녀의 대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늘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치열하고 삭막하게 살아가는 삶. 그것이 우리네 모습이었다. 나 역시 그 속에 속해 늘 앞 다투어 가기 위해 쉼 없이 걸어가고 있다. 과연 그것이 행복한 삶일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살아가는 것인데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수없이 꾸었던 자신이 원하는 삶은 점점 기억 속에서 퇴색되어 간 채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하며, 조금은 꿈을 꾸어 본다. 그리고 잠시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그녀의 말처럼

“출발선이 달라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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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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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의 아름다운 소녀, 그레이스 막스. 과연 그녀는 악마의 얼굴을 숨긴 영악한 살인자인가 아니면 그 시대상에서 안타깝게 희생양이 되어버린 순결한 피해자인가?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이 질문이 먼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일까.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범인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꽤나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뒤엉켜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것 역시 작가가 의도한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분명 그녀는 순수했고, 누가 보아도 그 시대상에서 안타깝게 버려진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와중에서도 난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범인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다 할 물증은 없었지만, 무엇이라도 결론을 얻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도소와 정신병원 생활을 겪은 그레이스 막스. 어여쁜 나이에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녀가 안쓰러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글이라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흥미를 동하게 했다. 더불어 결론이 궁금했던 것 역시 실제 사건이라는 데에 연유한 것이리라. 하지만 끝까지 속 시원한 답은 얻을 수 없다.

그저 구석구석 파고들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결론을 낼 수 있게 여운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런 여운이 좋아 책을 덮고도 한참이나 깊은 생각에 빠지며 그 시간을 즐겼을 것이다. 원체 영화든 책이든 모호한 결말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레이스>는 달랐다. 뭔가 속이 꽁꽁 뭉친 기분이었다. 도무지 생각하려고 해도 갈팡질팡할 뿐, 스스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를 살인자라고 몰아붙이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일찍이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쪼록 그 시대상의 씁쓸한 모습과 한 여인의 아픔을 꽤나 긴 시간동안 함께 하며, 가슴이 먹먹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마 몇 번을 읽어도, 생각을 끝낼 순 없을 것 같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사건의 결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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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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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간략하게 욕망혹은 인생의 욕망과도 같이 고리타분한 제목이었다면, 그 내용이 재밌더라도 다소 심드렁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뭔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스산하게 감아오는 칙칙한 분위기가 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이 제목만큼 공감할 수 있는 문구는 없으리라. 끝이 없는 욕망을 채우기에는, 이 인생이 너무도 짧기 때문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 노라,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두 남자. 유부남인 루이와 능력 있는 머피다. 두 남자의 뜨거운 사랑을 동시에 받아내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밉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분명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하지만, 어쩐지 그 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내가 그녀의 사고방식을 공감하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이상하리만치 그녀의 모습을 보며 동정심을 느꼈다.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의 흔하디흔한 삼각관계가 제법 지겨울 법도 한데, 이 속에 녹아든 세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마냥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고, 그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았다.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했다. 바로 작가 파트리크 라페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원체 영화든 책이든, 프랑스 작품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감성적인 마음을 콕 하고 터뜨려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글 마다 도무지 건성으로 읽고 넘길 수가 없을 만큼, 매력이 철철 넘쳐 이 책을 다 읽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여전히 다시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파리와 런던의 잿빛 하늘이 깔린 늦은 오후의 공기가 감도는, 꽤나 우울한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들은 참으로 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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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선배가 말해주는 두근두근 유학 Story (10편의 유학 에피소드 + 유학 가이드 북)
한승호 지음 / (주)시대교육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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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나 역시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스무 살이 조금 넘었을 무렵, 주변 친구들이 교환학생으로 떠나거나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외국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내심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난 잘 알고 있었다. 내 꿈은 외국에 나가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만, 호기심이었다. 더 큰 세상에서의 경험이 하고 싶었고, 늘 영화나 TV로만 담아야 하는 풍경들 속에 있고 싶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어쩌면 내겐 유학보다는 여행이 더 맞을지도. 점점 더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의 나이대가 어려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본인 하기 나름일 터. 어찌 보면 가치관이 형성되고 가는 편이 방황(?)을 덜 할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또 어찌 보면 그래도 일찍이 가서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두근두근 유학 STORY>는 꽤 흥미롭다. 일단 한 권으로 엮어 있지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10편의 유학 에피소드를 은혜라고 하는 유학을 가고 싶어 하는 소녀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담아냈고, 2부에서는 유학 가이드북으로 유학 준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필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일단 1부가 참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직접 유학을 갔다 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듣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만큼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아무리 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늘어놓아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쉽고 재밌다.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마냥 유학을 꿈의 항해와도 같이 허황되게 설명하고 있지도 않아서 좋았다. 유학 생활에서 그들이 느낀 즐거움, 값진 경험, 혹은 힘든 생활 모든 것을 직접 그들이 들려주고 있어서 현실감이 느껴졌다.

나 역시 어렸을 때만 해도 유학은 돈 많은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조금은 허황된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괜한 부러움을 느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유학은 현실이다. 그 속에서 꿈을 가지고, 정확한 목적이 함께한다면 성공한 유학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무작정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나, 부모님들 역시 한 번쯤 보면 유학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위에 유학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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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
킴 & 크리킷 카펜터.다나 윌커슨 지음, 정윤희 옮김 / 열림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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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무슨 일이 있어도 놓지 않고, 사랑하는 것. 어찌 보면 굉장히 로맨틱하고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게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영원한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서약>의 남자 주인공 킴과 여자 주인공 크리킷의 사랑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사랑을 할 수도 있구나, 라고 감동하게 된다. 한 평생 무슨 일이 있어도 옆에서 지켜주고 사랑하겠노라고 한 서약을 지켜 나가는 킴의 모습에 가슴이 짠해진다.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결혼에 골인하게 된 킴과 크리킷. 그들은 남부럽지 않은 부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늘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의의 사고로 크리킷이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나지만, 불행하게도 크리킷은 킴과의 행복했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이에 킴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킴은 주위의 걱정과 지치는 스스로를 달래며 그녀의 옆을 지켰고, 노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두 번째 사랑을 시작했다. 사랑했던 기억을 모두 잃은 여자와 그 기억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다시금 사랑을 하는 방법을 택한 남자. 그들의 진실한 사랑에 누구나 가슴이 따뜻해지고 감동을 받게 된다. <서약>은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의 평이나 예고편을 보면, 책 보다는 아름답게 그려진 부분이 많은 듯하다. 책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적나라하다면, 아무래도 영화는 감동적인 부분과 아름답게 꾸며진 부분이 많을 것이다. 책을 보고 나니, 영화 역시 어떻게 담아냈을지 보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그들만의 러브스토리가 가벼운 인간관계에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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