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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전명진 글.사진 / 북클라우드 / 2015년 10월
평점 :
사진작가인 전명진의 여행에세이 책인 <낯선>은 그가 사진작가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낯선’이라는 말과 ‘새로운’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낯선’이라는 말은 무언가 두려우면서도 설렘이 담겨 있지만 ‘새로운’이라는 말은 좀 더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알고 보면 여행이라는 것은 새롭지만 낯선 것이기도 하다. 여행이 바로 그러한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새로운 배움이자 감성들이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여행이 삶의 자세를 바꾸어 놓고 철학을 단단히 해주었다는 말처럼,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를 좀 더 진실 되게 바라보게 된다. 그만큼 여행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낯선 곳에서의 자신의 모습은 그만큼 진실하고 실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잠깐의 선택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취향이 된다."는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항상 선택들로 뒤바뀌고 그러한 선택들이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 때문에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 안 좋은 상황들을 만났을 때는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선택지에 대한 미련과 후회들을 동반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취향들 역시도 그러한 여러 선택들로 이루어진 환경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그러한 선택들이 한 사람의 온전한 성장을 만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사진들은, 사진작가가 직접 찍어서인지 모두가 다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고, 그래서인지 풍경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 글 역시도 전업이 글 쓰는 작가가 아님에도 깊이가 배어 있어서 읽으면서 공감을 하게 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점점 빠르게 나아가는 현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는 좀 더 빠르게, 빠르게 나아가야 하는 요즘 천천히 여유를 갖고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삶의 통로도 사람이 많은 곳은 붐비기 마련입니다. 빨리 가려다 짐을 두고 올 수도 있고요. 조금 앉았다 가세요. 그래봐야 큰 차이는 없습니다."는 말처럼, 빨리 가려다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주변 풍경도, 사람도, 진실 된 감정도, 많은 것들이 그렇게 지나친 종착역마다 한 움큼씩 놓고 내리게 되는 것들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그만큼의 많은 부분들을 다시금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세계여행을 통해 느끼고 배우며 김중만 사진작가의 슬하에서 제자로 배우며 사진작가의 길을 택한 저자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선택을 하며 꿈을 꾸게 되었다. 저자처럼 여행은 예기치 못한 상황과 선택들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꿈을 꾸고 성장하게 된다. "스스로 조금은 거창한 소명을 부여했다. '시대의 기록자'가 될 것.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도, 돈을 많이 버는 자산가도 아닌 그저 묵묵히 세상 사람들의 옆에서 그 삶을 기록하는 것이다." 저자의 아름다운 소명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