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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작가인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처녀작 <남의 생의 첫날>이라는 작품은, 처녀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야기의 구성이 재미있고 읽는 내내 같은 여자라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처녀작임에도 프랑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문학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가히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평소 영화도 물론이거니와 책 같은 경우에도 프랑스 작품들을 좋아하고 즐겨보았던 터라 이 작품 역시 프랑스의 감성을 듬뿍 담아내고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하게 되었다.
“색도 향기도 없이 지나간 날들이여 안녕”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처음 와 닿는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생기가 없고 즐거움이 사라지고 이제껏 자신이 해온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만 같은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책 속 주인공인 마리가 “늘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불행에서 구제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그 순간들을 내버려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남의 생의 첫날”을 시작하듯이 새롭게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작품은 그저 수긍하고 살아가던 세 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아름다운 첫날을 위해 다시금 나아가는 이야기다.
마흔 살의 ‘마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여자와 바람을 피워대는 남편과 20년간의 결혼생활을 이어오다가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고, 예순 살의 ‘안느’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도 없이 단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살아오다가 남편의 갑작스런 회사 문제로 우울해지면서 관계에 문제가 생겨 여행을 떠나고, 스물다섯 살의 ‘카밀’은 뚱뚱했던 스스로를 각종 수술들로 모습을 바꾸면서 여행지마다 새로운 남자들을 만날 생각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온다. 세 여성이 떠나게 된 여행은 ‘고독 속의 세계 일주’였다. 이 세계 일주는 100일 동안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 서른여섯 개의 나라들을 방문하게 되는 여행인데,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의미는 이 여행의 참가 기준이 꼭 혼자 참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이므로 커플은 참가할 수 없었다. 이 세 여성은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위해 이 여행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함께 자신의 새로운 삶에 발을 디디게 된다.
이 세 여성들의 각기 다른 사연과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녀들이 찾아나가는 자신들의 삶을 함께 하다 보면 어느덧 그녀들의 삶에 그대로 녹아들어 감정이입을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만큼 그녀들의 이야기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상실감과 공허, 방황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희망과 꿈으로 그려져 많은 여성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게 될 것 같다. 자신을 찾는 일, 그렇게 온전하게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일이야말로 큰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