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감동이 필요해 - 똑똑한 뇌를 만드는 59가지 감동의 법칙
요네야마 기미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 동학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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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네야마 기미히로 - 난, 감동이 필요해

 

 

 

 

  무의식을 배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할까요. 20세기의 놀라운 천재 중 많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을 꼽지요. 그런 그도 살아 생전 뇌의 5%만 사용했다는 말이 신기해서 좋아하는데요. 그만큼 남은 95%의 무의식의 가능성이 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지요. 그 무의식의 세계를 자각하고 그리로 들어가기 위해 요 몇년 뇌에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읽었습니다. 감성, 지성과 관련된 뇌를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뇌를 이해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는데요. 뇌와 관련해 감동이라는 이슈를 내놓은 게 신기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얇은 편이며 무표정한 옆얼굴에 뇌가 말하는 듯한 제목이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글자가 좀 큰 편이고 줄간이 넉넉해 읽기 좋았고 글이 짧게 여러편으로 나눠 이야기 하므로 읽기에 더 좋았습니다.

 

 

 

 

  표지 디자인만큼 내용도 인상적이고 실합니다. 표지만 대단하고 내용이 별 거 없으면 그 책은 그냥 예쁜 책이라며 잊혀지겠지만 내용이 좋고 그 내용을 반영하는 듯한 표지는, 짧은 본문을 읽고 쉬다가 표지를 보고는 다시 책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좋은 장치로 느껴집니다. ^^ 

  본문을 짧게 끊어 서술하고 있어 집중하기에 좋았습니다. 들어본 것들이지만 '전두엽'이니 '편두체'니 '대뇌변연계'니 하는 단어들은 제게는 감동도 없고 이해하기 어렵고 기억도 안되고 집중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들이였습니다. 이런 독자들도 읽을 수 있게 만든 듯, 역시 뇌와 관련된 책이라 쉽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림도 넣고 기억하기 좋게 중간 중간에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줄곧 이해되지 않던 제 공부 패턴을 이해시켜 주는 책입니다. 정말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망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과거의 경험들도 설명이 됩니다. 긍정적인 감정 이입을 했던 시험에만 성공했던 이유도 뇌가 어떻에 영향을 받고 밖으로 영향을 주는지 설명을 들으니 명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보편적인 이론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장점이 부각되지만 조금 더 다양한 인간형에 맞는 분석이 아쉬웠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는 감동과 공감력이 부족한 사이코패스가 성공 비즈니스맨인 경우가 많은 사실을 설명한 조금 새로운 책이였는데요. 사이코패스의 장점을 잘만 이용하면 파괴자가 아니라 창조자도 될 수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이 조금씩은 있고 서로 배척할 수 밖에 없는 경쟁시대인 현대 사회의 특성상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인 만큼,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감동을 잘 하지 못하는 공감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점진적인 공감과 감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 같아요.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이 비주류 즉 소수의 사람들의 특성을 설명했지만 감동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설명했기에 그 책을 떠올리고는 도통 책의 내용에 100% 수긍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기 쉽게 짧게 나눠져 총 8개 챕터와 59개의 주제들로 나눠진 글들은 글의 요약을 제목처럼 보기 좋게 글 상단에 박스에 넣어 한눈에 보기 좋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한 번에 쭈욱 연결해 읽기에도 좋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들춰 보기에도 보기에 좋고 읽기에도 좋습니다. 초반에는 뇌의 특성과 감동의 영향력을 설명하고, 후반에는 현재의 나를 점검하게 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을 그려냅니다. 경험으로 내게 맞는 개인적인 원칙들이 방법들에 들어 있어 기쁜 것도 있었지만 조금 아닌 것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닌 것 같다 싶은 것은 걸러내고 보는 것도 지혜로운 독서 방법이겠습니다. 사람이 다르 듯 방법도 일률적으로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뇌에 긍정적인 책입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수록되어져 있어 좋았습니다. 저희 가족도 스마트폰 게임으로 부모님과 소통하고 있는데 이게 도움이 된다니 기분이 좋았어요. ^^; 게임이 치매 예방에는 나쁘다는 말이 있어 은근히 걱정했었거든요. 뇌 관련 책에는 거의 다가 긍정의 힘이 빠짐없이 쓰여져 있는 공통분모를 재차 확인하게 됩니다. 긍정을 뛰어 넘어 감동과 칭찬이 우리 뇌를 얼마나 기쁘게 하고 활발히 움직이게 하는지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도 확인하게 되었구요. 그래서 생활하며 종종 떠오르는 책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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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 잠자리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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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르탱 파주 - 여덟 살 때 잠자리

 

 

 

 

 

  표지가 독특해 눈이 가는 책입니다. 책 표지에 끌리고 제목에 끌리고 줄거리를 보다 보니 꼭 읽고 싶어 지는 책. ^^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습니다. 프랑스 소설은 항상 제게는 도전같아요. 번역의 문제인지 어째서인지 프랑스 소설은 문장이 복잡해 난독증이 있는 제게는 힘겨운 편인데요. 천재성을 보이는 여류 화가가 주인공이라 흥미로워 왠지 함축성 높은 프랑스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을까 기대되는 책이였습니다. 책은 세로 길이가 짧은 편이라 귀여운 느낌의 책으로 두께가 있지만 작고 그립감이 좋아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상콤하고 귀엽고 발랄하고 재미있었던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를 떠오르게 하는 귀여운 소설입니다. 현재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과거 이야기로 돌아가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기법, 그리고 과거가 나를 상처입힐 수 없다는 듯 몽글콩글 귀엽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끔찍한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성과 방식이 비슷합니다. <아멜리에>의 스토리텔링처럼 남자 나레이터 아니지 작가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주인공이 여성이다 보니 전지적 작가의 성별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읽는 유쾌한 풍자극에 무릎을 치고 실소하게 합니다. <아멜리에>를 떠올리자 마자 책이 친숙해졌고 복잡한 문장과 의식세계가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이야기 전개와 독특한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점점 더 책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유의 비꼬는 문체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폭소가 아니라 잔잔하게 웃으며 읽을 수 있고 계층간의 문화 격차로 생기는 오해와 착각이 재미있어 어이없이 큰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잔잔한 웃음으로 끊임없이 읽어 나가는 자잘한 재미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합니다. 저처럼 하루에 여러 권의 책을 읽어야 만족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독같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나만 바라 보라는 독점욕이 강한 책입니다. ^^ 

  선택과 집중으로 쓸데없이 돈 많은 부자들에게 막연한 협박성 메시지를 적은 편지를 보내 그 돈으로 살아가는 여주인공 피오. 돈을 지정된 장소에 가져오는 피해자들을 그리며 그림에 빠져들어간 그녀는 피해자 중 한명에게 반대로 협박당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갖다 주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피해자가 유명한 예술애호가로서 까다로운 안목과 감각으로 유명했고 그가 갑작스레 죽자 그녀의 그림과 그녀의 존재가 예술계에 화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처음엔 우연히 시작된 그녀의 성공이 계속되길 기대했지만 점점 허공에 뜨는 그녀의 유명세를 보니 걱정이 앞서더군요. 그만큼 감정이입이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해리포터>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오가며 들려주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독자는 주인공처럼 느껴지기 보다는 그녀가 옳으며 잘 되었으면 좋겠고 응원하는 입장이 되면서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작품입니다. 등장 인물들의 마음, 가치관, 예술관, 그리고 처세술을 보면서 독자들은 화려한 겉모습속에 숨겨진 어두운 인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으로도 충분했던 자신의 세상에 만족하던 피오가 너무도 크고 화려하면서 공허한 연예계같은 예술계에 데뷔하는 과정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깊은 암울한 인간의 바닥을 읽어도 풍자적인 상황과 함께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독자들은 안전하게 그 내용들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기에 소설에서 날카롭게 그리는 현실에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연예계처럼 유명세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곳에서는 상처로 남을 수도 전략적으로 신인들의 말랑한 멘탈에 도움을 주는 교육 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 피오의 미소는 씁쓸하지만 현실적입니다.  

 

 

 

 

 

  속이 시원한 책입니다. 내숭없이 풍자로 현실을 그리고 현실뒤에 감춰졌던 진실들을 현란하게 까발리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있었음직한 일들이고 비슷한 경우를 우리는 연예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적이 많겠지요. 너무도 할 말이 많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잘하는 것일지 모르게 만드는 책입니다. 너무 복잡하고 상처를 주는 현실에 우리 현대인들은 주인공 피오처럼 자신만의 세계에서 환상을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 관계에 얽히고 얽혀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를 세상에 내던져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요. 사랑받길 바라지 말라던 인문학자의 작게만 느껴지던 말이 소설을 읽고 나니 천둥소리처럼 크게 귓가를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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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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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벤 H. 윈터스 - 라스트 폴리스맨

 

 

 

 

 

   소설 배경이 독특한 범죄추리소설을 만나 읽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사실 가을보다는 여름에 즐기게 되는 편인데요. 대부분 범죄 추리 소설은 어두컴컴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많은지라 밝은 햇빛 아래에서 읽다보면 마치 시원해지는 거 같아 여름에 읽는 게 제일 좋더라구요. 이 가을 도입부에 책을 펼친 건 순전히 가을을 타는 변덕스런 마음 때문이였어요. 자기 계발서를 너무 많이 읽었고 소설이 그리울 때가 가을에도 소설의 어둠에 먹히지 않을거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됩니다. 책은 두께감이 있고 가로세로 길이가 조금씩 일반 책들보다 크고 무게감이 있지만 그립감이 괜찮아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글자는 작게 느껴졌지만 줄간 공간이 꽤 좋아 읽기에 좋았습니다.

 

 

 

 

 

  미리 예상했던 대로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입니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임을 공공연히 알게 되면서 세기말의 배경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일상의 볼 수 있습니다. 세기말은 우리가 예언으로 듣고 지레짐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같이 몇번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대비를 했었지요. 2000년이 되기 전 1999년이 그랬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과 마야인들의 종말을 우리는 같이 겪어 왔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흐르는 무기력증과 폭력성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군요. 저도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에 뭐든 대충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나와 내 가족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과학자들이 오열하며 소행성이 지구와 얼마후에 충돌할 것이며 지구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정확히 충돌하는 그 날짜까지 계산해 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될까요? 미리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암울하고 희망이 없습니다. 그 분위기를 반영하 듯 책의 소제목처럼 자살자들의 도시인 마냥 왜 사는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수없는 사람들이 자살을 합니다. 별 이유없이 죽고 자살하고 그에 대해 크게 애도하거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암울한 환경에서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된 우리의 주인공은 분위기에 맞지 않게 너무도 열심히 수사에 집중합니다. 공감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없이 혼자서 열심히, 세계와 동떨어져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희망적입니다. 몇번의 세계종말?을 겪고 나니 거기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건 헛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무기력감을 이기기 위해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더군요. 주인공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 수사 업무에 최선을 다합니다.  

  세계종말이 다가오는 소설의 배경은 우리가 사는 현재보다는 더 미래이지만 어쩐 일인지 더 낙후되어 있습니다. 핸드폰이 발달했지만 소행성의 영향인지 제대로 잘 터지지가 않고 자동차는 기름이 고갈되어 경찰 같은 정부 기관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서든 일확천금해서 휴양지로 떠나 버린 사람들, 일할 사람이 없거나 잘려져 조용한 경찰서와 보험 회사 등. 쓸쓸한 현실이 왠지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상상하면서 암울함을 유지시켜 줍니다. 간혹 나오는 자잘한 유머스런 캐릭터와 행동들이 암울함을 상쇄해 주지 않을까 싶지만 그것도 잠시. 무거운 세계종말의 암울함은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음을 미리 체험하게 해줍니다.

  다양한 계층, 직업, 나이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동물들이 등장해 그들이 세계 종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줍니다. 미미한 존재감이였던 우리 주변의 누가 자살한 듯 보였고 그 사건을 계기로 수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 형사의 수사 수첩에 담아집니다. 왠지 사소해 보이던 자살 사건이 살해 사건임이 밝혀지면서 주인공의 사명감이 더 진해 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됩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1-2주간을 소설로 그려졌다면, 시리즈물로 더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제 형사가 아니지만 누군가는 그처럼 사명감을 갖고 범죄와 싸워야 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사회일 테니까요.

 

 

 

 

 

  음울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죽은 남자가 남긴 것에서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내내 걱정하던 여동생의 사연을 알고 나니 책 끝에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세계가 멸망하는 그 때, 나는 무엇을 느낄 것이며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주인공을 따라 다니며 미리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아둥바둥 집중하고 있는 것이 내 삶 전체에서 정말 중요한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한번씩 되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해줍니다. 왠지 헛헛한 마무리도 우리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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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저편 - 페이의 그림자
카렌 마리 모닝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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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렌 마리 모닝 - 안개의 저편 '페이의 그림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구장창 로맨스 소설만 읽던 때가 있었습니다. 종종 인문학책이나 자기계발로 눈을 돌리긴 했지만 집중을 못했고 로맨스로 급히 돌아가는 암울한 패턴이였는데요. 그래서 왠만한 로맨스는 다 읽었다 자신하고 이제 뭘 읽어도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편인데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요상하게도 책에 제대로 집중이 안되어 제 옛날 주종목이던 로맨스 소설로 돌아가 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어요. 머리가 복잡한 가을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았어요. ^^ 표지는 어두운 테두리로 책을 길고 가는 시집처럼 보이게 하는 눈속임 디자인이라 흥미로웠어요. 금발을 흩날리며 거리를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감각적인 표지입니다.

 

 

 

 

 

  가볍에 2-3시간만에 간파할 수 있는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책입니다. ^^ 발랄하면서 신비롭고 무거우면서 무서운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로맨스는 예전의 것처럼 단순한 감정 흐름에 의존하지 않고 조금 더 다양한 자극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야만 더 다양한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단편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것이 느껴지면서 단편이 아닐 것 같은 불길하지만 즐거운 예감이 맞더군요. ^^ 시리즈로 이어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할 것만 같은 스케일이 내내 기분좋게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케일이 점점 커질 수록 어느 소설에서든 드러나는 허점들이 종종 보이지만 저자는 그때마다 독자들이 느낄 의문점들을 잘도 찾아 해결해 주는 꼼꼼함을 보여줍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경인 아일랜드는 맥주향과 함께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멋진 서점을 맞닥 뜨리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소설 <월야환담 광월야>를 떠올리게 합니다. 서점의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멋진 바이크와 그의 폭력성 그리고 그의 여러모로 우월함이 그 작품을 많이 떠올리게 했는데요. 아일랜드는 가본 적도 크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는 신비스런 곳이라 그런지 발랄하게 맥주를 즐기는 남녀노소가 가득한 거리가 나오다가 인적이 드문 어둡고 스산한 장면이 나와도 생뚱맞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독특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들어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가고 있고 지도에서도 사라지고 공공기관 조차 잊어버린 지역이 있다는 것도 신비로운 배경 덕분인지 극의 긴장을 높이면서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 언뜻 나오는 그곳의 상류층의 모습과 서점 주인의 고급스런 취향이 이국적이였구요. 남녀간의 사랑에만 집착하지 않고 자매끼리의 우애, 부모와의 사랑이 절실히 느껴져 감동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소설 초반에 등장하지도 못한 채 죽어버린 주인공의 언니는 소설 내내 행적을 남겨 점점 독자의 가슴으로 파고 들고 마지막에 남긴 짧은 메모에 감정이입이 되게 조금씩 장치를 만든 저자의 놀라운 기획력이 돋보였지만 너무 중요한 메모여서 감정을 잘라 먹게 되었다는 것이 참 아쉬웠어요.  

  소설의 시점도 독특했습니다. 1인칭 시점인 듯 하다가 3인칭 시점인 듯, 객관적인 시각과 주인공의 독백과 시각이 왔다 갔다 하며 읽는 데 지겹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주인공의 독백에서는 친구의 일기나 편지를 읽듯 편하게 느껴졌고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로맨스로는 친근함을 주면 좋지만 신비로운 추리소설같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위한 작가의 똑똑함인 듯 해요. ^^ 아직 형성되다 만 주인공간의 러브 라인이 시리즈물의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해 줄 거 같아요. ^^ 그 다음편도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발견되었다 끝에 또 다시 사라진 언니의 일기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줄지 기대되네요.

 

 

 

 

 

  완결이 아니라 아쉽고 이후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쉽게 읽었다가 큰 감동을 받았는데요, 다음 편의 스토리를 상상해보며 기다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마치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시리즈처럼 러브 라인과 사건들이 무한히 펼쳐질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시리즈가 많이 나오길 기대하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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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화의 잠재력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오가와 히토시 - 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자주 짜증과 화를 내는 감정에 솔직한 인간입니다. 좋은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는데요.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지만, 가면을 써야될 때 가끔 가면없이 감정을 폭발시킬 때가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런 감정은 제가 컨트롤 한다기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으면서 가슴도 시원해졌는데요. 무의식을 연구하기 위해 뇌 관련 책도 읽고 심리학책도 읽었지만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 확인했지요. 천천히 다방면의 책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제가 가진 가면들을 조절하고 싶은데요. 철학자들이 말하는 화의 힘을 알고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싶었구요. 책은 철학자의 이미지와 노란 색과 제목의 조화로움이 귀엽게 느껴져 심각한 주제와 달리 마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본문도 작은 글씨들을 중앙에 모은 채 줄간이 큰 편이라 집중이 잘 되고 읽기가 좋았습니다. 

 

 

 

 

  간략하면서 쉽게 설명해주어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나면 행복합니다. 친한 친구의 수다를 듣는 듯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화가 무엇이며 왜 우리는 화를 내고 문제들을 겪는지 그리고 화를 제대로 내는 건강한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불교계의 서적에서는 화를 삭이고 온화하라 가르칩니다. 특이하게도 저는 어머니에게 틱낫한의 <화>라는 책을 선물로 받은 일인입니다. ^^; 오랜만의 어머니 선물이라 참 감사히 받았던 기억이 있지만 그 책을 읽으며 오히려 화가 쌓이고 초반에 읽기를 포기했는데요. 틱낫한 스님은 존경할 만한 분이지만 그분의 책을 제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불교의 윤회는 내가 낸 화로 남에게 피해를 주면 그 화가 내게 돌아온다 설명되기에 화는 좋지 않다 말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은 화는 내고 뒷감당을 하자 이런 식의 간단하지만 깊은 내공이 담긴 대답을 주실 것 같기는 합니다. ^^

  <고혜경의 나의 꿈 사용법>이라는 강의를 들으니 미국쪽 문화권에서는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고 내지 않으면 만족하는 것이라 생각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는 화는 그들이 일상생활처럼 내는 그런 화가 아닙니다. 우리의 화는 참다가 누르다가 안되어서 터져 나오는 쌓이고 쌓인 화가 많습니다. 왜 그런 화가 생기는지 일본 저자는 동양인의 정서와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사람들에게 어떤 식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우리가 화를 못내게 되었는지 이해시켜주려 합니다. 이 점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느끼지 못했던 점을 저는 일본에서 느낀 적이 있는데요. 일본에 도착하는 첫 장소인 공항, 여객터미널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은 잘 정돈되어 있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느낌이였어요. 그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어떤 질서에 따라 고분히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였습니다. 서양인들이 우리 나라에 와도 그런 느낌을 받을 거 같아요. 그렇게 통제될 수록 우리는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화보다는 웃음을 팔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인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 많습니다. 일본인이 왜 유독 화를 잘 안 내는지 그리고 일본 지식인의 글들이 많이 인용되는데요. 일본인 특성에 맞는 분석을 속시원히 토해냅니다. 그들 특유의 답답할 정도로 겉이 고요해 보이는 건 섬나라로 닫혀있기에 상대에게 밉보여 고립되지 않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를 분류 기준에 따라 다각도로 분류해 냅니다. 내가 가진 화를 객관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함이며 이 분류법에는 고대 철학자들의 이론이 참고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저서와 주장을 번복하고 자신만의 이론을 새롭게 만듭니다. 문득 저자 소개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어린 편인 저자의 당돌함이 신뢰도를 높이는 데는 큰 기여를 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드, 초자아, 자아를 쉽게 설명해주어 기억이 잘되는 최초의 글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이해해도 될까 살짝 걱정이 됩니다. ^^; 저자가 번복한 주장들과 책들이 있었기에 저자가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지요. 궂이 일일이 잘못된 점들을 번복할 충격적인 방법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혹시 이것도 저자가 주장하는 화를 건전하게 활용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화는 겉으로 기분을 표해내고 생산적인 해결책까지 내놓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제대로 화를 낸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화를 도구로 활용해 더 잘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됩니다. 다방면의 지식인, 철학자, 정치가 등의 방법들이 인용되어 이해를 돕습니다. 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저자가 주장하는 화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생각이 들지만 설득력이 높습니다. 어렴풋이 우리가 알고 있었던 건강하게 화를 내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욱 하는 성질은 100% 감정의 것으로 의식적이지 않은 무의식적인 것이므로 거의 동물에 가까운 화입니다. ㅠㅠ 의식적으로 화를 조절해 더 건강하고 건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주어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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