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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벤 H. 윈터스 - 라스트 폴리스맨
소설 배경이 독특한 범죄추리소설을 만나 읽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사실 가을보다는 여름에 즐기게 되는
편인데요. 대부분 범죄 추리 소설은 어두컴컴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많은지라 밝은 햇빛 아래에서 읽다보면 마치 시원해지는 거 같아
여름에 읽는 게 제일 좋더라구요. 이 가을 도입부에 책을 펼친 건 순전히 가을을 타는 변덕스런 마음 때문이였어요. 자기 계발서를
너무 많이 읽었고 소설이 그리울 때가 가을에도 소설의 어둠에 먹히지 않을거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됩니다. 책은 두께감이
있고 가로세로 길이가 조금씩 일반 책들보다 크고 무게감이 있지만 그립감이 괜찮아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글자는 작게 느껴졌지만 줄간
공간이 꽤 좋아 읽기에 좋았습니다.
미리
예상했던 대로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입니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임을 공공연히 알게 되면서 세기말의 배경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일상의 볼 수 있습니다. 세기말은 우리가 예언으로 듣고 지레짐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같이 몇번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대비를 했었지요. 2000년이 되기 전 1999년이 그랬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과 마야인들의 종말을 우리는 같이
겪어 왔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흐르는 무기력증과 폭력성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군요. 저도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에
뭐든 대충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나와 내 가족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과학자들이 오열하며 소행성이 지구와 얼마후에 충돌할 것이며 지구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정확히 충돌하는 그 날짜까지 계산해 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될까요? 미리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암울하고 희망이 없습니다. 그 분위기를 반영하 듯 책의 소제목처럼 자살자들의 도시인 마냥 왜 사는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수없는
사람들이 자살을 합니다. 별 이유없이 죽고 자살하고 그에 대해 크게 애도하거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암울한 환경에서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된 우리의 주인공은 분위기에 맞지 않게 너무도 열심히 수사에 집중합니다. 공감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없이 혼자서 열심히, 세계와 동떨어져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희망적입니다. 몇번의 세계종말?을 겪고 나니
거기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건 헛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무기력감을 이기기 위해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더군요. 주인공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 수사 업무에 최선을 다합니다.
세계종말이 다가오는 소설의 배경은 우리가 사는 현재보다는 더 미래이지만 어쩐 일인지 더 낙후되어 있습니다. 핸드폰이 발달했지만
소행성의 영향인지 제대로 잘 터지지가 않고 자동차는 기름이 고갈되어 경찰 같은 정부 기관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서든 일확천금해서 휴양지로 떠나 버린 사람들, 일할 사람이 없거나 잘려져 조용한 경찰서와 보험 회사 등. 쓸쓸한 현실이 왠지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상상하면서 암울함을 유지시켜 줍니다. 간혹 나오는 자잘한 유머스런 캐릭터와 행동들이 암울함을 상쇄해 주지
않을까 싶지만 그것도 잠시. 무거운 세계종말의 암울함은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음을 미리 체험하게 해줍니다.
다양한
계층, 직업, 나이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동물들이 등장해 그들이 세계 종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줍니다. 미미한 존재감이였던
우리 주변의 누가 자살한 듯 보였고 그 사건을 계기로 수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 형사의 수사 수첩에 담아집니다. 왠지 사소해
보이던 자살 사건이 살해 사건임이 밝혀지면서 주인공의 사명감이 더 진해 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됩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1-2주간을
소설로 그려졌다면, 시리즈물로 더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제 형사가 아니지만 누군가는 그처럼
사명감을 갖고 범죄와 싸워야 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사회일 테니까요.
음울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죽은 남자가 남긴 것에서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내내 걱정하던 여동생의
사연을 알고 나니 책 끝에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세계가 멸망하는 그 때, 나는 무엇을 느낄 것이며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주인공을 따라 다니며 미리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아둥바둥 집중하고 있는 것이 내 삶 전체에서 정말 중요한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한번씩 되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해줍니다. 왠지 헛헛한 마무리도 우리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