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의 법칙 - 미술품 투자! 이성으로 분석하고 감성으로 투자하라
이호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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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숙 - 미술 시장의 법칙

2010년도인가 대구에서 열린 아트페어를 둘러보러 갔습니다. 그 전에도 전시나 박물관은 제게 익숙했지만 직접 미술품을 살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저였기에 충격이였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경매 과정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요. 수천은 부지기수이고 수백만원의 그림이 나오면 저 정도라면 나도 살까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당시에 저는 주식에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서 미술작품으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면 왠지 있어보이는지라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식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 모르는 데 투자하지 말라는 원칙! 그림을 좋아하고 창작품은 거의 다 좋아하지만 돈을 벌어줄 것이냐의 문제로 들어가면 감상자의 입장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로서 공부가 필요할 거 같아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가로 길이가 보통의 책들보다 길고 살구빛의 표지와 텍스쳐가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모두 컬러지로 되어 있어 꽤 묵직하지만 그립감이 좋아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글자가 좀 작게 느껴지지만 줄간도 넉넉해 읽기가 좋았습니다.

제목에 어울리게 미술 시장을 분석해 시장의 패턴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책입니다. 규모는 아주 크지만 주식 시장처럼 수치화할 수 없는 주관적인 작품들을 다루는 시장이다 보니 50% 정도의 회의감은 듭니다. 저자가 패턴을 짜놓고 사례들을 적절히 들어놓은 것은 아닌지. ^^; 충분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책은 독자의 마음을 야들야들 부드럽게 만들어 줄 설득의 힘이 모자랍니다. 저자가 애널리스트이셔서 그런지 꽤 관념적이고 말을 어렵게 해 쉽게 알려줄려는 뜻이 없든 그럴 글솜씨가 없든 결론적으로 글이 쉽고 재미있지는 않았고 그만큼 마음이 덜 열렸고 한발짝 떨어져 관망하게 되는 책이라 읽는데 꽤 힘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술작품을 시장 상품으로 보다가 작품성을 논하는 등 제 가치관에선 좀 이해하기 힘든 융통성이 머리를 복잡하게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애매모호한 글의 나열이 참 헷갈렸습니다.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다른 북디자인, 페이지를 바꾸거나 확실한 분류가 절실했습니다. 크기만 다른 숫자로 단락안의 분류임을 알려주고 나열하고 그 작은 글씨는 목차에도 나와있지 않아 제대로 읽고 있는가 순간순간 헷갈려 집중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책이라 느껴지는 점도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미술 시장에서 좋은 선례가 되는 고가의 미술품의 경매가와 경매 역사를 재미있게 얘기하듯 들려줍니다. 시장을 파악하려면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거래 경향을 꾸준히 살펴보면 시장의 패턴, 법칙이 쉽게 눈에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매의 역사를 굵직 굵직한 경매 사례를 통해 패턴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미술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솔깃할 얘기거리들을 많이 풀어 놓아 독자들의 관심을 혹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사 크게 이익을 본 사례라던가, 무명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 유명해지며 이익을 챙긴다는 둥의 투자계에선 흔히 있는 이야기들 외에도 작가와 시장의 뒷이야기들도 들려 주어 좋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이야기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작품과 작가와 매매 이력을 알 수 있어 참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작품이 사진으로 수록되어져 눈이 참 즐거운 책입니다.

시장을 파악하고 그 시장에 어떻게 매매할지 대략적인 전략이 있어 좋았습니다. 사는 것만 생각했지 팔 것은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파는 방법까지 나와 있습니다. 주식, 부동산도 미술품도 시장의 상황에 따라 매매 대처 방법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그런 흐름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이야기와 통계들과 숫자들로 암시합니다. 세계 시장을 시대별로 분석해 패턴을 찾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미술계의 분위기가 어떤지 전문가의 입장에서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던 고가를 형성하는 한국 작가들과 그 작품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미술작품을 돈보다는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성과 의미에 더 가치를 두고 봐왔는지라 중간 중간에 꽤 힘들었습니다. 아름답게 눈을 즐겁게 해주고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으로만 생각해 왔었지요. 만약 미술품을 작품으로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상품 개념의 설명이 많아 반감이 들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투자처로서 미술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다른 미술품 거래에 관련된 책을 읽어 보았지만 시장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이만큼 좋은 책은 드물 거 같습니다. 이 불황기에 제대로 시장을 파악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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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구보 씨의 세상 생각
문성원 지음 / 알렙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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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원 - 철학자 구보씨의 세상 생각

 

 

 

 

 

 

 

 

 

 

 

 

 

중학교시절 뭣 모를 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조금 쌩뚱맞지만 저를 니체로 이끌었고 이 두 작품을 읽고 독일책이든 철학은 읽지 말아야지 결심했더랬어요. ㅠㅠ 번역자가 인문학적인 소양이 적고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기면 조잡한 번역이 나온다는 건 어린 제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였고, 커서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잘 된 번역을 가려내기가 귀찮아져서 잘못 접어든 철학으로의 길은 철학을 고고하고 어렵고 상아탑의 학문으로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강신주 철학박사의 강연을 들고 느낀 점이 많아 철학에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던 중 강신주 박사의 선배이신 듯한 저자가 쓴 작품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습니다. 구보씨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였고 누군가가 세상의 자잘하게 꿰어진 패턴과 질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지더군요. 표지는 간략하지만 생각하게 하는 디자인으로 쓸쓸한 가을 남자의 뒷모습과 간략한 제목으로 미니멈합니다. 책도 작고 귀엽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저자가 만들어낸 구보씨의 의식을 따라 같이 부유하면서 내 생각들을 끄집어 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구보씨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란 함성호님의 책이 떠오릅니다. 인문학 초보인 제게는 많은 저자들의 글이 신선하고 깊이감이 있게 느껴졌지만 함성호님의 글은 조금 더 독특하게 제게 각인된 편입니다. 남자답지? 않게 섬세하고 세심한 스토리라인과 내면작업을 충분히 거친 쉬운 말투가 너무 좋았습니다. 큰 이론을 만들고 그에 대한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글들은 흔하고 흔합니다. 그에 반해 구보와 함성호님은 작은 데에서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큰 이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독자들도 동반하도록 합니다.

함석호님의 글의 장점은 소소한 일상을 절제된 말투로 말하지만 독자가 소소한 것에서 큰 철학까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구보씨의 단점은 너무 친절해서 독자들을 간단한 것에서부터 끝까지 얽어매어 끈적하게 속삭여 독자를 바보처럼 느끼게 한다는 점이였습니다. 물론 그 선의에 감동받지만 넘쳐나는 인문학책들 사이에서 완급조절이 잘못되어 좋은 내용이 지겹게 왜곡되지 않을까 안타깝습니다.

강신주 박사는 철학이란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들을 뒤엎어 왜 그럴까로 시작해 작업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가 옷을 입고 말하고 살아가는 주위의 소소한 것들부터 왜 그럴까로 다 뒤엎어 버립니다. 머릿속에서의 혁명이랄까요. 이건 이런거란다 라는 어른들의 말대로 네, 알겠습니다 라며 그대로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우리의 모든 것들의 의미를 재정의합니다. 그 재정의 과정은 느립니다. 우리가 얼마나 관념과 습성에 사로잡혀 있었던지 선입견을 깨고 나만의 생각을 재정립하는 과정은 내 생각들을 땅을 깊이 파고 다 묻어버린 후 새로 탑의 돌들을 하나 하나 쌓 듯이 나만의 철학을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쌓아나갑니다.

아주 재치있는 사람이라도 혼자만의 생각들을 주구장창 늘어 놓는다면 참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구보씨는 Y라는 여성과 함께 대화하고 반박하며 설득합니다. Y는 구보씨의 '아니마'인 여성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들은 꿈에 관한 강연인 고혜경 님의 강연에서 '아니마, 아니무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남성와 여성의 내부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 존재한다는 융의 이론을 발전시킨 강연 내용으로 내가 여성이라면 내부에 남성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와 조화를 이루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구보씨와 Y의 대화는 철학자로서 철학적인 면만 주구장창 깊이 판다고 성숙한 생각을 얻어낼 수 없다는 듯 보여집니다. 관념적인 세상에 푹 빠져있는 철학자 구보씨와 현재를 살고 있고 더 세속적인 듯한 여성성인 Y와의 조화를 통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성숙한 생각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보씨의 지인들이 구보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사색과 정진에 도움을 줍니다. 진지한 그들의 대화를 보다 보니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주제들을 이렇게 쉽게 대화한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구보씨는 외롭지 않아 보입니다.

재미있고 깊이 있는 생각을 위한 장치로 다양한 영화, 책,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쓰여 있어 지겹지 않게 이야기에 양념을 치고 있습니다. 그 작품들이 잘 알려지고 좋아하는 작품들일 때에는 감정이입이 훅 되는 경험을 합니다. 처음 들어본 오래된 작품이거나 어려워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작품들이 꽤 많이 소개되어져 새로운 작품들을 알게 되어 좋기도 하지만 관념적으로 세심한 결을 만들어내는 구보씨의 말이 익숙하지 않기도 합니다. 관념에 갖히지 않아 관념적인 느낌들의 정의에서부터 축구, 동물, 누드 등의 구체적인 현상들까지 관념과 현실을 오가며 생각들을 정리해 줍니다. 구보씨의 의식을 따라가며 아주 긴밀하게 느껴지지만 익숙치 않은 스토리텔링과 마치 프랑스 소설을 읽는 듯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문체에 구보씨에 나를 투영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삶에 끌려다니지 않고 생각한 대로 살 수 있도록 구보씨는 독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철학이론에서 내려온 것들이 아니라 땅에서 출발해 철학으로 발전하는 나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 과정이 어렵고 지치고 힘들었지만 뼈가 되고 살이 되리라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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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식탁 - 우리는 식탁 앞에서 하루 세 번 배신당한다
마이클 모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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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모스 - 배신의 식탁

 

 

 

 

 

  작년에 <음식의 제국>이란 책을 읽고 문명과 먹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 문명이 먹거리들로 인해 흥하고 쇠한데다 발전 방향까지 바뀌었다는 걸 알고 참 신기했고 우리 현재의 먹거리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예로 부터 먹어오던 전통적인 먹거리들조차 식재료들이 인공적인 힘으로 가공되었고 인스턴트 음식이라는 인류 최초의 음식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식재료들과 함께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요. 아니면 영화나 소설등에서 요즘 자주 예견하듯 멸망으로 치다를까요. 현재를 되돌아보는 것을 넘어 미래를 위해 진지한 고민을 이 책과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은 두껍지만 가볍고 두꺼운 두께감으로 그립감이 좋아 휴대성은 좋았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먹고 있는 음식들은 거의 모두가 미국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것이 전통 음식이 아니라면 거의 소소한 양념에서부터 모든 식재료가 현대의 기술로 병충해에 강해졌고 영양제가 듬뿍 들어갔으며 유전자 조작으로 과거의 그것이 아닌 변형된 것이라 영양학적으로든 어떤 분야에서 보든 검증된 것이기 보다 지금은 테스트 기간이라 보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많은 가공품으로 성공적인 산업을 발전시켜온 식품 회사들의 상품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시점을 마련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우리는 가공 식품들에 많이 의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충분히 알지도 못하고 막연히 그것이라는 시점만 가지고 있을 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것으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시점을 만들어 내는 3가지 재료로는 설탕, 지방, 소금으로 구체적인 시점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소비할 수 밖에 없던 이유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업계에서 어떤 식으로 식품을 만들어 왔고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피해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꺼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책 자체도 잘 쓰여졌지만 원동력들도 있었습니다. 식품들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서 느껴지는 배신감과 함께 이제까지 차곡차곡 쌓여져 왔던 의심을 확인하면서 느낀 카타르시스였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래도 식품업계의 무차별적 무계획적인 생산을 막기 위한 소소하지만 숭고한 노력이 있었다는 걸 시사하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다는 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최고 경영자들의 도덕불감증에서부터 잘 파는 회사가 파워가 있는 업계의 분위기까지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내에서 부터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가격을 만들기 위해선 감리료를 쓸 수 밖에 없고 처음 이런 음식을 만들 때 지금처럼 고도비만과 그와 관련된 질병들이 늘어날 것을 모르고 만들어냈다는 등의 업계 도덕불감증과 실적 위주의 권력 패러다임이 업계가 설탕, 지방, 소금의 황금비율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감각적인 입맛을 이용하도록 부축였다며 업체들의 핑계들을 그럴 듯 하게 들려줍니다. 그런 후 설탕, 지방, 소금의 순으로 챕터별로 식품에 들어가면서 어떤 맛을 내게 되고 업계에서 그 감미료를 어떻게 써 소비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런 재료들의 악영향을 깨닫거나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설탕 등을 줄인 업체와 상품들이 소개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개탄스러운 점은 그런 상품들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시장에서 사장되었다는 것입니다. ㅠㅠ

 

  설탕, 지방, 소금 등 각 챕터별로 그 조미료가 생긴 기원에서 부터 역사, 그리고 인간의 어느 부분을 자극해 먹고 싶어지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부터 세세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업계에서 조미료를 쓰는 방식 등 다루기 힘든 굵직 굵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마케팅 과정에서 실험적으로 조미료를 줄이거나 없앤 기업들의 실패담과 함께 꾸준히 조미료를 써서 성공한 기업들의 이야기, 자신이 만든 제품은 먹지 않는다는 디테일한 업계의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회사들의 이권이 걸린 문제임에도 의심을 재기하고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제 마케팅, 제조 과정과 역사등을 토대로 양심적인 책을 써 낸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비자의 바램보다 더 늦은 기업의 대처가 이런 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겠지요. 욕심으로 일그러진 기업들의 탐욕에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가공 식품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갖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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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 바느질 - 우리집 인테리어를 살리는 스타일 소품 만들기
황윤숙 지음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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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 북유럽 스타일 바느질

 

 

 

 

 

  손으로 만드는 건 거의 다 즐기는 스타일로 겨울만 되면 파우치와 가방을 만들려고 뚝딱 거리고 뜨개질을 하곤 합니다. 올 봄부터 친구의 부탁으로 해변에서 들고다닐 만한 가방을 만들려고 기획했는데 생각만 하곤 제대로 작업에 들어가질 못한 걸 이제서야 퍼뜩 생각이 납니다. ^^; 멀리 외국에 있는 친구인지라 별말 없었지만 섭섭해하고 있을 거 같아요. 바느질을 잘 하는 편이지만 본을 만들고 처음 기획하는 작업은 잘 못하는 전형적인 막가파 노동형이라 디자인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 책은 여느 바느질 책들과 비슷하게 큰 사이즈에 두껍고 묵직했습니다.  북디자인도 북유럽 스타일마냥 간결하고 색색이 예뻐 보기 좋았습니다. 표지는 잡지의 그것인 양 멋들어집니다.

 

 

 

 

 

 

  다른 바느질책과 단연 차별되는 북디자인이 멋진 책입니다. 화려하거나 특별난 건 없지만 마치 북유럽스타일의 그것처럼 글자가 아주 크지도 않으면서 잘 보이게, 그리고 이미지도 적당히 크거나 너무 커 눈을 어지럽히지 않게 집중할 수 있도록 절제된 감각이 돋보입니다. 눈에 거슬리는 이미지나 이어지는 내용이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볼 수 있다는 등 자잘한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히 배려되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 배려는 작은 북디자인에서 조차 느껴지고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초보자가 읽기에도 편안하게 감성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꽉 차지 않으면서 어쩌면 함축적인 설명들이 적절히 차 있으면서 여백이 많아 답답하게 독자를 죄지 않는 편안한 책입니다.

  요즘 '북유럽 스타일'의 책이 많이도 나왔습니다. 인테리어 관련된 것들과 소품을 만드는 책에서 의류제작까지 책의 테마가 다양한데요. 구체적으로 북유럽 스타일이 무엇인지에 관해 연결되는 내용들이 적다는 점이 놀랐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소품이 북유럽에서 기인했거나 그쪽에서 많이 하는 것이라는 자잘한 설명도 없어 실망스러웠습니다. 작품에 쓰신 천의 색감과 무늬가 북유럽 스타일인 건 확실하지만요. 원단이 테마인 책이 아닌 이상 주제와 제목과의 연관성이 깊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보자마자 기뻤던 실물크기의 패턴은 원피스 패턴일 뿐 다른 패턴들은 실물이 아니며 50% 축소된 크기로 되어 있어 독자들이 직접 확대해 써야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틀의 사용법과 바느질 방법이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져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보고 싶던 원피스 부분을 보면 고급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그런지 함축적이고 세세한 설명이 되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서 부터 고급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편성되었구나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분류하는 테마는 작업자의 수준이 아니라 어느 장소에 쓰이는 물건인지에 따라 분류되어 있습니다. 거실, 부엌, 아이방, 작업실 등으로 나누어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소품에서 꽤 복잡한 작품까지 섞여져 있어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넘겨보며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어 작업 의욕을 북돋아 주었는데요. 저는 올 겨울에는 조카방에 달아줄 코끼리 모빌과 내년 여름에 입을 원피스를 만들어 볼 작정이에요. 코끼리 모빌 인형은 책에 수록된 패턴 그대로 만들어 모빌을 안 쓸 때는 빼내어 가방이나 열쇠에 달아 쓸 수 있는 장식 인형으로 쓰려고 해요. 원피스는 저작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으로, 그냥 대충 치수재어 뚝딱 만들어보자 생각만 했지 ^^;; 시도를 해보지 못했는데 프리 사이즈의 실물 패턴이 있으니 만들어 보고 싶어집니다.








  원피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급 정도의 실력에 맞는 책인 거 같습니다. 꽤 어려운 커튼과 베게 커버를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만 설명해 주셔서 조금 실망스러웠는데요. 하지만 궂이 어렵고 복잡한 재단 방법을 쓰지 않고 쉽게 뚝딱 만들 수 있는 작업을 알려주어 초보자부터 중고급자들까지 바느질작업에 뛰어들게 하는 힘을 주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저는 내년 봄에 태어날 조카에게 선물해 줄 흑백 코끼리 모빌 인형 작업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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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심리학 -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
아네테 쉐퍼 지음, 장혜경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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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테 쉐퍼 - 사물의 심리학

 

 

 

 

 

 

  내가 가진 사물들로 내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책의 테마가 놀라웠습니다. 요즘 꿈을 연구하는 영성,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평소 어떤 상징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연구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내 안에 자리한 공포도 이 책으로 극복하고 싶었는데요. 누군가 혹은 어떤 사건을 한가지 면만 보고 평가내려 단정지어져 나를 짓누르지 않을까 하는 공포는 중학교 시절부터 제일 큰 공포였습니다. 그 사람의 사물로 그를 이해한다는 건 그런 단정으로 여겨져 제가 이제까지는 피했던 일이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심리학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바다같아서 어느 각도로 접근해서라도 친해지고 싶고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책은 가로 길이가 길고 세로는 짧아 귀여운 사이즈로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고 깔끔한 일러스트로 된 표지도 보기 좋았습니다.

 

 

 

 

 

 

  여는 글을 읽자 말자 제가 걱정하던 류의 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오히려 버림에 중점을 둔 책으로 물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 평가가 아니라 그것이 내게 꼭 있어야 되는지, 내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될까 고민하는 철학에 비해 의식 영역이 아주 좁게 느껴져 초반에 답답한 느낌이였습니다. 자잘한 감정의 결들을 헤아리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학적 깨달음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로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읽을 수록 감정의 결처럼 심리의 결도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서양 사람들에 비해 감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 건 그냥 넘어가',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공부해' 등 어른들의 억압하는 행동들은 과거에도 요즘도 자행되고 있지요. 비참한 사건의 주인공들을 보고는 안됐다는 마음을 갖지만 곧바로 다른 일로 관심을 돌리는 저 자신의 모습이 끔찍했던 적이 많습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들에 무관하다는 듯 그 사건을 내게서 멀리 떨치고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라고 안위합니다. 그런 사건들에서 심리학의 재료를 찾는 독일인 저자의 탐구심이 탐났습니다. 그 사건들을 현실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 후를 생각하는 마음, 우리 사회에는 이런 강함이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그냥 무시하고 그걸 극복하며 생기는 개인과 사회의 에너지, 내공을 쌓지 못한 채 비성숙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습니다.

  독일책치곤 ^^; 부드러운 번역입니다. 청소년기에 헤세의 데미안에 데인 후로는 독일책들은 번역이 허접하다는 핑계를 대며 읽질 않았습니다. ㅠㅠ 이 책도 뭔가 종잡을 수 없이 어떤 곳은 깊이 들어가고 어떤 곳은 대강 들어가는 등 완급 조절이 이상해 조잡해 보이고 너무 자잘한 우리 머릿속의 관념들에 집중한 것 같아 솔직히 초반에는 마음에 안 드는 책이였습니다. 아직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 제 머릿속은 책의 초반에서 다루는 허접한 느낌들로 가득차 있고 그것들을 무시하지 못해서 자라지 못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멈추지 않고 그 관념이라 생각된 느낌들을 이론화하고 더 발전하는 심리학 역사를 보여줍니다. 그걸 보며 내 안의 관념들을 어떻게 구체화해서 정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들을 다 작업하자면 한참이 걸리겠지만... 그건 인생의 숙제이니 뭐. 그래도 구체화하고 정리해 한 쪽에 밀춰들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며 머릿속이 명료해지는 느낌이였습니다. ^^b 그리고 우리의 어떤 감정도 무시되고 외면받아선 안 될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리 정치가 점점 부패하는 것도 국민들이 무시하고 못본채 넘어가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초보로서 심리학이 어떤 흐름에 의해 탄생했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주로 어떤 이념의 발전을 사례에서부터 점점 이론화되는 과정을 보여주어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내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내면작업을 어떻게 해야될런지 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물에 대한 자잘한 연구 또한 우리가 풍수지리로 몰아 무시하는 풍습으로 외면받지 않아 나올 수 있는 학문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물건으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줄곧 들던 생각이 있습니다. 이렇게 물건과 사람의 심리학적 관계를 연구해서 뭘 하려는 걸까요. 인간에 대한 연구라기엔 결론이 밋밋합니다. 닫는 글을 읽으니 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런 이론과 경험들이 있으니 내 주변의 물건들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자신에게 맞도록 물건을 옆에 두자는, 그리고 물건이 가지는 의미는 내가 꾸준히 심오하게 연구해야 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런 섬세한 결을 중시하는 섬세한 작업은 여성적이라며 무시되어 왔지만 집도 물건도 싸다면 디자인도 재료도 아무거나 막 갖다 쓰고 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작업인 듯 합니다. 

 

 

 

 

 

  지금도 제 방 창문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밋밋하고 기계적인 디자인에 닭장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환경, 물건과 감성적으로 교감하고 있고 이에 대한 배려를 오랫동한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우리 후손들도 그렇게 살아야 될까요. 책은 제 기준으로도 너무 섬세한 편이라 굵직굵직하고 담대한 연구를 좋아하고 화끈한 결론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재미없게 느껴질 거 같습니다. 물건과의 관계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만큼 삶을 되돌아보고 제 주변의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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