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심리학 -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
아네테 쉐퍼 지음, 장혜경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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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테 쉐퍼 - 사물의 심리학

 

 

 

 

 

 

  내가 가진 사물들로 내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책의 테마가 놀라웠습니다. 요즘 꿈을 연구하는 영성,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평소 어떤 상징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연구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내 안에 자리한 공포도 이 책으로 극복하고 싶었는데요. 누군가 혹은 어떤 사건을 한가지 면만 보고 평가내려 단정지어져 나를 짓누르지 않을까 하는 공포는 중학교 시절부터 제일 큰 공포였습니다. 그 사람의 사물로 그를 이해한다는 건 그런 단정으로 여겨져 제가 이제까지는 피했던 일이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심리학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바다같아서 어느 각도로 접근해서라도 친해지고 싶고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책은 가로 길이가 길고 세로는 짧아 귀여운 사이즈로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았고 깔끔한 일러스트로 된 표지도 보기 좋았습니다.

 

 

 

 

 

 

  여는 글을 읽자 말자 제가 걱정하던 류의 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오히려 버림에 중점을 둔 책으로 물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 평가가 아니라 그것이 내게 꼭 있어야 되는지, 내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될까 고민하는 철학에 비해 의식 영역이 아주 좁게 느껴져 초반에 답답한 느낌이였습니다. 자잘한 감정의 결들을 헤아리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학적 깨달음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로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읽을 수록 감정의 결처럼 심리의 결도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서양 사람들에 비해 감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 건 그냥 넘어가',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공부해' 등 어른들의 억압하는 행동들은 과거에도 요즘도 자행되고 있지요. 비참한 사건의 주인공들을 보고는 안됐다는 마음을 갖지만 곧바로 다른 일로 관심을 돌리는 저 자신의 모습이 끔찍했던 적이 많습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들에 무관하다는 듯 그 사건을 내게서 멀리 떨치고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라고 안위합니다. 그런 사건들에서 심리학의 재료를 찾는 독일인 저자의 탐구심이 탐났습니다. 그 사건들을 현실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 후를 생각하는 마음, 우리 사회에는 이런 강함이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그냥 무시하고 그걸 극복하며 생기는 개인과 사회의 에너지, 내공을 쌓지 못한 채 비성숙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습니다.

  독일책치곤 ^^; 부드러운 번역입니다. 청소년기에 헤세의 데미안에 데인 후로는 독일책들은 번역이 허접하다는 핑계를 대며 읽질 않았습니다. ㅠㅠ 이 책도 뭔가 종잡을 수 없이 어떤 곳은 깊이 들어가고 어떤 곳은 대강 들어가는 등 완급 조절이 이상해 조잡해 보이고 너무 자잘한 우리 머릿속의 관념들에 집중한 것 같아 솔직히 초반에는 마음에 안 드는 책이였습니다. 아직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 제 머릿속은 책의 초반에서 다루는 허접한 느낌들로 가득차 있고 그것들을 무시하지 못해서 자라지 못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멈추지 않고 그 관념이라 생각된 느낌들을 이론화하고 더 발전하는 심리학 역사를 보여줍니다. 그걸 보며 내 안의 관념들을 어떻게 구체화해서 정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들을 다 작업하자면 한참이 걸리겠지만... 그건 인생의 숙제이니 뭐. 그래도 구체화하고 정리해 한 쪽에 밀춰들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며 머릿속이 명료해지는 느낌이였습니다. ^^b 그리고 우리의 어떤 감정도 무시되고 외면받아선 안 될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리 정치가 점점 부패하는 것도 국민들이 무시하고 못본채 넘어가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초보로서 심리학이 어떤 흐름에 의해 탄생했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주로 어떤 이념의 발전을 사례에서부터 점점 이론화되는 과정을 보여주어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내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내면작업을 어떻게 해야될런지 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물에 대한 자잘한 연구 또한 우리가 풍수지리로 몰아 무시하는 풍습으로 외면받지 않아 나올 수 있는 학문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물건으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줄곧 들던 생각이 있습니다. 이렇게 물건과 사람의 심리학적 관계를 연구해서 뭘 하려는 걸까요. 인간에 대한 연구라기엔 결론이 밋밋합니다. 닫는 글을 읽으니 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런 이론과 경험들이 있으니 내 주변의 물건들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자신에게 맞도록 물건을 옆에 두자는, 그리고 물건이 가지는 의미는 내가 꾸준히 심오하게 연구해야 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런 섬세한 결을 중시하는 섬세한 작업은 여성적이라며 무시되어 왔지만 집도 물건도 싸다면 디자인도 재료도 아무거나 막 갖다 쓰고 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작업인 듯 합니다. 

 

 

 

 

 

  지금도 제 방 창문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밋밋하고 기계적인 디자인에 닭장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환경, 물건과 감성적으로 교감하고 있고 이에 대한 배려를 오랫동한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우리 후손들도 그렇게 살아야 될까요. 책은 제 기준으로도 너무 섬세한 편이라 굵직굵직하고 담대한 연구를 좋아하고 화끈한 결론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재미없게 느껴질 거 같습니다. 물건과의 관계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만큼 삶을 되돌아보고 제 주변의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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