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그로토 지음, 라이언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글쓰기와 독서는 지적인 부분에 항상 집착하는 제게는 인생의 숙제와 같습니다. 항상 뭔가를 쓰고 싶지만 쓰려고 앉으면 자꾸 딴 일을 하게 되고 그래서 서평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 이렇게라도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제 숙제를 뭔가 하나씩 해결한 듯 시원한 느낌이 들어 게으른 제게 딱 좋은 작업인 거 같습니다. 목적없이 내 마음에 쌓인 것들을 풀어 내 놓는 글쓰기는 꼭 해보고 싶지만 잘 되질 않아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노란색의 간결한 표지와 생뚱맞은 642라는 숫자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책은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읽는다는 말을 쓰기에 죄스러운 책입니다. 활자 중독증과 자연보호에 민감한 제게는 좀 사치스러운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페이지당 한개에서 5, 6개까지 이야기 주제들을 상단에 소개하고 하단에는 10여줄의 여백이 있어 독자들이 글을 적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주제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작가 집단에 소속된 35인의 다양한 사람들이 무작위로 뽑아낸 주제들로, 개인적으로 평소 글로 써보리라 생각해 왔던 것들을 초월한 것들입니다. 게다가 두서도 없어서 순서대로 쓰여진 주제들을 하나 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멈칫 멈칫 멈춰 생각하게 됩니다. ^^ 그만큼 꼼꼼히 감춰진 내면을 노크하는 주제들로 일견 막 쓰여진 책으로 보였던 책이 문화적 충격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에 유머가 살아 있어 베드신을 어머니에게 설명할 만큼 수위를 낮추라느니, 양파에게 바치는 시를 쓰라는 둥의 주제는 웃음을 입에 달고 글을 써보고 싶도록 독자들을 야금야금 자극하고 있습니다. 

  글의 순서가 정해진 게 아니다보니 내킬 때마다 펼쳐 꽂히는 주제로 글을 써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짧은 형식이고 어떤 것들은 길게 서술되어 마치 영화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글로 그 뒤의 상황을 상상해 글을 쓰거나 그때의 느낌을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그 주제들은 거의 다가 질문형입니다. 그 질문들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티끌만큼의 관심이 있다면 마음이 꿀렁꿀렁, 몸이 움찔움찔 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글쓰기를 주제로 다양한 책들을 읽었지만 이처럼 생뚱맞은 방법으로 작가들을 만들 수 있는 책은 처음인 거 같습니다. ^^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즐겁게 글쓰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굉장한 책입니다. ^^ 누구든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책이 쓰여진 의도가 쉽게 실현될 듯 합니다. 35명의 아티스트들의 창조적인 질문이 우리를 두렵고 무섭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듯 합니다. 작가가 아니라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한 불씨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 좀 재미있게 살 수 없을까?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성연 - 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소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책입니다. 정말 즐겁게 살고 싶은데... 나는 왜 이럴까. 매일 변함없이 재미없게 사는 내 생활에 윤택제가 되어 주진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됩니다. ^^ 디렉터로 계셔서 자료가 있을까 저자의 이름을 검색했지만 번역자 이름만 나올 뿐 정보가 없어 어떤 분일지는 모르겠어서 더 궁금증이 들었던 책입니다. 소제목이 '좀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라면 더 좋았을 거 같아 눈에 머금어져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두껍고 가로 세로 길이가 큰 편이며 전면 컬러지로 묵직해 휴대성은 좋질 못했습니다. 게다가 글자가 작아서... 가독성도 아주 좋은 편은 아닙니다.

 

 

 

 

 

  솔직히 이름만 알았지 그들의 경력이나 대단함은 몰랐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무식함의 한계. 저자가 인터뷰한 그들의 삶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글이 짧아 깊은 감동없이 짧게 짧게 끊어지는 흐름이 뭔가 찜찜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글의 흐름이 편안하고 좋아 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굵직한 인물들의 인생을 가늘게 늘려 놓은 듯한 느낌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균형을 갖춘 책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사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짧게 인터뷰를 통해 인생을 들려주는 형식인지라 밝고 좋은 모습만 그려져 어두움이 없는 점. 무의식과 밤에 꾸는 꿈을 배우게 되면서 저는 어떤 것에서든 균형을 이뤄 무의식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 그래서 이 책의 밝음과 억눌려졌을 어두움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잡지같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

  그런 아쉬움을 다스려주는 것이 인터뷰마다 정해진 주제가 생각할 꺼리들을 제공해주고 있는 점입니다. 과거... 시대와 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능력을 발휘한 선배들부터 그에 비해 더 경쟁적인 현대의 비교적 신예들까지 세대를 꿰뚫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 삶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키워드를 뽑아내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물론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통해 가공된 자전적 이야기라 편안하게 한 사람의 평생 커리어를 훑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맞는 인생 역경에서의 극복하는 모습, 디자이너로서 현대인으로서 성공한 그들이 갖춘 성품, 성향을 지켜보며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내가 위기에서 제대로 이겨내었는지 비춰볼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본 이들의 성공 요인은 유연한 사고, 생각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어두움을 찾는다면 성공하기 전 위기에 처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어려울 때 이들이 선택한 것들을 지켜볼 때 딱딱하게 굳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창조적인 디자인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내가 즐기는 작업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성공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우리는 16여명의 성공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살면서 놓쳤을 삶의 키워드들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웃런 - 뉴욕 파슨스대 최고 명강의
에린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린 조 - 아웃런

 

 

 

 

 

   파슨스라는 이름만 보고 손에 든 책입니다. 몇년 전부터 케이블 티비에서 방영하는 <프로젝트 런웨이> 미국판과 한국판을 보면 파슨스 출신들이 많고 미국판의 사감 선생님같지만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는 도우미 팀 건도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학장을 역임했고 말입니다. 프로젝트 런웨이를 보면서 파슨스를 주목하게 되었고 그 학교에서 나온 많은 분들이 광고, 디자인 계통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린 조라는 한국인 교수님이 계실 줄은 몰랐어요. 반갑고도 신기합니다. 디자인 경영학과라는 특이한 존재도 처음 알게 됩니다. 디자인 계통에서 유명한 학교에 디자인 경영학과라는 생소한 학과. 요즘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거 같습니다. MIT 미디어랩에서도 기술과 함께 인문학, 경영 등 을 접목해 기술과 함께 실행력을 높였는데 디자인 경영도 그런 분야일 거 같아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됩니다. 책은 적당한 크기에 글자도 적당해 좋았지만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며 글자도 작아진 거 같은 심적 압박을 받습니다. ^^;;

 

 

 

 

 

 

  초반에 익숙해지기 힘든 학문적인 언어들로 3일동안 서문과 1장 초반에서 며칠을 고뇌하며 읽다가 조금씩 적응이 됩니다. 꽤 힘든 과정이였습니다. ^^; 쉬운 책에 너무 길들여진걸까요. 하지만 한국의 교육열과 성실함과 창조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브랜드와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고 뒤쳐지는 것을 걱정하며 쓴 저자의 의도가 너무 좋아 성실하게 읽다보니 저절로 눈에 익고 용어들에 익숙해지며 몰입도를 점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론과 사례가 조화를 이루어 일견 학구적으로 보이는 책이지만 재미있습니다. ^^ 세계적인 기업의 성공적인 그리고 실패한 혁신들 자체가 재미있었던 데다가 이론의 타당성과 상황에 따른 오류들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전체 6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에서 3-5개의 이론을 설명하며 다양한 사례들로 어려워 이해가 쉽지 않은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과정에서 파슨스 디자인 학교의 교과정을 살짝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영국 일러스트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배우는 교과정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영국의 일러스트 학교도 파슨스처럼 기존 틀에 맞추려는 것보다 새로운 학생만의 생각과 방향을 만들도록 선생들이 도와준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품, 유통과정, 매장, 경영마인드 등 혁신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상상력을 돋우는 책입니다. 한국 기업에서는 3장에서 다루고 있는 '뭔가 다른 의미의 통찰력을 끌어내라'라는 부분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고 공감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회사에 이로운 쪽으로 더 생각하려는 마인드, 틀을 좀 깨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을 수 있지 않을까, 3장을 읽으며 감동도 하고 눈을 좀 트인 듯한 느낌입니다. 안 그래도 오늘 네이버 메인에 올려진 글에서 이런 기업을 발견하고 흐뭇하게 글을 읽었습니다. '딜라이트'라는 회사로 젊은 3명의 청년이 창업한 기업으로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지원하는 34만원에 맞는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회사더군요. 이제까지의 틀을 깨고 신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사이즈를 확보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가격을 조절한 혁신적인 회사. 기존 보청기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가격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장애인들을 위하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 혁신이 꾸준히 성장하도록 같이 빌어 봅니다. ^^

  'H형 인간이 되라'는 주문은 어느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조언인 듯 합니다. 기술과 경험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한가지 문제를 한쪽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3D처럼 다방향에서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하고 있지요. 

 

 

 

 

 

 

  이 책의 좋은 점은 혁신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마치 마인드맵핑한 것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분야에서 혁신을 시행했을 때 놓칠 수 있는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촘촘하게 짜여져 혹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막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혁신을 경험하며 하나하나 배워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느리고 이 현대 글로벌 사회에서 생존 확률은 점점 낮아지겠지요. 선행 성공, 실패 사례와 함께 과거 경험에서 만들어진 이론과 설명으로 우리는 실패를 줄일 수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여름.가을.겨울 이렇게 멋진 날들 - 베네시아의 자연 속에서 보낸 사계절 이야기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Lifestyle Icon 2
베네시아 스탠리 스미스 지음, 카지야마 타다시 사진,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네시아 스탠리 스미스 -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멋진 날들

 

 

 

 

 

 

  아주 어릴 때 집이 여유롭지도 않았고 시간이 많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는 화단을 예쁘게 가꾸시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원을 가꾸는 삶을 어릴 때부터 막연히 동경해 왔습니다.아파트 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서 정원은 점점 나와 멀어져 갔지만 동경은 더 깊어져만 가, 집에서 허브, 꽃이 피는 식물, 그리고 다육이 등을 곁에 두기도 했지만... 관리가 쉽다는 다육이도 제 손에 들어오면 2달을 넘기지 못하더군요. 환경이 나쁜 것도 있지만 막연한 동경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도 모른 채 물만 열심히 주고 기온을 맞춰주지 못해서 인 듯 한데요. 표지가 첫 눈에 마음을 사로 잡았고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허브는 예민한 편이라 작은 요인에도 영향을 받아 키우기 힘든 편에 속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허브 정원을 만든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가로 세로 길이가 크고 전부 컬러지로 되어 있지만 그리 묵직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글씨와 사진들이 적절히 조화롭고 여백이 많아 읽기에 좋았습니다.






  초반에는 귀족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귀족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 정원과 땅에 가까운 인간이 되기 까지의 과정이 신비롭게 펼쳐집니다. 어느 정도 자전적이며 에세이처럼 느껴집니다. 애초 기대만큼 허브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 않아 불안 초조하기도 하고 ^^; 무슨 이야기에든 영국과 유년기의 이야기가 나와 허브와 무슨 상관일까 날카로운 생각들이 책을 읽으며 저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면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해 덜 불편하게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을 사는 저자의 삶이 제 이상과 너무 비슷했고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도 꽤 먼 여행으로 거칠었지만 마치 소설처럼 안전하게 회고하는 말투여서 편안하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래서 3-4시간만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지요. 눈이 즐겁고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

  허브를 로즈마리, 타임, 쟈스민 등 요리, 차에 자주 넣는 것들만 허브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의견은 조금 다른 거 같더군요. 저자의 말로는 허브는 영국의 대저택에서도 화단에 심어 두고 요리에 필요하면 꺽어와 쓰는 편하게 기르는 식물로 일본에서도 먹을 수 있으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라는 식물들을 허브로 칭하며 식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전자파를 막아준다며 티비 위에 올려뒀던 식물들이 죽어간 이유도 전자파의 영향이 틀림없다는 걸 저자의 조심스런 추측을 접하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허브와 다육이도 제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 컴퓨터나 티비옆이나 위에 뒀었드니... 그들의 습성을 모른 제가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죠.

  허브라고 해서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우리의 생각을 좀 내려놓게 만들어 줍니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차나 친자연주의 세제, 샴푸, 화장수, 약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혀 그런 걸 만들어 본 적이 없고 요리에도 잘 활용하지 않는 저이지만 왠지 한번 해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자가 일본 시골의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낡은 것을 좋아하고 손때를 좋아하는 저자는 오래 되었다고 다 버리지 않고 생활에 활용하고 모자라거나 너무 낡아 쓸 수 없는 부분은 직접 남편과 함께 만들어 수리하며 사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유년기의 경험을 살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실내 장식에 신경을 쓰는 부분이 빈티지한 느낌을 더 살려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 시골의 사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뿐 아니라 자라온 영국, 여행다닌 인도 등의 느낌을 계절에 녹여 정착한 장년기의 저자의 삶이 주는 안락함에서 오는 지루함을 완화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계가 있고 굴곡이 있기에 인생은 살만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 이상의 평온함을 얻은 책입니다. 허브와 자연에 가까운 삶, 빈티지하면서도 넉넉한 생활, 자녀와 손자까지 있는 장년의 삶이 현실에 쪼들리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마음을 향기롭게 쓰다듬어 줍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저도 당장 산에라도 가고 싶은 느낌이 듭니다. 역시 자연에 사는 삶이 우리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구나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사람들의 걷기
이상국 지음 / 산수야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국 - 옛사람들의 걷기

 

 

 

 

 

  힐링바람이 불며 걷기도 새롭게 각광을 받는 거 같습니다. 저도 작년, 올해 휴가는 혼자 걷는 걸로 자연에서 치유받고 돌아왔는데요. 작년에는 아직 활동하는 화산, 그리고 올해는 제주도 올레길로. ^^ 대자연은 나를 잊게 하고 리셋시켜 주는 기분 좋은 친구이지요. 그래서 걷기는 제게 힐링의 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 잉여활동일까요. 등산처럼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관절에 무리가 덜하고 심장에도 무리가 없고 새로운 생각이 들 수 있게 세로토닌을 활성화 시키는 걷기는 힘들면서도 매력적인 운동으로도 여겨집니다. 걷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조상님들의 걷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어떤 곳을 많이 다니셨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등등 궁금한 것이 많아 읽게 되었습니다. 예스러운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좀 어설프다 싶으면서 조화롭습니다. 가로, 세로 길이가 약간씩 큰 편이며 두껍함에도 가벼운 편이라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줄간도 널찍해 읽기가 좋았습니다.

 

 

 

 

 

 

  애초 기대했던 걷기와 관련된 책이 아니여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옛 선인들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가고 있고 실제 그들의 삶의 기록, 역사를 참조해 저자의 상상이 더해져 선인들의 향기로운 삶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역사 역시 하나의 길이며 옛사람들이 온 몸으로 걸어간 행적을 따라가 본다는 길내기라는 서론의 내용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의 그림들에 우리가 알고 있는 옛 동네 지도 같은 것은 연하게 바탕으로 깔렸을 뿐, 그 위 뚜렷한 그림들은 바른 직선과 옛 사람들이라는 걸 발견합니다.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 많이 실망한 채로 읽어갔지만 내용은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개략적인 전체 인생을 아우른 후 다시 구체적인 상상을 소설의 형식으로 살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어떤 글은 참 절묘하다 감탄하며 재미있게 본 반면 어떤 글은 앞에서 한 이야기를 굳이 또 대화체를 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상상을 덧붙일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중복된 내용이 지겹고 쓸쓸한 노인의 수다를 듣는 듯 맥이 빠지더군요. ;;  

  애초 기대했던 길 걷기가 아니라 옛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로 저자가 고른 옛 선인들은 어떤 연유로 픽업되어 소개되어 지는지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으로 없어 아쉬웠습니다. 서론에서 걷기를 인생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걸 언급하며 걷기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이용한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굳이 옛것을 들추려 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한가지 씁쓸했습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시대를 이끌거나 전국적으로 당시에 그리고 오래 우리 입을 통하고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들입니다.  

  총 4장으로 이뤄져 있고 각 장에는 2명의 주인공을 비교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북돋워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삶의 곡절을 재치있는 말투로 담아내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그들의 길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책의 끝에 맺음말에 해당하는 글을 보고 땅, 길, 걷기의 의미를 제가 너무 1차원적으로만 생각해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전해지는 문헌이 없어 구체적인 사정을 모를 부분에서는 저자의 적극적인 상상이 개입되어 설득력있는 추측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흡입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왜 그때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추론은 증거가 없을 뿐 차분한 말투로 사리에 맞아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그와 함께 다른 인생을 산 또 다른 주인공의 삶을 대비시켜 비슷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다른 운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평탄한 길이길 바랍니다. 역사적으로 부각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로 우리 삶은 꼭 그렇게 되지만도 않을 것이며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걷다 보면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주인공들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그들의 모호하게 그려지던 삶을 저자의 상상으로 확 와닿게 한 저자의 노력도 멋졌습니다. 예스러운 어감과 문어체와 구어체가 적절히 섞인 듯한 말투도 인상적인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