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이렇게 멋진 날들 - 베네시아의 자연 속에서 보낸 사계절 이야기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Lifestyle Icon 2
베네시아 스탠리 스미스 지음, 카지야마 타다시 사진,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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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시아 스탠리 스미스 -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멋진 날들

 

 

 

 

 

 

  아주 어릴 때 집이 여유롭지도 않았고 시간이 많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는 화단을 예쁘게 가꾸시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원을 가꾸는 삶을 어릴 때부터 막연히 동경해 왔습니다.아파트 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서 정원은 점점 나와 멀어져 갔지만 동경은 더 깊어져만 가, 집에서 허브, 꽃이 피는 식물, 그리고 다육이 등을 곁에 두기도 했지만... 관리가 쉽다는 다육이도 제 손에 들어오면 2달을 넘기지 못하더군요. 환경이 나쁜 것도 있지만 막연한 동경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도 모른 채 물만 열심히 주고 기온을 맞춰주지 못해서 인 듯 한데요. 표지가 첫 눈에 마음을 사로 잡았고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허브는 예민한 편이라 작은 요인에도 영향을 받아 키우기 힘든 편에 속한다고 하는데요. 그런 허브 정원을 만든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가로 세로 길이가 크고 전부 컬러지로 되어 있지만 그리 묵직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글씨와 사진들이 적절히 조화롭고 여백이 많아 읽기에 좋았습니다.






  초반에는 귀족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귀족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 정원과 땅에 가까운 인간이 되기 까지의 과정이 신비롭게 펼쳐집니다. 어느 정도 자전적이며 에세이처럼 느껴집니다. 애초 기대만큼 허브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 않아 불안 초조하기도 하고 ^^; 무슨 이야기에든 영국과 유년기의 이야기가 나와 허브와 무슨 상관일까 날카로운 생각들이 책을 읽으며 저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면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해 덜 불편하게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을 사는 저자의 삶이 제 이상과 너무 비슷했고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도 꽤 먼 여행으로 거칠었지만 마치 소설처럼 안전하게 회고하는 말투여서 편안하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래서 3-4시간만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지요. 눈이 즐겁고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

  허브를 로즈마리, 타임, 쟈스민 등 요리, 차에 자주 넣는 것들만 허브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의견은 조금 다른 거 같더군요. 저자의 말로는 허브는 영국의 대저택에서도 화단에 심어 두고 요리에 필요하면 꺽어와 쓰는 편하게 기르는 식물로 일본에서도 먹을 수 있으며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라는 식물들을 허브로 칭하며 식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전자파를 막아준다며 티비 위에 올려뒀던 식물들이 죽어간 이유도 전자파의 영향이 틀림없다는 걸 저자의 조심스런 추측을 접하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허브와 다육이도 제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 컴퓨터나 티비옆이나 위에 뒀었드니... 그들의 습성을 모른 제가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죠.

  허브라고 해서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우리의 생각을 좀 내려놓게 만들어 줍니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차나 친자연주의 세제, 샴푸, 화장수, 약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혀 그런 걸 만들어 본 적이 없고 요리에도 잘 활용하지 않는 저이지만 왠지 한번 해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자가 일본 시골의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낡은 것을 좋아하고 손때를 좋아하는 저자는 오래 되었다고 다 버리지 않고 생활에 활용하고 모자라거나 너무 낡아 쓸 수 없는 부분은 직접 남편과 함께 만들어 수리하며 사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유년기의 경험을 살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실내 장식에 신경을 쓰는 부분이 빈티지한 느낌을 더 살려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 시골의 사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뿐 아니라 자라온 영국, 여행다닌 인도 등의 느낌을 계절에 녹여 정착한 장년기의 저자의 삶이 주는 안락함에서 오는 지루함을 완화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계가 있고 굴곡이 있기에 인생은 살만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 이상의 평온함을 얻은 책입니다. 허브와 자연에 가까운 삶, 빈티지하면서도 넉넉한 생활, 자녀와 손자까지 있는 장년의 삶이 현실에 쪼들리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마음을 향기롭게 쓰다듬어 줍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저도 당장 산에라도 가고 싶은 느낌이 듭니다. 역시 자연에 사는 삶이 우리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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