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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리고 성장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 이레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죽음 그리고 성장
죽음을 우리는 평소 잊고 살지만, 살면서 필연적으로 죽음을 생각할 기회가 생깁니다. 빠르게는 어릴 때 우리를 돌봐주고 사랑하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를 철 없이 상상하며 눈물짓곤 합니다. 청소년기때는 많은 추상적인 생각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그 중 죽음을 한번씩 생각해 보는 거 같습니다. 지금은 실소를 짓게하지만 그때는 나름 심각하게 죽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 친구가 권해준 <티벳 사자의 서>를 읽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나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그 책은 제 인생의 책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참된 나를 찾아나가는 여정에 있고 이를 이루지 못할 때에는 계속 환생하고 환생해 내 목표를 이루어 나가게 되며 이런 여정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해악을 끼칠 경우에는 나를 찾을 수 없는 동물의 길에 놓일 수도 있다는 요지였습니다. 그 책은 아주 어렵고 무섭게 느껴지는 책이였으며 당시 제가 읽기 시작한 류시화님이 번역한 것이라 더 인상깊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던 중 가까운 친지의 병환과 죽음에 대한 다급한 소식들을 멀리서나마 접하면서 죽음을 다시 생각할 기회가 왔습니다. ㅠㅠ 슬프게도 어떤 치료도 불가능한 말기암이 발견되었고 병원에서 호스피스의 간호를 받으시다 돌아가시게 되었는데요. 노환이셨지만 그 사이 과정이 너무 슬퍼 돈이 뭐고 사는게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슬프게 하나 싶어 우리 가족 모두가 참 힘들었고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막상 가까운 분이 돌아가시니 일순 사는 게 허무해지고 왜 이렇게 사나 싶어 생각들이 공중에 붕 뜨게 되더군요. 그만큼 평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모자랐던 거 같고 충격이였던 거 같습니다. 책은 하드커버로 되어 있고 작은 편이라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로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표지가 좀 다가가기 힘들게 느껴지는데 제목가는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본문 글자는 작은 편이지만 책 크기도 작아서인지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제목이 상당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상당히 긴 서문과 머릿말, 왠지 두서없는 글의 흐름이 조금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호스피스 운동으로 유명한 저자가 쓴 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러 사람의 글을 모은 책입니다. 모두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총 5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은 1~4개의 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 장의 앞쪽에 저자가 그 장의 도입부를 이끌고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그 주제에 맞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살아보면 우리에게 두려울 일, 힘든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죽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평소 생각해 왔습니다. 세상에 별난 사람없고 별난 생각없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 중 죽음이 두렵고 경외시되고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회라는 프레임에서 삐뚫어져 버린 우리들의 시각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장은 '죽음은 쉬우나 삶은 어렵다'라는 제목으로 사회 안에서 인식되어지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4명의 각기 다른 4개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독자는 저자가 전하려는 메세지를 머리속에서 스스로 정리해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읽는 이의 소양에 따라 달리 해석되겠지만 그만큼 인문학적인 깊이감이 있습니다.
짧은 저자의 글을 읽고 각기 다른 이의 글을 읽게 하는 형식은 마치 저자의 연구 방식 중 하나이면서 직접 참가한 죽음에 대한 토론회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강제성이 없으며 독단적이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모든 독자는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유연함과 포용력이야말로 인문학임과 동시에 리더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디에서 죽어야 인간적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이번에 깊이 생각해 보던 것이라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병원에서의 죽음이 결코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환자 보호자들을 죽음의 공포와 자책감으로부터 보호하고 피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했었습니다. 책은 환자 즉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습니다. 즉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어디에서 편안한가에 대해 죽음에 대해 막연하고 추상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쉽게 현실에서 일어난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죽음은 이렇게 다양한 전문가들이 장시간의 연구를 통해 체에 걸러 내거나 밝은 삶에 희석해야 할 만큼 고래부터 두렵게 느껴져 왔습니다. 그 두려움의 본질, 죽음이라는 것을 추상화하여 막연히 두려움에 갖혀있지 않고 용기있게 손으로 하나하나 두려움의 결을 확인하며 정리하는 연구자들의 글을 보며 저 자신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막연히나마 해소하고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죽음을 너무 내세위주, 자기 성장의 일환으로만 봐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치 생사를 초탈한 노승마냥 <티벳 사자의 서>나 다양한 판타지 소설, 그리고 여기저기서 읽은 불교 교리에 영향을 받아 생사 초탈 코스프레를 해왔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 내 죽음이 아니라 타인,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